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보다 동화 같은 more like a fairy tale

대구문화예술회관 기획展   2009_1223 ▶︎ 2010_0110 / 월요일,신정 휴관

작가와의 만남_2009_1223_수요일_04:00pm

참여작가 금혜원_김영희_선무_유비호_이강훈_이도현_이재원_홍원석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월요일,신정 휴관

대구문화예술회관 DAEGU CULTURE AND ARTS CENTER 대구 달서구 공원순환로 181(성당동 187번지) Tel. +82.53.606.6114 artcenter.daegu.go.kr

사전적으로 보았을 때 동화는 "어린이를 위하여 동심(童心)을 바탕으로 지은 이야기"이며, 그 내용은 "대체로 공상적·서정적·교훈적인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자세히 그 내용을 살펴보면 동화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지만, 결국 어른들의 가치관을 투영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인지 동화의 테마는 어른들에게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온다.이 전시는 어른들의 눈으로 우리들의 이야기를 일종의 동화처럼 만들어 보고자 한다. 솔직하지 못한 우리들이 솔직하게 이야기하기 위해서 어린아이 같이 순수한 동화라는 옷을 빌려 입었다고나 할까. 우리는 우리가 사는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새롭게 각색했다. 전시에는 현실과 유리된 것 같지만 현실을 보여주는 작품 또는 상상과 환상의 모습으로 포장했지만 현실을 발견할 수 있는 작품들을 보여준다. 확고하게 부정하는 혹은 지나치게 믿어 의심치 않는 것들은 무언가 실체와 다른 믿음을 부추긴다는 점에서 서로 닮아 있다. 작가는 바로 가려진 실체에 가까이 가려는 자들이다. 작가의 서사는 무언가를 밝히기도 하지만 때로 무언가를 감추기도 한다. 그리고 침묵하는 것, 감춘 것은 그것대로의 표식이 있다. 그것들은 소리 높여 웅변하기 보다는 한쪽 눈을 감고, 짐짓 아닌척하는 몸짓을 한다. 하지만 거기에는 웅크린 침묵 속에 감추어진 비수 같은 말을 발견할 수 있다. 이 전시를 통해 표면과 그 이면이 겹쳐지면서 엇갈리는 또는 확연한 장면에서, 동화와 현실이 교차하는 듯한 지점에서 우리의 모습을 발견해 보고자 한다.

금혜원_the green pond_디지털 프린트_60×157cm_2009

속속들이 알 바 없고, 그리 관심도 없는 곳이 있다. 우리는 어떤 것이 없어지고 새것으로 교체되는 과정에 별다른 관심을 두진 않는다. 작가 금혜원의 눈은 파괴와 재건 사이에 펼쳐진 장엄한 개발풍경을 응시한다. 형식적으로 장대하게 이어지는 파노라마 영상은 언뜻 보기에도 절대 한눈에 들어올 것 같지 않게 압도적이다. 푸른 영토blue territory라든가 연못, 섬과 같은 자연의 이름을 붙인 이 풍경들은 역설적이게도 인간이 진행하고 있는 파괴의 현장이다. 작가는 파괴에서도 보여지는 표면적인 아름다움을 읽고 있다. 하지만 이는 진정한 아름다움이라기보다는 그것에 가려 깊이를 알 수 없는 상처를 뒤덮은 장엄함에 대한 두려움일 것이다.

김영희_현모양처를 꿈꾸는 영희_디지털 프린트_110×164cm_2009

역할놀이는 일종의 꿈을 반영한다. 김영희는 자신의 작품에서 스스로를 다양한 상황에 노출시킨다. 마치 소꿉놀이를 하듯 연출된 자신은 욕망의 또 다른 출구에 있다. 그녀가 선망하는 이미지는 기본적으로 성적 매력을 표출하고자 하면서도, 다른 한편에는 여인의 삶을 이상화한 '현모양처'의 모습이다. 이 두 가지 욕구가 뒤엉키면서 작가의 이상은 '호피무늬 삼단 앞치마'에 투영된다. 언뜻 '섹시한 현모양처'라는 작가의 이상은 약간 의아하면서도 우습게 들린다. 하지만 더 섹시하게 더 이쁘게 '드러내'고자 하는 욕망과 함께 정숙하고 평탄한 삶의 이상은 우리 가운데 자연스럽게 이중의 코드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 아닌가? 정숙함과 같은 관습과 억압은 돋보이고자 하는 욕망을 더 이상 어찌 할 수 없나보다.

선무_리모콘_캔버스에 유채_162×130cm_2009

작가의 예명 선무(線無 선이 없음)는 한편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자신의 정체성을 말해 준다. 그의 입장을 상상하기 어렵지만 탈북자로 산다는 것은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보다는 새로운 정체성에 적응해야하는 과정이 아닐까? 그의 이야기는 오랫동안 자신의 믿어온 북한의 허상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지나치게 물질적 가치에 집착하는 한국의 모습 또한 북한의 모습과 닮아 있다. 북한 어린이들의 자랑스런 제복은 자유를 억압함으로써 들킬지도 모를 체제의 허상을 견고하게 해주는 일종의 도구이자 상징이다. 하지만 작가의 눈은 이미 자유가 넘치는 남한에서도 스스로가 정한 물질적 목표와 가치 안에서 자신을 억압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발견한다.

유비호_Euphoric Drive_3D영상_2008

우리의 일상을 생각해 보면 아침부터 잠이 들기까지 수많은 자극과 주입 속에 머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모든 것들을 물질화, 수치화할 수 있는 자본주의는 그러한 물질적 욕망을 우리에게 심어주어야만 순환되는 것이다. 하루 종일 탐나는 그것들에 노출된 우리는 자연스럽게 그것을 욕망하게 된다. 작가는 3D영상 작품「Euphoric Drive」에서 내 것은 아니지만 멋진 건물들과 세계 일등의 광고들이 넘쳐나는 도시의 풍경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우리들의 모습을 발견한다. 마치 환상의 길을 따라가는, 길의 끝은 알 바 없이 도취된 마냥 즐겁게 따라가는 우리의 눈은 이미 익숙한 그것들의 노예가 된 듯하다.

이강훈_Untitle_레진, 흑경, 깃털, 아크릴_320×300×150cm_2009

이강훈의 작품은 실제로 동화의 플롯을 따르고 있다. 지난 2여년간 지속된 그의 이야기는 파괴된 자연 속에서 선한 본성을 찾아가고자 하는 상상의 동물들을 주인공으로 한다. 동화의 줄거리는 파괴된 자연에서 떠날 수밖에 없었던 상상의 동물들과 이를 다시 복귀시키려는 노력의 이야기이다. 작가는 산업시대 이후 벌어지는 생산과 발전의 과정을 그 반대 측면에서 파괴의 그림자로 본다. 순수한 꿈을 간직한 채 자연 그대로 사는 것은 일종의 신비하면서도 두려운 일인 것일까? 영험한 신비의 동물들의(지혜의 전령 등) 등장은 순수한 그때의 그곳으로 회귀하고자 하는 작가의 열망을 담고 있다. 오히려 낯선 것 같고 그래서 더욱 신비한 자연은 사실 그대로 그러하여 자연히 간직되거나 되돌아가야할 고향이며, 본성인 것이다.

이도현_Dreamer_캔버스에 유채_270×162cm_2009

이도현의 작품에는 상상의 원천으로 이어주는 매개가 있다. 굳게 닫혀 있지만 언제든지 열릴 가능성을 안고 있는 '문'은 엄청난 상상의 고리가 되며, 다가가는 모든 이를 긴장시킨다. 작품에서 경계는 말랑말랑한 카라멜처럼 더 이상 확고한 영역을 이루지 못한다. 금지된 세계를 가볍고 자유롭게 넘나드는 나비처럼 작가의 상상력은 무한히 뻗어나간다. 모든 현실 속 에는 비밀스런 본질이 감추어져 있는 것처럼 작가의 상상력은 모든 자연과 모든 사물 모든 장소의 경계를 허물려하고, 감추어진 비밀에 다가가려 한다. 또한 보는 이들에게 깊은 상상의 세계로 진입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한다.

이재원_HOL_YWOOD_캔버스에 유채_100×162cm_2009

끈적하고 느끼하고, 넘쳐나는 영양 덩어리 '치즈'는 이재원의 작품에서 모든 것들의 연결고리를 제공한다. 그것 때문에, 그것을 위하여, 그것과 함께 이야기는 구성된다. 느끼함의 상징인 치즈는 빠져나갈 수 없는 세상의 욕망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어, 주위의 모든 것들을 이어준다. 엉뚱하게까지 뻗어 나가는 작가의 상상은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우리 안의 기형과 부조화에서 출발한다. 어린 시절 그는 인종 차별과 동서양의 문화차이를 경험하였고, 그 충격은 서구화된 외면의 모습과 차별되는 동양의 아이콘의 충돌로 나타난다. 다른 문화권의 상징들이 충돌하는 모습은 마치 끊임없는 물질적, 물리적 욕망과 껍데기에 가려져 정체를 알 수 없는 정신 사이에서 방황하는 우리의 자화상과 같다.

홍원석 음모_캔버스에 유채_130×476cm_2009

어둠은 모든 것을 덮는 듯하지만, 어둠 속에서 수많은 일들이 벌어진다. 홍원석 작품 속의 짙은 어둠과 푸른 야경 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사실은 만나고 싶지 않은 꺼내기 불편한 사건들이다. 그는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의 부조리함을 과도한 상상력으로 새롭고도 의아하고, 비현실적인 사건으로 각색한다. 자세히 관찰해야 하는 이 사건들은 사실 도시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으며, 우리가 마주칠 수 있는 장소에서 벌어진다. 작가는 아름다운 삶이 지속되기 위한 따끔한 목소리처럼 아름다운 푸른 배경 속에 역설적인 사건들을 담아냄으로써 소외되거나 외면당하는 불편한 사회 현실을 조명한다. ■ 박민영

미술관 교육_꿈상자를 만들어요 일시_2009_1226_토요일~2009_1227_일요일 / 11:00am~01:00pm, 02:00pm~04:00pm

Vol.20091221d | 동화보다 동화 같은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