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ust-monji

김진희展 / KIMJINHUI / 金珍熙 / installation   2009_1208 ▶︎ 2010_0107 / 일요일 휴관

김진희_색점-필터_전자부품_52×40×2cm_2009

초대일시_2009_1208_화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일요일 휴관

아뜰리에 705_ATELIER 705 서울 서초구 양재동 70-5번지 Tel. +82.2.572.8399 www.atelier705.com

우연한 만남은 종종 뜻밖의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김진희 의 작업은 일상에서의 예기치 못한 만남과 경험에 대한 성찰이다. 어느 날 아주 작은 몸짓으로 다가왔던 먼지는 '물아일체(物我一體)'의 신비한 경험을 작가에게 선사했다. 일상 속에 늘 존재하지만 존재감이 미미했던 먼지, 허공을 정처없이 떠돌아다니던 그 미세한 먼지가 나른한 움직임으로 작가에게 다가와 서로 소통했던 순간. 그 순간 작가와 그가 속한 공간, 그리고 그 공간에 함께하였던 먼지의 결합은 새로운 의미를 창출해내었다. 인식하지 못해왔던 존재가 작가에게 새로운 의미로 다가오게 된 순간에서의 깨달음과 이 뜻하지 않은 만남에서 비롯된 단상들은 김진희 작업의 단초가 되었다.

김진희_색점-필터_TV, 전자부품, 인청동선_200×100×100cm_2009

김진희 의 작업은 항상 곁에 있지만 존재감을 부여받지 못했던 사물과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고 지나쳤던 순간들에 대한 되짚어보기이자 재발견에 대한 탐구과정을 보여준다. 그의 작업들은 주제나 소재 면에서 연속성을 띠는데, 그는 현대생활의 필수품이자 중요한 소통수단인 텔레비전이나 라디오 등의 전자기기의 부품을 작업의 소재로 선택했다. 기능과 외관이 아니라 겉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내부'의 속성, 즉 구조를 해체하지 않고서야 쉽게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존재들을 하나하나 끄집어내어 보여주면서 먼지와의 조우에서 있었던 개인적 경험을 재현한다.

김진희_색점-필터_TV, 전자부품, 인청동선_200×100×100cm_2009

내부구조를 촘촘히 구성하고 있었던 이름 모를 부품들은 작가의 손에 의해 해체, 재구성되고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미술작품으로 탄생한다. 즉 전자기기의 부품 각각은 우리 삶의 어느 맥락에 존재하는 구성요소를 끌어내고 그 단편들을 재결합시켜 새로운 의미를 부여받는 이른바 '알레고리(allegory)'화의 과정을 거치게 되는 것이다.

김진희_the dust in slit_단파라디오수신기, 인청동선, 전자부품_300×150×100cm_2009

김진희 의 작품들은 파편화된 요소들과 요소요소간의 견고한 결합을 보여준다. 자유롭게 배열되어 있는 단편들은 작가의 조금 특이한 시지각 특성과도 연관이 있다. 작가에 따르면, 그의 눈 앞에 펼쳐지는 사물들은 마치 TV방송이 끝난 후 보게 되는 하얀색과 검은색 점들로 이루어진 화면과도 같이, 혹은 조르주 쇠라(Georges Pierre Seurat, 1859-1891)등의 19세기 말 신인상주의자(Neo-Impressionist)들의 회화에서와 같이 작은 색점으로 이루어진 형상으로 인지된다고 한다.

김진희_the dust in slit_단파라디오수신기, 인청동선, 전자부품_49×29×6cm_2009

김진희 의 작품을 보면서 우리는 이와 같은 작가의 시각적 경험을 공유하게 되는데 이를 「색점- 필터 Chromatic Point-Filter」(2008)연작에서 확인할 수 있다. 불규칙적인 수평수직의 그물망을 따라 꼼꼼하게 배열된 부품들은 작가의 눈에 비춰졌던 색점으로 이루어진 사물들의 또 다른 변주이다. 또한 앞뒤가 구분되어 있지 않아 어느 쪽에서 바라보아도 설치된 공간과의 관계에 따라 언제든지 시각적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유동성을 지닌다. 작가의 사고과정을 따라 나열된 「색점-필터」작품은 관람자로 하여금 작품을 묘사나 서술을 위해 만들어진 대상이 아니라 계속하여 구성, 해체, 재구성의 과정에 놓여있는 것으로 파악하도록 유도하는 '언캐니(uncanny)'의 기제를 떠올리게 한다. 우리는 전자부품들이 재구성된 김진희 의 작업을 통해 우리가 습관적으로 익숙하게 보아왔던 대상의 본질과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며 바로 이 지점에서 '다양한 관점에서의 읽기'를 제안하는 작가와의 소통이 시작된다. ■ 이운형

Vol.20091211i | 김진희展 / KIMJINHUI / 金珍熙 / 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