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脫 다중적 감성

09 신비展   2009_1127 ▶ 2009_1220 / 일요일 휴관

초대일시_2009_1127_금요일_06:00pm

참여작가 김기철_김도희_김영헌_이영호_최성훈

주최_미술과 담론(www.artndiscourse.net)_갤러리세줄 후원_서울문화재단_삼성전자

관람시간 / 10:00am~06:30pm / 일요일 휴관

갤러리 세줄_GALLERY SEJUL 서울 종로구 평창동 464-13번지 Tel. +82.2.391.9171 www.sejul.com

디지털 시대 예술의 과제 : 다중적 감성 - 세계를 지각하는 불완전함의 회복 ● 전통적인 예술의 영역과 어법에 익숙한 예술가들에게 디지털 시대는 하나의 큰 도전이다. 하지만 디지털 환경은 표현의 편의성과 새로운 예술을 실험하기엔 더 없는 매력적 환경이기도하다. 디지털 기술과 매체로 인해 과거에는 표현이 불가했던 가상공간이나, 육안이나 감청으로 포착할 수 없었던 미세함의 세계, 영역을 달리하는 감각적 요소들의 융합, 서로 다른 시.공간의 통합과 재구축이 가능해졌다. 예술의 영역은 무한대로 확산되어가고 있다. 예술개념과 위상의 변화, 예술작품에 대한 감상이나 소통의 방식도 다중화되었다. 언제,어디서나 접속가능하고 반복과 재생이 가능하다. 모든 경계를 넘어서고 동시적으로 이루어지는 새로운 문화적 상황이 도래하였기 때문이다. ● 벤야민의 지적처럼 기술복제시대 예술의 가장 큰 특징적 변화는 '아우라의 상실'이다. 그는 작품의 유일무이한 현존성, 진품성, 아우라의 개념과 더불어 제의적 가치의 개념을 논의 하면서 예술담론의 새 지평을 연 바 있다. 하지만 디지털을 기반으로 한 기술과 매체합성 시대의 예술은 사물의 세계만이 아니라 지각의 세계마저도 복제를 통해 만들어낸다. 매체환경의 변화는 인간의 지각방식에 변화를 가져왔다. 현실과 가상이 혼합된 혼합현실 속에서 현실에서 가상의 세계로 진입하는 접점을 만들어 내는 일이 예술의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 비디오아트나 웹아트로 대표되는 멀티미디어 아트를 통해 생산되는 디지털 이미지는 픽셀의 조합으로 만들어지는 합성이미지이다. 종래와는 달리 피사체를 필요로 하지 않는 이미지, 상상으로 빚어낸 허구의 대상을 실제 속에 실제보다 더 실제처럼 드러내기도 한다. 디지털 이미지는 실시간적으로 만들어지는 생성이미지이며, 감각자료를 0과 1로 전환하여 아날로그매체들의 질적 차이를 지워버린다. 이미지를 텍스트이미지로 변환하고, 사운드로 출력한다. ● 그간 새로운 매체를 다루는 예술가들의 주관심사는 디지털 미디어의 기술적 성과를 작품 속에 수용하는 데에 집중되었던 경향이 있다. 하지만 디지털 매체의 편의성과 매력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매체가 만들어낸 이미지와 정보는 예술이 지향해온 '세계와 인간과의 관계맺음 방식'을 왜곡시켜온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보다 더 실제같은 시뮬라크르가 삶의 일정부분을 구성하고 있는 형국에서 하이퍼리얼의 재생산 과정이 예술로 인식되기도 한다. 아날로그 미디어의 발전 초기, 맥루한은 미디어를 인간의 '신체나 감각의 확장'이라 인식하였지만, 디지털 미디어는 그 확장이 도를 넘어 지각방식 자체를 변화시키며, 인간과 세계와의 왜곡된 접점을 만들어 가는 '메마른 매체'로 전락될 위기에 처해있다, 이 위기는 예술의 또 다른 위기이기도 하다. 미디어는 근본적으로 인간과 세계 사이에서 둘 사이를 조정하고 화해시키는 도구이다. 첨단 디지털 기술 역시 이러한 도구여야 한다. 디지털을 기반으로 한 예술의 과제 역시 인간과 세계가 맺는 방식의 불완전성을 극복하는 일일 것이다. ●「미술과 담론」이 신진작가들의 작품론을 제공하기 위해 기획하고 있는 『신비』전의 일환인 이번 『디지脫/ 다중적 감성』전은 디지털을 기반으로하는 작가들을 중심으로 기획되었다. 멀티미디어 작가들 중 디지털 매체가 가지는 '메마른' 속성보다는 이를 좀더 '촉촉한'매체로 인식하고, 이를 통해 인간과 세계와의 관계맺음의 불완전함을 극복하기 위한 작가들의 문제의식을 다루고자하는 취지에서 기획되었다. 탈(脫)디지털을 모색하는 작가들로서 비디오, 소리조각, 비디오 설치 등 다양한 작업의 작가 5인을 초대하였다. 작가 중 하이테크를 구사하는 작가들은 별반 없다. 의도적으로 로우테크를 구사하는 작가들이거나 하이테크를 로우테크적 맥락에서 구사하는 작가들이라 할 수 있다. 물론, 모든 작가들이 신진이라고 얘기할 수 없다. 김영헌이나 김기철은 이미 자신의 독자적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작가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들을 이번 전시에 초대한 것은 그들이 오랫동안 한국을 떠나있다 최근 귀국하여 그들의 새로운 면모를 다시 선보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기 위한 의도를 가진다. 김도희와 이영호, 최성훈은 비교적 신인들로서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가지고 주제와 근접한 작업을 시도하고 있다.

김기철_Contact_마이크로폰, 봉제인형, 음향장치, 마이크로프로세서_2009

소리조각가로 평가되는 김기철은 매우 정교한 방식으로 음을 시각화한다. 디지털의 기술로서만 가능한 작업이다. 보이지 않는 소리를 보이는 형태로 시각화한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 세계와의 만남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의 「관음 (觀音)」 시리즈나 자연의 소리를 채집하여 물(水)이라는 매체를 통해 보여주던 작업은 다소 종교적 차원의 것이었다. 그는 어디선가 궁극적인 작업 목표를 '어떻게 해야 열반에 들 수 있나'라고 하였는데, 유학기에 그가 오디오 엔지니어링을 거부 했던 점과 함께 그가 디지털 기술에 함몰되지 않는 이유이다. 그의 근작들은 관객과 작품을 통한 상호 교류와 관객의 참여이다. 작품감상자가 작품에 가하는 신체적 밀도에 따라 인간의 다양한 감성을 전달하는 방식에 대한 탐구가 그것이다.「소리 대화」는 관객이 마이크 앞에서 소리의 높낮이와 크기에 반응하여 움직이는 조각과 이야기를 하면, 사람의 목소리는 모두 다르고 같은 목소리를 가진 사람은 찾기가 힘들기 때문에 조각은 보이는 사람마다 전부 다르게 움직이게 되는 구조이다.

김영헌_미래를 넘어서-망각_비디오_가변설치_2009

김영헌은 디지털의 기법을 정교하게 조작하여, 인간의 호흡과 같은 신체적 속성과 결부시킨 비디오 설치작업을 선보인다. 작업들은 현실 속에서 생성된 직접적 경험과, 미디어와 가상현실에 의해 생성된 간접적 경험, 그리고 동서 문화가 뒤섞인 혼성적이고도 미래적인 노스탈지아에 관한 것을 담고 있다. 그는 소멸되는 시간, 기억들에 대해 관심을 가진다. 그의 작업은 어쩌면 불멸에 대한 희구라는 '카메라를 통한 시각의 무의식적 세계'를 구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비디오에 등장하는 인물이 불어넣는 호흡으로 모니터 밖에 설치된 오브제인 인형들이 생명력을 얻고 팽행하게 부풀어 오른다. 디지털매체와 인간의 호흡의 상호작용이 서로 망각된 기억과 시간을 소생시키고 있다. ● 두 작가 모두의 공통점이 있다면 매체와 인간의 상호교환방식에 있어 좀 더 즉각적인 신체적 감각을 통해 인터랙티브의 어법을 가진다는 점이다. 신체자극의 밀도에 따라 매체와 연결된 오브제에 생명력이 부여되는 어법의 작업들이다. 드라이한 매체자체의 매커니즘이나 매체의 기술적 본성을 탐구하는 것과는 달리, 미디어를 통한 새로운 감각적 소통방식을 드러내고 있다.

김도희_생선 말리기,임연수_300W 할로겐 조명, 선풍기_가변설치_2009

김도희는 미디어를 통해 눈이나 구강 등 신체 내부를 탐색하며, 시각과 청각을 교차시키는 새로운 감각적 체험을 드러낸다. 내시경으로 탐색해야하는 지점을 소형마이크를 사용하여 시각적 정보뿐만 아니라 예기치 않은 청각적 요소를 제공한다. 디지털 매체가 신체에 가하는 가역적인 힘에 대해 반응하는 신체의 불편함과 부적응성에 대한 강변이기도하다. 이는 작가의 오랜 투병과정과 모종의 연관성을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그녀의 작업은 관습적으로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감각과 감성의 전복을 꾀하는 수단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이영호_Flip Flap Loco_16mm, film loop_설치, 8×2×1.32m_2009 cooperation. supa architects schweitzer song

이영호는 디지털매체를 통해 구현할 수도 있는 이미지들을 의도적으로 아날로그적 방식을 통해 구현하고 있다. 사진과 영화 등 영상테크놀로지에 대한 20세기의 담론에 관심을 가지면서 아날로그 필름의 영사만이 드러낼 수 있는 촉각적 속성을 강조한다. 뤼미에르에 의해 최초로 영화가 상영되던 해(1895)에 개장한 코니아일랜드의 롤로코스트의 축소형 구조물에 루핑된 필름을 영사하는 필름 설치작업을 통해 역사의 순차 대신 순환의 정황을 포착하여 다양한 기술과 정서를 겹침으로써 시대를 겹치는 작업으로 새로운 시각적 이미지를 제시하고자 한다.

최성훈_APT_LCD 영상설치_00:03:00_2009

최성훈은 디지털매체를 사용하는 보통의 작가들처럼 디지털을 매체로 현실(개별 일상)과 허구(보편적 일상)을 다루고 있다. 최근 그의 작업에서 다루어지는 중심개념은 '픽셀'이다. 0과 1로 이루어진 단순구조가 무한히 반복운동을 하는 디지털 구조의 세상에서 눈에 보이는 이미지가 무엇인가를 논하기보다 픽셀이라는 물리적 불빛이 기본단위로 존재한다는 것이 더욱 현실적 사실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픽셀은 단순히 물리적 단위로 인식되지 아니하고 복잡한 픽셀의 움직임을 인간의 복잡한 몸과 의식 모든 것의 기본단위인 유기적 세포의 관점에서 파악하고 있다는 데 그 특징이 있다.'유기적' 세포들과 디지털 픽셀이 구별되지 않는 세계, 0과1로 이루어진 단순구조가 무한 반복운동을 하는 그곳'에서 디지털 이미지의 픽셀은 생물체의 기본구조인 단위 세포로 재해석 되어진다. ● 이상 5인의 작가들은 디지털 매체와 기법에 기반하면서도, 서로 다른 어법으로 디지털 매체를 둘러싼 다양한 담론들을 탐구하고 있다. 일반적인 작가들이 빠지기 쉬운 디지털의 기계적,물리적,기술적 측면에 함몰되지 아니한다. 또한 사실이나 사회적 문제들을 기록하거나 아카이빙하는 태도와도 구별된다. 자칫 드라이한 매체로서 공허하며, 인간과 진정한 접점을 찾고 소통하는 일과 무관한 정보와 시뮬라크르의 세계로부터 좀 더 적극적으로 인간이나 세계와 소통할 수 있는 미답의 영역을 찾아 다중적 감성을 실험하고 있다. 기술과 예술의 융합, 디지털 매체가 구현할 수 있는 통감각의 구현과 유기체적 인식, 다중적 감성은 매체와 인간, 세계와 인간의 불완전한 관계맺음을 해체하고 지각의 확장을 통해 불완전성을 극복할 수 있는 하나의 중요한 단초이기 때문이다. ■ 김찬동

Vol.20091207g | 디지脫 다중적 감성-09 신비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