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ea of Complex

정승展 / JUNGSEUNG / 鄭勝 / sculpture   2009_1119 ▶︎ 2009_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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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9_1119_목요일_06:00pm

청계창작스튜디오 2기 입주작가展

주관/주최_서울시설관리공단 후원_서울시

관람시간 / 10:00am~07:00pm

청계창작스튜디오 CHEONGGYE ART STUDIO 서울 종로구 청계천로 137번지 관수교 센추럴관광호텔 1층 Tel. +82.2.2285.3392 artstudio.sisul.or.kr

정승 : Idea of Complex _ 많음과 반복의 수사 ● 사물들 자체는 엄격하게 정지된, 의문의 여지가 없는 것들이다. 그것들이 지닌 기능과 역할은 사람들이 만들어낸 '구축된 의미체계' 안에서의 정해진 위치와 위상에 따라 식별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물들은 본질적으로 그것들이 우리가 만들어낸 유기적 의미체계 바깥에 존재한다는 사실 때문에 낯선, 출처를 알 수 없는 대상들이 되기도 한다. 즉 그것들은 우리가 그것들을 구체적으로 명명(命名)하는 범위 내에서만 우리가 인식할 수 있는 사물들인 것이다. 이러한 점은 우리가 대량으로 만들어내는 산업 생산물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대량생산을 통해 동일한 양태로 존재하기 시작하는 산업적 사물들은 특정한 기능을 위해 특정한 위치에서 의미를 획득하는 것들이지만, 조금만 그 자리에서 벗어나면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사물들로 변하는 것들이기도 하다. ● 정승은 대량으로 만들어진 산업 생산물들을 사용한다. 그것들의 많음과 동일성은 점점 더 사물들을 그것들의 생산방식이나 생산관계로부터 유리된 존재들로 보이게 한다. 오늘날의 산업 생산물이 자아내는 '낯섦'은 20세기 초에 뒤샹이 경험했던 준 공예적 산업 생산물들과 또 차원을 달리한다. 마르크스는 「독일 이데올로기」에서 대량생산이 생산관계 및 인간과 대상의 관계에 어떻게 변화를 일으켰는가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한 바 있다.

정승_circling complex_혼합재료_0.2×3.2×3.2m_2009_부분

노동자가 더 많은 부를 생산할수록, 또 그의 생산이 힘과 범위에서 더욱 증가할수록, 노동자는 더욱 가난하게 된다. 상품을 보다 많이 창조하면 할수록 노동자는 더욱더 값싼 상품이 된다. 사물세계의 가치증식에 인간세계의 가치절하가 정비례한다. (...) 이 사실은 단지 노동이 생산하는 대상 -노동의 생산물-이 하나의 낯선 존재로, 생산자에게서 하나의 독립된 힘으로 노동과 대립한다는 것을 표현한 것이다. 노동의 생산물은 한 대상 속에 응고되고 물화된 노동으로, 이는 노동의 대상화이다. 노동의 실현이 노동의 대상화이다. 정치경제학이 다루는 조건하에서 노동자에게 이러한 노동의 실현은 노동의 탈현실화로, 대상화는 대상의 상실과 대상에 대한 예속으로, 전유는 괴리와 소외로 나타난다.

정승_circling complex_혼합재료_0.2×3.2×3.2m_2009

노동이 인간이 대상에 인식가능한 의미를 부여하는 구체적 과정이라면, 노동의 대상화는 그것이 그러한 의미로부터 독립적인 탈현실화의 체제로 편입되는 것을 가리키는 것이다. 마르크스가 설파한 노동의 대상화는 오늘날의 예술에 있어 두 가지 양상으로 나타난다. 하나는 '예술적 의미체계의 탈현실화'이고 다른 하나는 '제국'으로 대변되는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의 존재양태와 마찬가지로 독립적이고 자기지시적인 '예술적 순환체제'를 구축한다는 것이다. 마르크스의 표현을 빌자면 이것이 예술가와 작품, 혹은 예술가와 관객을 괴리와 소외로 이끄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다른 한편으로 자본주의와 마찬가지로 예술에 지속적인 흥분과 대규모의 네트워크를 보장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정승_High Voltage Complex III_캔버스에 유채_162×131_2009
정승_High Voltage Complex IV_캔버스에 유채_191×218_2009

정승이 '컴플렉스'라고 부르는 것에는 두 가지 요소가 간여하고 있다 : 하나는 '많음'으로, 그것은 동일한 것들의 반복이자 대상화된 생산의 비극적 운명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반복'으로서, 이는 단순한 나열이 아닌 자기지시, 동어반복을 통한 스스로의 식인(食人)에 해당하는 것이다. 「서클링 컴플렉스」는 수많은 목없는 사이클러 인형들의 맹목적이고 순환적인 질주를 일으키는 놀라운 작품이다. 약 200여개의 자전거들이 엄청난 소리를 내며 제자리를 맴돌다가 갑자기 정지했을 때 느껴지는 충격적인 정적은 다른 어떤 작품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극적인 카타르시스를 일으킨다. 「멀티 컴플렉스」는 수십개의 멀티탭들이 마치 수많은 관절로 이어진 다족류처럼 허공에 매달린 작품으로, 끝부분의 붉은색 스위치가 달린 멀티탭들은 마치 발기한 성기의 충혈된 핏줄들처럼 느껴진다. 그것으로부터 플러그로 연결된 작은 선풍기 하나가 마치 죽어가는 작은 동물처럼 머리를 땅바닥으로 향한 채 꿈틀거리는 모습은 그 어떤 연기자가 연기하는 최후의 모습보다도 더 절망적이다.

정승_Multi Complex_가변사이즈, 멀티탭, 선풍기_설치_2009
정승_Multi Complex_가변사이즈, 멀티탭, 선풍기_설치_2009_부분

유화 연작인 「하이 볼티지 컴플렉스」는 구체적으로 뇌에 연결된 전기적 자극 혹은 그것이 떠올리는 사물들을 묘사하고 있다. 고압의 전류를 필요로 하는 뇌란 마치 자본주의가, 예술의 자율적 순환체계가 그러하듯이 끊임없이 자극과 흥분을 필요로 하는, 탈현실화된 뇌인 것이다. 예술가의 뇌라고 예외는 아니다. 정승은 자신이 다루는 과다한 반복과 자기지시의 수사를 통해 언뜻 그 안에서 정지의 순간들을 만들어냄으로써 스펙타클을 대상화하는 기지를 발휘한다. 그것이 정승이 지닌 시적(詩的) 자질이라고 말할 수 있다. 스펙타클 자체가 그러한 정지의 순간들을 더욱 효과적이고 강렬하게 만드는 것은 물론이다. ● 굳이 정승의 작업에 덧붙이자면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 산업 생산물은 그 자체로서 산업적 생산관계를 결정화하는 대상이다. 그것은 동시에 철저하게 낯선 사물들이다. 그것이 지난 20세기에 레디메이드와 오브제를 예술적 담론의 중심으로 끌어들인 이유이다. 따라서 지나친 시적 감정이입은 자칫 이러한 사물들을 감상(sentimentality)의 장으로 변질시킬 우려가 있다. 다시 말해 대상을 파악된 사물로 탈바꿈 시키는 것이다. 정승의 작품들은 그 경계에 놓여있다. 대상이 노동을 대상화한 것만큼, 대상을 철저하게 예술로부터 대상화하는 것이 지속적인 문제로 남을 것이다. 대상에 대한 인식은 우리의 시선 속에서 존재한다. 그러므로 그 시선으로부터 벗어나고 그것을 문제 삼는 것이 항상 과제로 주어진다. ■ 유진상

서울시 문화․디지털 청계천 프로젝트 및 시각예술 분야의 창작환경 조성을 위하여 2007년 12월에 개관한 청계창작스튜디오에서 『2기 입주작가전』을 10월 8일부터 12월 31일까지 청계창작스튜디오 갤러리에서 개최된다. 이번 전시에서는 5명의 입주작가(박광옥, 난나 최현주, 정승, 김정표, 강은구)들만의 독특한 시선으로 해석된 다양한 작품세계를 릴레이 개인전을 통해 선보이게 된다. ■ 청계창작스튜디오

Vol.20091126d | 정승展 / JUNGSEUNG / 鄭勝 / sculp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