"Ceuel Fairy Tales" 잔혹 동화

소현우展 / SOHYUNWOO / 蘇賢友 / sculpture   2009_1111 ▶ 2009_1117

소현우_잔혹동화Ⅰ_스테인리스 스틸_200×147×100cm_2009

초대일시_2009_1111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인사아트센터 INSA ART CENTER 서울 종로구 관훈동 188번지 Tel. +82.2.736.1020 www.insaartcenter.com

죽음의 문화를 누비는 전사들 ● 스테인리스 스틸 판을 용접하여 만든 캐릭터들이 장착하고 있는 막강한 무기들은 귀여움과 폭력성, 감정이입과 무심함, 유기적인 것과 무기적인 것 등 서로 대조되는 가치들을 연결시킨다. 용접조각 8점이 출품된 이번 전시의 부제 '잔혹 동화' 자체가 잔혹과 동화라는 어울리지 않은 역설적 개념이 결합된 것이다. 소현우는 동화 속에 내재된 따뜻함, 행복, 사랑 등을 냉소적인 블랙 코미디로 변화시킨다. 그러나 신화처럼 한 사회의 무의식과 이데올로기가 투사되어 있는 동화는 마냥 따뜻하고 우호적인 세계가 아니다. 삶 자체가 그러하듯이 말이다. 또한 인형이나 무기는 인간이나 자연과는 다른 존재라는 점--인형은 유사(類似) 인간이고, 무기는 인공적인 것이다--에서 한데 묶어질 수 있으며, 인형과 무기는 모두 아이들의 공통된 환상이며, 여성적이거나 남성적 환상이 물신화 된 산물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소현우_잔혹동화Ⅱ_스테인리스 스틸_205×62×62cm_2009
소현우_잔혹동화Ⅲ_스테인리스 스틸_160×100×130cm_2009

소현우의 작품에서 캐릭터와 무기는 무심하게 수행되는 폭력성을 상징한다. 무엇보다도 작업과정 자체가 '잔혹 동화'적이다. 예술작품은 실재가 아니라 상상을 창조한다는 점에서 동화적일 수 있지만, 작고 얇은 스테인리스스틸 판들을 일일이 용접으로 기우는 '스틸 퀼트' 작업에 투여되는 엄청난 육체노동은 그 자체가 잔혹한 과정이다. ● 용접으로 기워진 부분들은 그대로 노출되어 구성 요소들이 퍼즐처럼 조립되어 만들어지는 문화상품의 면모가 드러나 있다. 작품에서 원래의 매끈함 대신에 덕지덕지 기워진 형태의 캐릭터들은 영웅이기 보다는 반어적 영웅이나 반영웅을 떠오르게 하는데, 그것들은 동질성이 뒤집어진 상태, 즉 이질적 파편들의 연결망으로 이루어진다. 이 파편적인 덩어리들은 동일성의 논리가 추동하는 배타적인 경계 짓기의 배면들로, 타자에 대한 공격을 감행하게 하는 동일한 동력을 다른 방향으로 튕겨나가게 하는 이질적 표면들이 된다. 작품에서 '생산의 거울'(보드리야르)은 산산조각 났으며, 그것은 또 다른 교환(상징적)을 위해 다시 짜여 진다.

소현우_잔혹동화Ⅳ_스테인리스 스틸_155×55×130cm_2009
소현우_잔혹동화Ⅴ_스테인리스 스틸_65×65×110cm_2009
소현우_잔혹동화Ⅵ_스테인리스 스틸_160×76×230cm_2009

작품에등장하는 도널드 덕, 푸우, 테디 베어, 요정, 로봇, 토끼 등은 대부분 '꿈의 공장'이라 불리워지는 헐리웃 출생들로 그자체가 자본이 집약된 산물이다. 대중의 사랑을 받는 보편적 캐릭터에 내재된 폭력성의 실체는 바로 그것이 대자본의 산물이라는 데 있다. 작가는 이를 통해 자본의 폭력성과 공격성을 표현하고 있다. 캐릭터는 자본의 폭력을 가시화하는 대역을 맡았다. 작품에 등장하는 귀엽거나 멋진 기계들은 어떤 기능을 수행하는 최적의 도구로 나타나 있지만, 방법(도구적)에 가려 왜(궁극적 목적)이라는 물음을 삭제한다. 인류사에서 도구는 무기였고 무기는 또한 도구였다. 오늘날에도 무기는 가장 부가가치가 높은 도구 중의 하나이다. 분장을 한 듯 의인화된 막무가내 식의 캐릭터들과 막강한 무기의 결합은 모두 상품이라는 형식을 가지며, 타자에 대한 무관심과 경계심이 공존한다. 이 점에서 소현우의 작품은 현대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인간의 존재방식을 상징화한다.

소현우_잔혹동화Ⅶ_스테인리스 스틸_74×140×68cm_2009

사적인 소유와 축적은 생산중심의 자본주의 사회가 하락해가는 이윤율을 회복하기 위해 막대한 소비를 필요로 하며 막대한 소비가 이루어지는 최고의 장은 축제나 전쟁 따위이다. 오늘날 축제는 대중문화 상품의 폭발적 소비로, 전쟁은 최고만이 살아남는 경쟁으로 변해가는 경향이 있다. 작품 주인공들인 캐릭터는 대중문화의 대표적인 아이콘들이며, 무기는 전쟁이자 경쟁을 수행하는 전능한 도구이다. 타자를 죽이거나 때로는 스스로 죽어가는 과정 속에서도 캐릭터들의 표정은 동화속의 그것과 다를 바 없으며, 이러한 무심함이 폭력성을 배가한다. 그것들에는 무한경쟁을 촉구하는 현대사회에서 죽고 죽이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고 보는 작가의 비관적인 관점이 투사되어 있다. 그의 작품 속 캐릭터들은 생태계에서 먹이 사슬의 최상위 포식자에 속하는 인간의 분신이다. 의인화된 캐릭터들은 매우 위험한 존재인 인간을 상징 한다. 소현우의 작품은 캐릭터나 무기 같은 상품의 형식을 차용하면서도 상품교환에 근거를 둔 체계의 붕괴를 예시한다. 그것은 대량생산과 소비를 추동하는 거대한 욕망의 틈에서 얼핏 드러나는 죽음의 충동이 의미하는 바를 극적으로 보여준다. ■ 이선영

Vol.20091107e | 소현우展 / SOHYUNWOO / 蘇賢友 / sculp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