三景別曲 삼경별곡

2009_1211 ▶︎ 2010_0120 / 일,공휴일 휴관

유근택_자라는 실내_종이에 수묵채색_135×135cm_2008

초대일시_2009_1211_금요일_06:30pm

참여작가 김민주_김선두_김성호_유근택_이재훈_임남진_장재록_한은선

기획_art company H_Hzone_아트레시피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일,공휴일 휴관

살롱 드 에이치_Salon de H 서울 강남구 청담동 31-2번지 신관 Tel. +82.2.445.0853 www.artcompanyh.com

한국화가 죽었다? ● 잠자고 있던 한국화가 깨어나고 있다. 전통적인 기법을 간직하면서도 그들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새롭게 기지개를 펴고 있다. 12월 11일 salon de H (살롱드에이치)에서 선보이는 두 번째 전시, 삼경별곡은 현대 한국화를 바라보는 시점을 전통적인 산수화에서 원경, 중경, 근경, 즉 삼경(三景)으로 나눠지는 시점에 빗대어 풀어내고 있다. ● 가장 한국적인 의식을 담고 있다는 한글이 옷 위에 새롭게 그려져 패션의 메카, 프랑스에서 찬사를 받고, 국내•외 유명 건축가들이 한국 전통 이미지를 형상화한 설계 작품이 초대형 건축 프로젝트 시장을 휩쓰는 등.. 이제는 '한국적이다'라는 말은 고루하고 답보 상태에 놓여진 상황을 말하기 보다는 새로운 흐름으로 표현되고 있다. 미술시장 속, 이러한 흐름에 동참하는 한국화는 전통적인 한국화의 감성은 유지하되 현대적인 화법과 표현을 받아들이는데 주저함이 없다. 과거, 관념적인 산수화나 사군자로 한정지어졌던 한국화는 현재 시대정신을 반영하고 대중문화를 적극 차용, 각색하는 등의 변화로 현대적인 감각에 맞게 재해석되어지고 있다. 본 전시에서는 역원근법을 이용한 풍경의 해체를 보여주는 김선두, 일상성에 대한 담론을 제시하는 유근택, 번짐과 증식을 통해 실재의 자연을 그리는 한은선, 자본주의에서의 욕망의 아이콘을 그리는 장재록, 기념비를 통한 사회의 지배적 이데올로기를 나열하는 이재훈, 불교의 감로탱화의 형식을 통해 일상의 사물들을 그려내는 임남진, 구름에 가려진 동물을 통해 대상의 존재성을 위트있게 풀어내는 김성호 그리고 의인화된 물고기를 통해 일탈과 자유를 꿈꾸는 김민주의 작품, 총 40여 점을 선보인다. 이를 통해, 삼경별곡은 한국화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필요로 하는 현 상황에서, 한국화의 뿌리는 무엇이며, 어떤 방향으로 가지를 뻗어 나아가는지, 그 열매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김선두_느린풍경_장지에 분채_60×200cm_2009

한국 미술계의 질적, 양적인 변화를 가져온 미술 유통시장의 이질적인 확장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는 2009년 오늘, 우리는 현대 한국화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한다. 스스로 마련한 탄탄한 대안 없이 타의적, 혹은 정치적인 상황 속에 출발하였던 19세기 구한말 서구미술의 도입기 이후, 한국의 현대미술은 그야말로 독재정권의 산업발전 속도만큼이나 눈부신 성과를 거두었다고 평가된다. 다만 그것의 역사에는 서구미술을 의식한 한국화의 강박적 답보의 과정도 포함되어 있다. 최근 미술시장과 비평의 턱 없이 좁은 관심범위와 제한된 선택의 현실에 비해 한국화의 진화는 오히려 자생적인 실험의 체득으로 그 진폭이 점점 커지고 있다. 전통적 관념산수화와 진경산수화, 철학적 사유를 통한 작가의 태도, 재료의 체험적 변용의 과제 있어 현대 한국화의 채널이 더욱 다양해진 것이다. 본 전시는 전통의 계승과 현대적 발전의 본질적인 숙명을 가지고 있는 현대 한국화의 현재 위치를 가늠하는 기획전이다.

임남진_섬-cryingroomⅠ_한지에 채색_ 69×100cm_2008

문학적 요소와 장지기법의 탁월함으로 특유의 화면을 구성하는 김선두의 작업은 전통적 정서와 삶의 태도에 맞닿아 있으며, 한국화의 자유로우면서도 서정적인 회화적 면면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관념적 거대담론 보다 치열한 진경의 리얼리티가 녹아있는 유근택의 작업은 지금, 현재의 일상을 대면하는 개인적 풍경을 온전히 몸으로 만나, 시대의 장면으로 환치하는 작가로 일컬을 수 있다. 한편 임남진은 감로탱화의 기법으로 책가도의 형식을 차용하여 작업실, 화구, 술잔, 라면, 컴퓨터 등 작가의 생활을 드러내는 물건을 통해 자신의 풍경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담는다. 위와 같은 현대 한국화가들의 작업을 볼 때, 형이상학적인 한국화의 전통사상으로부터 개인의 내면과 주변의 삶을 소재로 현실적인 삶의 시선으로 방향이 옮겨 간 듯 보이기도 한다.

김민주_어락원_장지에 먹과 채색_130×194cm_2009
김성호_존재와 생성_장지에 채색, 아크릴_90×90cm_2009
장재록_Another Landscape- Audi_천에 먹_122×180cm_2009
이재훈_NOBLE SAVAGE 이러고들 있습니까_152×105cm_벽화 기법_2009

의인화된 동물을 장면의 주인공으로 선택하고 해학적인 풍경을 펼쳐 보이는 김민주는 청록 산수를 연상시키는 색감으로 화면을 구성하는데, 민화에서 본 듯한 유머의 요소가 나타난다. 또한 김성호의 작업은 구름과 인물 혹은 동물이라는 소재를 한 화면에 같이 등장시키고 몽환적이면서도 초현실적인 풍경을 그리는데, 이것은 자연적 현상을 관념으로 은유하는 메타포를 가짐으로써 전통적인 관념산수화의 현대적 발현이라고 볼 수 있겠다. 주로 남성의 욕망이 투영된 자동차의 이미지를 수묵으로 표현하는 장재록의 작업은 전통적 기법과 현대적 소재의 양쪽 끝을 잡고 있다. 이러한 선택은 아이러니 하게도 포토샵을 이용한 탄탄한 묘사력과, 강한 흑백의 대비를 부각시키는 수묵으로, 복잡한 현대 도시의 풍경이 투영된 매끈한 자동차의 표면처럼 관객의 눈을 매혹한다. 프레스코 기법을 연상시키는 이재훈의 독창적이며 스타일리쉬한 화면은 색감과 묘사도 눈을 끌지만, 산업적 포스터나 정치적인 프로파간다의 정면적 구도를 유지함으로써 현대사회의 권력관계를 묘사하는 데 유리한 도구로 작용한다.

한은선_The Same and Not the Same_한지에 물과 채색_145×145cm_2008

때로 한국화의 재료는 캔버스에 물감의 레이어를 쌓아가며 표현되는 유화와 달리, 다분히 식물적인 구조이다. 이러한 한국화의 재료적 특성에 주목하는 한은선은 작가적 개입을 최소화 하고 우연한 흔적의 아름다움을 시간을 두고 관찰한다. 그녀의 작업은 평면이지만 행위에서 비롯된 성찰을 반추하게 하는데 논리와 과학에서 얻을 수 없는, 순수하리 만치 애절하게 인간의 철학적 실존을 자문한다. ● 이번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의 다양한 작업에서 살펴 본 바 대로, 이미 현대 한국화는 철학적 사유를 시각화 하는 표현에 있어 장르의 구분이나 경계에 불편하게 묶이지 않는다. 새로운 형식의 모색과 개척의 자유로움이 오히려 형식의 분류를 어색하게 한다. 원경, 중경, 근경, 즉 삼경(三景)처럼 다양하게 나눠지는 한국화는 이제 작가들의 다양한 세계관으로 투영되었고, 별곡처럼 자유로운 형식으로 각색 되어진다. 현재라는 시점에서 해독되고 번안된 현대 한국화는 앞으로 더욱 발전된 미래를 만들어 나가리라 기대해 본다. ■ 살롱 드 에이치

Vol.20091214b | 三景別曲 삼경별곡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