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최민건展 / CHOIMINGUN / 崔民建 / painting   2009_1208 ▶︎ 2009_1219 / 월요일 휴관

최민건_coming and going 09-1201_캔버스에 유채_112.1×193.9cm_2009

초대일시_2009_1208_화요일_05:00pm

2009-2010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아티스트 릴레이 프로젝트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CHEOUNGJU ART STUDIO 충북 청주시 상당구 용암동 2098번지 Tel. +82.43.200.6135~7 www.cjartstudio.com

최민건의 그림은 잃어버린 시간을 말한다. 작가는 예기치 않은 순간에 되살아나는 지나간 시간들로 우리를 데리고 간다. 시간의 안내자는 개이다. 개는 그의 작품에 늘 등장한다. 거울 속에서 물끄러미 우리를 바라보는 개, 달리는 개, 길을 걷는 개... 아감벤(Agamben)은 개를 말을 할 수 없는 증인이라고 했다. 오래전부터 인간과 함께 하며, 우리를 지켜보고 있지만, 개는 늘 부재하는 증인, 타인으로 남아 있다. 개는 후각과 연결된 동물이다. 인간이 문명인이 되기 위해, 즉 더욱 잘 보기 위해 포기한 능력을 개는 간직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개는 인류가 유년기에 잃어버린 어떤 것을 상징한다. 인간 의식의 가장 깊은 곳에 박혀 있는 원초성, 그러나 여전히 우리 정체성의 일부를 이루고 있는 그 무엇과 연결된다.

최민건_coming and going 09-1202_캔버스에 유채_112.1×193.9cm_2009

개와 함께 거울은 우리를 과거로 연결시킨다. 거울이 대상을 재현한다는 것은, 현재로 넘어 온 과거에 형태를 부여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거울은 과거의 시간, 잊혀진 것과 사라진 것들을 담고 있다. 최민건의 작품에는 서로 다른 두 세계, 두 종류의 시간이 공존한다. 때로는 거울의 장치를 통해, 혹은 비슷한 이미지가 담긴 두 개의 프레임을 배치시키면서, 혹은 흐릿한 형상과 분명한 이미지의 차이를 통해 현재와 과거, 현존과 부재가 나란히 있다. 먼 과거로부터 걸어 온 개는 길 위의 흰 선들, 교통 표지판들, 신호등, 자동차를 지난다. 이 사물들은 하나의 대상으로 그곳에 있는 것은 아니다. 이것들은 시간의 흔적과 횡단이며, 방향이 분명하지 않은 시간 여행의 노선들을 표현한다. 또한 이것들은 힘없는 증인인 개의 과거, 그리고 우리의 과거를 알려주는 지표이다.

최민건_Lost time 09-1001_캔버스에 유채_130.3×161.1cm_2009
최민건_Lost time 09-500_캔버스에 유채_116.7×181.8cm_2009

작가는 결코 추억은 아닌, 그렇지만 이미 사라진 기억을 우리의 정면에 놓는다. 우리가 그의 작품을 보면서 느끼는 비현실적인 인상은 바로 여기에서 나온다. 그의 이미지들은 마치 꿈속의 것, 환상적인 꿈과 같다. 그래서 우리는 그의 그림 속에서 대낮의 밝은 빛을 발견할 수 없다. 무채색의 그림들은 빛의 부재를 증명한다. 그것은 오래전부터 사라진 빛, 시간이 지운 빛, 혹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빛이 지운 흔적들이다. 그가 보지 못했던 것들에 대한 기억을 눈이 다시 볼 수 있게 하는 것은 바로 이 선명하지 않은 색, 흐릿한 이미지들이다. ● 시간의 지평선 저 너머에 기원을 둔 것 같은 이러한 빛 속에서 인물들은 사라진다. 다리만 있는 사람들, 혹은 형체가 흐릿하여 서로를 구분을 할 수 없는 사람들만이 그림 속에 존재한다. 그들은 서성이며, 혹은 의자에 앉아서, 아주 오래전부터 무엇인가를 기다리고 있는 듯하다. 상반신이 프레임을 벗어난 사람들은 늘 사라지는 시간, 빠져 나가고 있는 현재를 표현한다. 프레임 안으로 몸이 미처 다 들어오지 못한 개, 혹은 미처 다 빠져 나가지 못한 개의 형상 역시 사라지는 시간의 찰라, 순간들을 재현한다.

최민건_coming and going 08-601_캔버스에 유채_97×130.3cm_2008
최민건_coming and going 08-500_캔버스에 유채_116.7×181.8cm_2008
최민건_coming and going 08-P2_종이에 유채_71×100cm_2008

최민건의 그림 속에는 이처럼 끊임없이 현재를 밀어 내는 힘, 현재를 비우는 부재가 있다. 그는 이러한 부재의 힘에 사로 잡혀 있다. 그래서 그의 그림 속의 사람들은 유령처럼 존재한다. 최민건은 낮의 밝음이 지운 것들, 수수께끼의 흔적들만을 그림 속에 남겨 놓으면서, 우리의 꿈들을 빛나게 한다. 그의 그림의 표면에 나타나는 것은, 아마도 모든 살아 있는 기억이 붙잡고 있는 것보다 더 오래된 기억일 것이다. 그는 이처럼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길을 떠난다. 그러므로 그의 작업은 시간에 대한 탐구이며,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탐구, 예술의 기원에 대한 탐구이다. ■ 심은진

Vol.20091213h | 최민건展 / CHOIMINGUN / 崔民建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