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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정展 / CHOIYUNJUNG / 崔允禎 / painting   2009_1208 ▶︎ 2009_1220

최윤정_pop kids #04_캔버스에 유채_100×100cm_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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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9_1208_화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부산아트센터_BUSAN ART CENTER 부산시 동구 수정동 1-10번지 부산일보사 로비층 Tel. +82.51.731.5438 www.kimjaesungallery.com

God made man in His own image and to resemble Him, but through sin, man has lost resemblance while retaining the image. Having lost a moral existence in order to enter into an aesthetic one, we have become simulacra.(Deleuze)

최윤정_pop kids #02_캔버스에 유채_100×100cm_2009

최윤정이 이번에 발표하는「모데르노」의 소재는 인물이다. 화면 마다 한 인물의 얼굴이 크게 확대되어 그려져 있는데 그 인물들은 한결같이 안경을 쓰고 있다. 안경의 렌즈들은 불투명하며 그 위에는 코카콜라, 스타벅스, 미키마우스, 마돈나, 마이클 잭슨, 다이애나, 태극기, 수난의 예수 등 우리에게 아주 친숙한 이미지가 얹혀져 있다.

최윤정_pop kids #03_캔버스에 유채_100×100cm_2009

한동안 많은 작가들이 미디어 이미지를 가지고 작업했는데, 그것은 '재현(representation)'의 문제를 다루기 위해서였다. 현대미술에서 '재현'의 문제는 미술의 '정체성(identity)'과 관련된 아주 중요한 이슈다. 대상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환상을 구체화하는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것이 미술의 임무라고 생각한 작가들이 미디어 이미지를 즐겨 사용했다. 최윤정작가역시그림속인물들이안경을쓰고있는것에대해"미디어를 통해 세상의 신화를 접한다는 의미"며, 안경 위에 얹혀진 이미지들은 "현대 신화" 즉 "미디어를 통해 생산, 재생산되는 과정을 거쳐" 창조된 신화라고 말한다. 그녀에 따르면 그 이미지들은 신화로서 "현대인의 생활 속의 일부로 자리매김"하였지만, "그 실체를 알 수 없는 현대의 아이콘"에 불과하다.

최윤정_pop kids #06_캔버스에 유채_100×100cm_2009

최윤정의 「모데르노」에서 우리는 미디어를 통해 전파된 이미지들은 원본이 없는 이미지 즉 시뮬라크라(simulacra)라는 생각을 읽을 수 있다. 매스미디어는 실제 세계가 아니라 연출된 가공의 세계를 보여준다. 미디어는 실제 세계와 연출 세계의 구분을 모호하게 만들며, 연출세계가 실제 세계인 것처럼 받아 들여지도록 권력을 행사한다. 미디어가 보여주는 유명 연예인들은 이 세상 모든 부와 명예 모든 매력과 행복을 다 차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며, 유명 상품들은 온갖 재미와 즐거움, 유익함과 편안함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를 통해 반복적으로 제시되는 이런 모습은 신화를 만들어낸다. 「모데르노」는 이런 현대 신화의 문제를 다루는 작품이다.

최윤정_pop kids #07_캔버스에 유채_100×100cm_2009

여기까지만 본다면 「모데르노」는 별로 새로울 것이 없는 작품 같다. 구태의연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모데르노」에서 미디어 이미지는 한 부분을 차지할 뿐이다. 핵심 주제는 사실상 안경을 쓰고 있는 인물이다. 이제 시선을 안경 위의 이미지에서 안경을 쓰고 있는 주인공들에게로 옮겨 보자. 그들은 대부분 청소년들이다. 다이애나와 태극기 그리고 수난의 예수 이미지를 담은 안경을 쓰고 있는 인물은 동일 인물 같다. 그런데 헤어스타일은 물론 머리카락 색과 피부 색이 각각 다르다. 코카콜라 이미지의 안경을 쓴 인물은 마치 앞의 인물이 성형수술을 통해 약간 바뀐 것 같은 모습이다. 마이클 잭슨 안경을 쓴 인물의 모습은 어딘가 마이클 잭슨을 닮았다. 마돈나 안경을 쓴 인물은 마돈나를, 미키마우스 안경을 쓴 인물 역시 미키마우스를 닮았다. 스타벅스 안경을 쓴 인물은 우유커피를 많이 마셔서인가 매우 통통한 얼굴 모습이다. 태극기 안경을 쓴 인물은 유일하게 한국인 얼굴을 하고 있으며, 수난하는 예수 안경을 쓴 인물은 마치 애꾸눈을 가진 것 같다.

최윤정_pop kids #08_캔버스에 유채_100×100cm_2009

「모데르노」는 미디어를 통해 생산된 시뮬라크라를 닮으려함으로써 스스로를 시뮬라크라로 만들어나가는 인물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들뢰즈는 "현대성이란 시뮬라크라의 힘으로 정의된다"고 말했다. 「모데르노」가 "현대성에 대한 고민에 집중"한 작품이라고 말하는 최윤정작가는놀랍게도들뢰즈의핵심을정확히그림으로보여주었다. 「모데르노」는 단순히 이미지의 시뮬라크라적인 성격을 보여주는 작품이 아니라, 너나 나까지 모두 시뮬라크라가 되어 가는 시대, 시뮬라크라가 놀라운 힘을 발휘하는 시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는 재현의 문제에서 미술의 정체성 문제로 나아갔던 이전 작가들의 노력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단계다. 최윤정의 「모데르노」는 재현의 문제와 미술의 정체성으로부터 자아의 정체성 문제까지 포함하는 광범위한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

최윤정_pop kids #01_캔버스에 유채_100×100cm_2009

작가가 보여주는 문제에 대해 어떤 답을 내릴 것인가는 각자의 몫일 것이다. 아마도 「모데르노」 앞에서 어떤 사람은 현대성에 대한 비판을, 어떤 사람은 찬양을 할 것이다. 또 어떤 이는 호기심을, 다른 이는 무기력감을 느낄 것이다. 어떤 사람은 팝아트와 네오팝의 차이를, 또는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의 차이를 생각할 것이며, 또 어떤 사람은 플라톤과 들뢰즈를 생각할 것이다. 「모데르노」는 우리로 하여금 현대성에 대해 깊이 고민해 볼 기회를 제공한다. ■ 윤정윤

Vol.20091208f | 최윤정展 / CHOIYUNJUNG / 崔允禎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