玄-間 Black Space

김문희展 / KIMMUNHUI / 金紋希 / painting   2009_1209 ▶︎ 2009_1220 / 월요일 휴관

김문희_玄-間 1_코튼섬유, 분채_97.9×193.9cm_2009

초대일시_2009_1209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월요일 휴관

봉산문화회관 BONGSAN CULTURAL CENTER 대구시 중구 봉산문화길 77 Tel. +82.53.661.3081~2 www.bongsanart.org

Ⅰ. 黑과 空間-⑴ 화면에 나타나는 色 ● 본인 작업의 특징은 검정색을 중심으로 그려졌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다시 말해, 채도를 배제하고 명도의 차이로 화면을 채우고 있다. 빛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 검은 空間과, 그 空間 안에서 有機的으로 존재하는 象은 灰色으로 그려진다. 물론 黑으로 칠해진 空間만이 존재한다면 이는 空間이라기보다는 단순한 평면으로 받아들여져 그 본연의 의미를 잃어버릴 수 있으며, 화면에 놓여있는 象 역시 그 존재가 가벼워져서 단순히 공중에 떠있는 하나의 부유물로 비춰질 수 있다. 인간의 눈은 '黑'에도 '白'에도 빨리 순응하기 때문인지 하얗고 검은 정도만으로는 그 의미가 가벼워진다. 이는 물리적인 수치일 뿐 본인이 작업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바는 아니다. 작품에 나타나는 黑은 단순한 색채(黑, 白, 灰는 무채색이다)만이 아니라 물질성을 동반하는 질감의 표현인 동시에 보는 이의 시-지각을 자극하고, 나아가 평면 위에서 생성된 空間을 표현하고, 복합적으로 받아들이고 느끼게 하고자 함이다. 이는 象이 존재하는 空間이 있기에 그 의미가 선명해지고, 空間 역시 그 안에 담겨진 象이 있기에 무한히 뻗어나가는 힘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이는 불변하는 것이 아니라 시시때때로 생기소멸 하는 유기적 관계를 성립하며, 서로를 존재할 수 있게 해주는 원인과 결과인 것이다.

김문희_玄-間 2_코튼섬유, 분채_97.9×193.9cm_2009
김문희_玄-間 3_코튼섬유, 분채_97.9×193.9cm_2009

⑵ 空間=玄間 ● 동양에서는 옛부터 천원지방(天圓地方)이라 하여,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라 생각 하였고, 불교의 만다라에서도 같은 형태를 찾아볼 수 있다. 이는 空間의 有-無限性을 나타내는 말로써 손에 잡히고 만져지는 유한한 물상(物象)의 땅과 만지거나 끝을 알 수 없는 무한한 하늘의 존재를 설명한 것이다. 유한한 공간인 땅은 어디서든 하늘을 볼 수 있으며 무한한 하늘은 어디서든 땅을 감싸 안고 있음은 벌써부터 우리는 알고 있는 사실이며, 이들이 한 공간 안에서 공존함 역시 우리는 알고 있다. 이들이 한 공간 안에서 緣起的 관계로 공존함은 형체가 없이 존재하는 무한자(無限者)와 형체를 가지고 존재하는 유한자(有限者)의 존재를 더욱 가시적으로 선명하게 해준다. 본인의 작업에서 유한자는 화면에 등장하는 象으로, 무한자는 검은색으로 비워진 空間으로 나타난다. 유한자인 象은 오래된 괴목에서 출발하였으나, 사실상 그것이 수명을 다해 고사한 괴목으로 보이든 종유석으로 보이든 혹은 또 다른 어떠한 유기체로 보이는 것은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象으로 존재한다는 것, 즉 새로운 空間을 생성해내는 존재의 象으로 보는 이에게 인식되는 것이 중요하다. 이 象은 보는 이에 따라 수없이 많은 해석으로 이어지게 된다. 그러면서 동시에 감상자들은 象과의 감정이입을 통해 象 너머에 있는 새로운 空間=玄間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김문희_玄-間 4_장지, 콘테, 혼합재료_180×60cm_2009
김문희_玄-間 5_장지, 콘테, 혼합재료_180×60cm_2009

Ⅱ.玄과 空間의 緣起的 관계 ● 空間은 무한함을 뜻하기도 하지만, 틈-사이(間)를 뜻하기도 한다. 이곳과 저곳의 사이(間) 이 역시 空間이며, 이곳과 저곳 혹은 이것과 저것이 있지 않고는 성립되지 않는다. 만약 이러한 전제조건이 없다면 이는 空間이 아니라 虛空일 뿐이다. 象과 象의 사이(間)에 空間이 존재하고, 그 空間과 空間의 사이(間)에 또 다른 空間이 존재하며, 이렇게 무수히 많은 象과 空間들 사이에 또 다른 틈-사이(間)가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象이 象으로만 존재하지 않으며, 비어있는 空間만이 空間은 아니다. 이렇게 무수히 많은 空間들은 緣起的으로 서로 照應하고, 지속적으로 새로운 空間들이 생기소멸하며 서로 相生함에 이르게 된다. 象이 없이는 空間은 존재할 수 없다. 이는 틈-사이(間)가 설명해주듯이 象과 象사이에서만이 空間이 형성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空間은 사이(間)로만 존재하는 것이다. 무한으로 뻗어나가는 우주도 또 다른 우주와의 사이(間)가 존재한다. 空間을 보려면 象을 볼 수 있어야하며, 象을 보려면 象과 象 간의 틈-사이(間)를 볼 수 있어야한다. 이때 비로소 空間을 가시화되며, 象과 空間 그리고 틈-사이(間)는 서로 緣起的 관계에 놓여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김문희_玄-間 6_ 코튼섬유, 분채_80×320cm_2009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틈-사이(間)중 가장 큰 空間은 천지지간(天地之間)이다. 흔히 空間은 비워져있는 것, 넓고 큰 것만은 생각하지만, 아주 좁은 곳에서도 틈-사이(間)는 존재한다. 넓고 큰 空間만이 아닌 아주 좁고 협소한 곳, 괴목의 외피, 말라비틀어진 내피의 결과 결의 사이 혹은 껍질과 껍질의 사이와 같은 곳에서도 그 끝과 깊이를 알 수 없는 무한의 玄間을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들이 화면에 옮겨지는 과정 속에서 획과 획의 사이라는 또 다른 空間을 형성해내어 새로운 象과 空間 그리고 틈-사이(間)가 공존하게 되는 것이다. 본인의 작업은 이렇듯 삶 속에서 늘 경험하고 느끼는 것이지만 뚜렷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너무나 쉽게 지나쳤던 空間에 대해 다른 시각으로 탐구하고 그것을 화면에서 새로운 空間으로 생성해내는 것이 연구 과제이자 목적인 것이다. 이번 전시가 보는 이로 하여금 그동안 너무나 당연히 받아들여졌던 象에 대하여 다시금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기가 되어 그 안에 담겨져 있는 수없이 많은 틈-사이(間) 그리고 空間에 대해 조금은 깊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 김문희

Vol.20091223e | 김문희展 / KIMMUNHUI / 金紋希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