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tation-GOGUMA

이복행展 / LEEBOKHAENG / 李복행 / painting.installation   2009_1203 ▶ 2009_1216 / 일,공휴일 휴관

이복행_meditation-GOGUMA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6×27.5cm_2009

초대일시_2009_1203_목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일,공휴일 휴관

구올담 갤러리 KOOALLDAM GALLERY 인천시 부평구 부평동 185-1번지 Tel. +82.32.528.6030 www.kooalldam.com

'偶然의 반복은 必然, 必然의 반복은 運命, 피할 수 없는 運命은 宿命'이라고 했던가. 일상을 살면서 너무 평범하고 흔해서 늘 그저 그렇게 존재감 자체도 없던 것들이 어느 순간 전혀 다른 의미와 낯설음으로 육박해올 때가 있다. 가령 매일 먹던 밥을 한 술 입에 넣으며 젓가락으로 들어 올린 깍두기가 난데없는 선명성을 보이거나, 성가시게 날아다니던 똥파리가 어느 순간 바닥에 떨어져 낙엽처럼 가벼워진 몸을 약한 바람에도 아무렇게나 나뒹구는 걸 물끄러미 바라본다. 이미 익숙해진 그런 흔한 일상의 '어떤 것들'을 내 그림의 키워드로 삼는 건 어떤 방식으로든 나와 결코 무관한 존재들이 아니라는 ○○적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나를 포함한 사물의 존재위상이 미세하게 교차하는 경계선을 넘나들며 그걸 즐기고 있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복행_meditation-GOGUMA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6×27.5cm_2009
이복행_meditation-GOGUMA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6×27.5cm_2009
이복행_meditation-GOGUMA_설치_2009

몇 년 전 6촌 형님이 직접 수확했다고 나눠 주신 고구마 한 BOX가 작업실 구석에서 오랫동안 잊혀 진 채 썩어 말라비틀어진 걸 발견했는데, 문득 어떤 연민(憐憫)의 감정 같은 게 생기는 게 아닌가. 그냥 버릴까를 고민하던 중에 고구마의 상태가 내 정서에 반응하여 그려지고 싶은 대상의 적합성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궁리한 끝에 '고구마에 대한 제의(祭儀)'를 전시장에 펼쳐 보기로 했다. 고구마도 생명을 지닌 한 존재로 세상에 나온 거라면 어쩌다 자기 의지에 상관없이 버려지는 운명이 된 고구마의 존재의미나 가치는 무엇이란 말인가. 그런 생각에 도달하고 보니 고구마가 안쓰럽게 보여 내가 운명을 바꾸어 보기로 작정한 것이다. 고구마의 존재이유가 꼭 식량의 몫으로만 설명되어야 하는 건 아니지 않는가. 그리하여 그리기의 대상으로 둔갑한 고구마에게 주문을 걸어 보는 거다. "본래 너의 운명은 사람이나 동물의 먹이 감이 아니었다."고. 그래서 미이라가 된 고구마를 하나씩 꺼내 눈으로 만지고 손으로 그리면서 고구마의 물적 가치(物的 價値) 플러스알파(+α)를 물어보는 행위를 시도하게된 것이다.

이복행_meditation-GOGUMA(입체)_혼합재료_40×150×30cm_2009

광속의 디지털(digital) 시대를 살면서도 나는 여전히 지루하고 더딘 손에 의존한 고전적 매체와 방법으로의 아날로그(analogue)식 사유/삶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인간의 몸이 발휘하는 가능성과 몸의 정서에 대한 동경이랄까. 실상 내 그림에서 고구마는 고구마이면서 동시에 고구마가 아니다. 나에게는 내 신체(눈과 손)의 실험과 미술적 방식으로 나를-내 실존(實存)을-들여다보는데 필요한 도구이며 통로가 고구마이다.

이복행_meditation-MIRROR_설치 중 1/100_구올담 갤러리
이복행_meditation-MIRROR_설치_구올담 갤러리

전시공간에서는 고구마그림들 맞은편에 '원시동영상'인 거울들이 비슷하게 배치되어 고구마 이미지들과 그 사이를 움직이는 동작자들의 순간순간을 실시간으로 보여 줄 뿐 흔적을 남기지는 않을 거다. 그곳에서 "우리는 누구도 흐르는 강물에 같은 방식으로 두 번 발 담그지 못한다."는 시간 속의 존재라는 사실과 한순간 낯설게 마주치는 사건의 발생을 예상해 본다. ■ 이복행

Vol.20091203c | 이복행展 / LEEBOKHAENG / 李복행 / painting.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