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_解雪

구모경展 / GUMOKYOUNG / 具慕慶 / painting   2009_1125 ▶︎ 2009_1201

구모경_새벽공기 가르며_장지에 채색_130×162cm_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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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9_1125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공화랑_GONG GALLERY 서울 종로구 인사동 23-2번지 Tel. +82.2.735.9938 www.gonggallery.com

시각의 왜곡으로 표현된 풍경으로부터의 이별 ● 화면의 중심부가 돌출되어 표현되어진 독특한 화면은 작가 구모경의 신작들이 지니고 있는 두드러진 형태적 특징이다. 마치 어안렌즈를 통해 풍경을 조망하는 듯 한 이러한 시각은 일상의 풍경들을 왜곡시켜 색다른 시점을 제시해 준다. 그것은 단지 특정한 사물을 강조하거나 돌출된 부분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풍경 전반을 변형시켜 또 다른 상황을 연출하는 것이다. 사실 작가가 취한 풍경들은 일상적이고 평범한 것들이다. 특정한 의미를 부여하거나 특이한 상황을 확인하기보다는 지극히 일상적인 풍경들을 왜곡시킴으로써 작가는 일상의 평범함을 자신의 내면으로 끌어들여 가공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풍경을 보지만 그 모양에 의탁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차용하여 내밀한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펼쳐 보이는 것이라 할 것이다.

구모경_그 날은 그렇게 시렸습니다_장지에 채색_90×180cm_2009

비록 실재하는 풍경을 취하고 있지만, 작가의 작업은 실경으로 규정하는 것은 적절치 못할 것이다. 그의 풍경은 이미 가공되고 변형된 것으로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라 함이 보다 적확한 표현일 것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변형과 왜곡을 통해 작가가 드러내고자 하는 궁극적 지향이 무엇인가를 포착해 내는 것일 것이다. 작가는 이러한 풍경들을 아주 오래된 인연을 통해 해설하고 있다. 일상적이고 평범한 듯 한 풍경들은 작가 개인에게 있어서는 모두 각별한 의미를 지닌 곳들이다. 화면 속의 풍경들은 일정 기간의 지속적인 관계를 통해 단순한 지리적 좌표로서의 공간에서 감정과 이해를 나눌 수 있는 의미 있는 풍경으로 자리한 것들이다. 작가에게 이러한 풍경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비롯되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기에 익히 익숙한 것이다. 그것은 세세하고 구체적인 모양으로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감성과 사유를 통해 돌이켜지는 감상의 편린들이며 기억의 조각들이다. 그러하기에 작가의 풍경들은 구체적이고 설명적인 것이 아니라 개괄적이고 함축적이다. 작가는 이러한 풍경들을 통해 아주 오랜 기간 동안 지속되었던 감정과 인연과의 정리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라 말한다. 그것은 마치 오래된 친구와의 별리를 연상케 하는 것이며, 성장을 위한 의식과도 같은 것이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과거로부터의 벗어남과 동시에 풍경으로 대변되는 특정한 정서와의 결별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구모경_그렇게 기다렸습니다_장지에 채색_92×117cm_2009

굳이 실경을 강조하지 않을 뿐 아니라, 정서와 감정 등 비정형적인 것들을 표출하기 위한 것이기에 작가의 표현 방식은 상대적으로 분방하고 자유롭다. 공간은 합리적인 원근이나 투시를 차용하지 않을 뿐 아니라, 어안렌즈와 같은 왜곡된 시각을 채택함으로써 보다 여유로운 변용의 여지를 확보하게 된 셈이다. 이에 더하여 수묵을 작업의 지지체로 하고 있는 작가의 표현 방식은 더욱 자유로운 일탈의 형식을 지니고 있다. 수묵은 지필묵의 조화를 기본적인 조건으로 성립되는 전통적인 조형체계이다. 그것은 동양회화 전통의 근간을 이루는 핵심적인 내용일 뿐 아니라, 이미 대단히 오랜 기간 동안 배태되고 성숙되어진 것이다. 그러나 작가의 작업 방식은 이러한 고전적인 심미체계와 조형관을 반드시 답습하는 것이 아니다. 작가는 수묵이 지니고 있는 조형의 기본적인 틀은 원용하지만, 개별적인 표현에 있어서는 변용을 통해 자신의 개별성과 현대성을 확보하고자 함이 여실하다.

구모경_너머에_장지에 채색_73×61cm_2009

사실 전통적인 조형체계의 차용과 변용은 작가의 작업이 지니고 있는 시발점이라 할 것이다. 작가의 이전 작업들은 수묵이라는 매재의 물성에 주목한 작업들이었다. 수묵에 대한 섬세한 감수성과 이를 이용한 견고한 질감 표현이 돋보이던 작가의 이전 작업들은 다분히 조형적인 성격이 강한 것이었다. 수묵이라는 고전적인 매재의 특질은 수용하지만, 그중 특정한 내용과 요소만을 수용하여 조형화함으로써 자신의 개별성을 확보하고자 함은 바로 작가의 작업을 규정할 수 있는 특징적 내용들이라 할 것이다. 근작들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그 전개를 살펴 볼 수 있을 것이며, 이는 결국 전통과 현대라는 민감한 접점에 이르게 되는 것이기도 하다.

구모경_던져진 시선_장지에 채색_130×162cm_2009

지필묵을 통한 조형체계는 대단히 오랜 기간 동안 성숙되어진 것이다. 그것은 어쩌면 이미 완성된 하나의 체계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작가의 고민과 발상은 바로 이러한 점에 주목하여 비롯되는 것이다. 작가는 모필 대신 나무젓가락을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도구의 차용은 표현에 있어서 뿐만 아니라 작업 전반의 기조를 가늠케 하는 관건일 것이다. 나무젓가락은 먹물을 머금지 못하기에 선에 의한 표현에 있어 결정적인 문제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가 굳이 이러한 도구를 사용하여 수묵을 수용함은 바로 모필이 지니고 있는 교조적 심미관으로부터의 일탈을 의미하는 것이라 여겨진다. 더불어 이러한 도구는 작가의 작위적인 표현을 억제하고 제한하기 마련이다. 이를 통한 표현은 작위의 형식을 띤 무작위적인 것이다. 농담을 통한 그윽한 깊이나 유려한 선묘의 우아한 표현에서 벗어나 둔탁하고 거칠며 다듬어지지 않은 일탈의 심미를 추구하는 것은 바로 전통적인 가치관에 대한 의도적인 일탈이 아닐 수 없다. 작가는 이를 통해 수묵이 지니고 있는 또 다른 표정을 모색하고 이를 통해 자신의 개별성을 확인하고자 하는 셈이다. 결국 이는 자신이 속한 시대적 심미를 반영하는 것으로 이른바 현대성에 대한 소박하지만 진지한 접근이라 해설할 수 있을 것이다.

구모경_올라서니_장지에 채색_92×117cm_2009
구모경_왜냐고 물었습니다_장지에 채색_115×115cm_2009

한국화는 필연적으로 전통과 현대라는 상충되는 가치를 마주하게 된다. 작가는 이 미묘한 접점에서 자신의 내면에 자리하는 은밀한 사념을 통해 풍경이라는 객관으로부터 이별을 꾀하고 있다. 또 이질적인 표현방식을 통해 전통적인 심미체계에서 벗어나 개별성을 확보하고자 한다. 이는 일종의 절충과 융합의 조화이며, 점진적인 변화의 시발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전의 작업에서 보여주었던 견고한 조형성과 섬세한 감각, 그리고 신작들에서 나타나고 있는 새로운 경향성은 바로 작가의 절절한 고민을 여실하게 보여주는 것이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는 이제 조형이라는 감각과 객관이라는 풍경에서 벗어나 점차 자신의 내면이라는 또 다른 상황을 마주하고 있다 할 것이다. 그것은 정형의 틀을 지닌 것도 아닐 뿐 아니라 조형으로서 기능적인 표현의 대상도 아니다. 그것은 오로지 지극한 사유로 다듬어져 풍부해지는 관념과 이상의 세계이다. 작업에 대한 진지한 접근과 조형에 대한 견고한 바탕, 그리고 부단한 실험정신을 통해 볼 때 작가의 작업은 앞으로도 몇 차례의 변심과 변모를 거듭할 것이라 예상된다. 그것은 작가가 지향하는 개별성을 확보하고 자신이 속한 시공을 솔직하게 반영하는 것이기에 충분히 가치 있는 모색과 추구의 과정일 것이다. 작가의 분발을 촉구하며 다음 성과를 기대해 본다. ■ 김상철

Vol.20091127h | 구모경展 / GUMOKYOUNG / 具慕慶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