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의 은유

유미수展 / YOOMISOO / 柳米秀 / painting   2009_1206 ▶︎ 2009_1219

유미수_일상의 공간_혼합재료_181.8×290.9cm_2009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나무그늘 갤러리 초대展

관람시간 / 10:00am~11:00pm

나무그늘 Gallery & Book cafe NaMuGeuNeul Gallery & Book cafe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4가 441-10번지 경방타임스퀘어 단지 1층 Tel. +82.2.2638.2002

기억의 지층에서 건져 올린 미래의 꿈 ● 태양을 꿈꾸다. 작가 유미수의 화면들은 일상의 사물들이 뇌 속 깊은 곳 기억의 파편들처럼 흘러나와 유영하고 있는 듯하다. 소라, 나뭇잎, 태양, 조개, 연꽃 들은 화면에 찍히고 긁혀짐으로써 견고하게 고착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화면은 단조로움 가운데 세밀한 구성과 짜임새 그리고 명징한 색의 변조가 어우러져 있다. 화면 왼편에 볼록하게 처리한 태양은 언제나 태양이 뜨고 지는 것처럼 작가도 동일한 구성을 고수하고 있다. 유미수의 태양은 하얀 빛깔이다. 어릴 적 즐겨 먹던 익숙한 사탕의 그 부드러움과 달콤함처럼 그녀의 태양은 찬란함을 유년기의 추억으로 변환시키며 그렇게 항상 빛나고 있는 것이다. 조개는 조형성에서 태양을 닮아 있지만 비너스의 탄생이 조개위에서 이루어지는 것과 같이 생명의 탄생을 상징하는 어머니의 자궁과 같은 창조의 신비한 능력을 담고 있다 하겠다. 그리고 이집트 파라오의 상징이자 태양을 상징하는 연꽃의 등장 또한 작가의 추구하는 화면의 지향점이 태양을 닮은 이미지, 태양이 가진 신성한 힘을 동경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화면 오른편의 둥근 연잎을 포함하여 나뭇잎, 소라와 같은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는 소재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인데, 이들은 모두 태양 이미지 즉, 둥글다 의 조형성과 빛나다, 고귀하다, 꿈꾸다 의 상징적 의미의 또 다른 변형태(태양 변형 이미지)들로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녀의 화면은 일상적인 모티브들로 잘 가꾸어진 태양의 변주들이라 할 수 있으며 언제나 우리 곁에 존재하는 따스한 존재인 신성한 태양, 빛이 가진 밝음과 꿈을 말하고 있는 것이라 하겠다.

유미수_일상의 공간_혼합재료_53×91cm_2009
유미수_일상의 공간_혼합재료_71.7×91cm_2009
유미수_일상의 공간_혼합재료_71.7×121cm_2009

화석으로 고착된 일상의 흔적들 ● 작가의 작업들이 망막을 오랫동안 붙잡게 하는 이유가 있다 라면 그것은 양각과 음각을 조화시키고 찍어내기로 일구어낸 견고한 화면의 창출일 것이다. 이것은 그녀의 화면을 대할 때 동삼동(부산) 조개무지와 같은 고고학적 자료와 오버랩핑 되게 하는 이유인 것이다. 조개무지는 선사시대 사람들이 내다버린 조개껍질과 일상의 삶의 흔적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는 곳으로 그 속에는 여러 가지 사람들의 유물을 포함한 흔적들이 잘 남아 있다. 우리가 그 발굴현장을 직면할 때 생생하게 살아있는 고대인들의 삶의 숨소리를 체득할 수 있다는 것과 이미 많은 시간이 흘러버린 엄청난 시간의 간극을 마치 순간의 파노라마처럼 스쳐지나가는 경험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적막한 과거와 미래의 대면이 지금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현재는 과거가 되어 기억 속에 퇴적되며, 미래는 현재로 다가와 아무렇지도 않은 일상이 되어 버린다. 과거는 현재를 꿈꾸었고 현재는 미래를 소망하듯이, 작가 유미수의 작업들 또한 작가가 습관적으로 모아놓은 현재의 삶의 단편들은 화면에 붓을 대신하여 찍히고 긁혀짐으로써 이들은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유기적인 연결고리가 되는 것이다. 즉, 작가가 수집한 이러한 소소한 일상의 소재들은 현재의 기억들을 담은 유물들 즉, 현재 자신의 추억의 등가물 또는 비유들로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화석이나 고고학적 유적의 삶의 숨소리를 읽어낼 수 있는 것처럼 작가의 일상적 소재들 또한 견고하게 박혀 과거가 되고 미래가 되는 삶의 이야기들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유미수_일상의 공간_혼합재료_72.7×61cm_2009
유미수_일상의 공간_혼합재료_72.7×61cm_2009
유미수_일상의 공간_혼합재료_72×53cm_2009

기억과 비유에 관하여-축복을 노래하다. ● 가시적인 세상의 재구성이나 내면의 행복, 슬픔, 미래와 같은 추상적인 정신 과정들을 이미지나 그림으로 조형화 시킬 때에는 비유를 사용하게 된다. 비유는 인식의 직접적인 도구로 활용된다고 볼 때 작가가 천착하는 소라와 태양, 조가비 이미지들은 그녀에게 특별한 추억의 일화일 수도 있지만 인류보편적인 인식의 공감대를 형성해 주고 있다는 것이다. 즉 이들이 내포하고 있는 도상학(iconography)적인 역사성과 고착해 버린 인류학적인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는 신(神)에 관한 가시화인 것이다. 작가가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작가의 화면은 우리들에게 엔트로피를 증가시키고 동공을 확장시키며 미래의 확신과 밝음을 강하게 의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르네상스의 신 플라토니즘(Neoplatonism)에 세례를 받은 미켈란젤로는 천지창조에서 보여주듯이 하나님을 폭발하는 내재적인 힘으로 가득 찬 인간으로 가시화시켰다면, 베르니니의 성 테레사의 환영에서는 미묘한 테레사의 몸짓과 분위기(nuance)로 극적인 신의 축복을 표현했다. 이렇듯 화가가 가진 내재의 잠재력은 이를 기억이라고 해도 될 것이다. 이것은 각자의 기호를 사용하여 다양한 비유로 기억의 형상화를 시도하게 되는 것이다. 불교의 비로자나불(vairocana) 또한 태양을 신으로 대체시킨 형상이라고 보았을 때 작가의 화면은 분명 태양으로 은유된 신에 대한 작가 유미수의 기억에 대한 가시화인 것으로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이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기억을 종합하고 붉게 화석화시킴으로써, 축복이 내재되어 있는 긍정과 희망이 깃듯 신이 찬란하게 빛나오르는 화면을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스칼렛 오하라가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Tomorrow is another day)라고 했듯이 내일의 희망에 관한 솔직한 고백인 것이다. ■ 박옥생

Vol.20091216a | 유미수展 / YOOMISOO / 柳米秀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