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에 의한 중첩된 형상

최철展 / CHOICHUL / 崔哲 / painting   2009_1209 ▶ 2009_1222 / 월요일 휴관

최철_있었던 자리를 기억하며...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16×91cm_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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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9_1216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월요일 휴관

스페이스 이노_SPACE INNO 서울 종로구 관훈동 185 인덕빌딩 2층 Tel. +82.2.730.6763

아름다운 빛의 선율과 하나가 된 흔적들 ● 인간과 시공의 흔적을 바탕으로 그림을 그리는 최철의 작업세계는 현실에 안주함이 아닌, 새로운 도전과 탐색의 과정이라는 데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언뜻 보기에는 화면이 깔끔해 보이면서도, 오만가지 잡동사니와 여러 가지 부품들에서 느껴지는 흔적과 삶의 체취 및 시공이 집약되어 조형화된 것이 바로 최철의 작업이다. 한 때는 완벽한 제품으로서 위용을 자랑했다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이제는 쓸모없어져 버려진 기계 부속품도 작가 최철에게는 주목거리였다. 한 때는 완제품의 한 축으로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부품들이었지만 이제는 활용 가치가 없어 방치된 것들을 '흔적과 기계의 부속품 그리고 그림자'라는 주제로 꾸준하게 조형화시키는 흥미로운 작업인 것이다. 작가의 조형화 작업은 단순히 잡동사니들을 묘사하거나 형상화시키는 것이 아니다. 최철은 버려진 생활용품이나 기계의 부속품들이 비로소 자신의 본모습을 회복해가는 것으로 본다. 이처럼 본모습을 회복해가는 자연스러운 과정이 바로 최철의 작업 세계이다.

최철_깊은바다 속으로...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16×91cm_2009
최철_깊은바다 속으로...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16×91cm_2009

최철의 작업 세계는 사물이나 존재에 대한 소멸과 환원이라는 큰 틀을 바탕으로 하며 동양의 순환론 같은 철학을 담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시공의 이탈을 통하여 자유롭게 유영(遊泳)하며 기존의 사물이 지니는 허구의 실체를 캔버스에 조형화시키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캔버스 위의 사물의 흔적은 그 존재가 너무 선명하지만, 이 존재가 시공의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사라지면서 남겨진 환영은 캔버스에 그림자처럼 새로운 이미지로 투영된다. 다시 말해 하나의 입체적인 존재물은 그 흔적만 남고 사라지지만, 이 존재물과 그 이미지를 캔버스에 직접 투영시켜 사물 그 자체(物自體)가 지니는 존재의 잔상과 동시에 새로운 시각적인 공간을 확보하게 된다. 이처럼 새로운 시각적인 공간은 곧 대상으로부터 투영된 것으로서, 마치 흔적이나 잔상처럼 원본을 그대로 닮은 새로운 환영이라 하겠다.

최철_깊은바다 속으로...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16×91cm_2009
최철_깊은바다 속으로...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16×91cm_2009

이 새로운 환영은 비록 흩어져있는 쓰레기와도 같은 것들에 의한 것이지만, 그 본질은 전혀 다른 것이기에 새로운 이미지로서의 확장을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작가는 이 새로운 확장을 마치 빛의 효과처럼 표현하며 또 다른 시공 속에서의 이미지로 변환시키는 것 같다. 그러기에 그의 일련의 작품들은 마치 빛의 선율이 흐르듯 고요하면서도 정적감이 흐른다. 이것은 우연성이라기보다는 사물이 지니는 본성을 통해서 투영된 절대적 존재의 모습이다. 작가는 이 존재의 모습을 마음과 감성으로부터 무의식적으로 흡수시켜 2차원적인 평면에 불같이 토해내는 것 같다. 이 토해짐은 마치 빛의 고요 속에서 자연스럽게 파생되는 빛의 흔적들처럼 시공의 구석구석을 수놓으며 은은하게 자리매김하게 된다. 바로 이 빛의 흔적들이 작가의 작품 여기저기에 드러나 있다. 이 빛의 흔적들은 두말할 것 없이 사물의 존재 등 다양한 잡동사니들의 환영이라고 할 수 있다. 최철이 꾸준히 관심을 가져 온 사물에 대한 본성은 이처럼 아름다운 속성에서부터 비롯된 것이다. 그것은 자연에서 나온 자연의 속성이자 본성인 것이다.

최철_초록의 향기...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16×91cm_2009
최철_깊은바다 속으로...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60×130cm_2009

작가 최철은 이처럼 색다른 심미성을 바탕으로 작업을 한다. 그리고 작가 자신도 하나의 잡동사니 같은 사물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작가도 사물도 모두 자연의 일부이기에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의 투영을 그리워한다. 작가는 이 만남을 자신의 캔버스를 통해 이루어낸다. 그것은 광대한 우주 공간에 펼쳐진 블랙홀보다 더 크고 아름다운 것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기에 작가의 작품은 마치 동양의 여백미처럼 빈 공간의 흐름이 돋보인다. 이 공간의 흐름은 곧 시공을 초월할 수 있는 무한한 힘을 지닌 동양의 빛 같은 선율이다. 쓸모없이 버려진 소모품들과의 만남을 통해 하나가 되고, 여기서 나오는 또 다른 실존의 아름다움은 작가의 캔버스를 통해 고요한 아침의 빛처럼 드러난다. 최철의 작품에는 마치 고요한 아침의 나라에 흐르는 맑고도 은은한 빛과 같은 아름다움이 오늘도 조용히 흐르고 있다. ■ 장준석

Vol.20091217h | 최철展 / CHOICHUL / 崔哲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