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벌레가 내게 가르쳐 준 것

장욱희展 / JANGWOOKIE / 張旭希 / installation   2009_1216 ▶︎ 2009_1222

장욱희_애벌레가 내게 가르쳐 준 것_플라스틱필름_가변설치_2009

초대일시_2009_1216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갤러리 토포하우스 1관_TOPOHAUS 서울 종로구 관훈동 184번지 Tel. +82.2.734.7555 www.topohaus.com

자연의 부재를 드러내는 매체; 유기적 그물로서의 별 ● 이 전시회는 2007년에서 2009년에 제작 된 작업들과 그 결과물을 요약한다. 이번 전시의 작품들이 자연과 인공, 생태와 매체, 그리고 재생과 파괴와 같은 생태론적 주제를 다루는 점에서 이전의 시도들과 일관성을 갖는다. 반면 최근의 제작물들은 개별 형태들의 결합 방식과 LED의 채용 및 동영상의 적용을 통해 그 이전과 분명한 몇몇 형식적 차이를 갖는다. 이전의 시도가 현실의 자연 대상을 매체에 끌어 옴으로써 생태론적 주장에 집중했다면, 최근의 변화는 매체 내부에서 자연을 암시하게 함으로써 그 주장을 대상화 했다. 따라서 이 전시를 통해 나는 나의 사고마저 거리 두는 기회를 기대한다.

장욱희_애벌레가 내게 가르쳐 준 것_동영상_2008

최근 설치물과 개별 버전들은 크게 별, 이파리, 애벌레의 이미지들로 구성된다. 별은 2005년에 시도 된 「별이 된 씨앗」연작에서 유래한다. 당시 나는 플라타너스 열매에 캔 꼭지를 결합하고 화랑 천정에 매달았다. 이 작업으로 나는 별이 하늘나라의 씨앗으로 생각했던 내 유년기의 통찰을 구현함으로써 생명의 근원을 버려진 식물의 열매로 드러내려했다. 이후 나는 별과 씨앗을 연관 짓는 제작을 지속했다. 별은 나의 작품에서 생명이 살아가는 세계를 의미 한다. 이 번 작품에서 별은 식물의 씨앗대신 내가 고안한 다각형으로 대체된다. 외부로 향해 다섯 방향으로 방사하는 형태는 별의 오래된 상징이다. 플라타너스의 씨앗을 별에 비유하는 대신 이번 버전에서는 인간의 사고에 오래도록 별로 간주되어 온 형태를 곧장 채택한 셈이다. 그 표면에 나있는 잎맥의 결(Texture)과 경로들을 재현했다. 이러한 결은 혈관과 도로처럼 하나의 기관이나 조직 그리고 세계를 살아 있게 하는 에너지의 통로로 암시된다.

장욱희_애벌레가 내게 가르쳐 준 것_동영상_2009

별의 이미지에서 밖으로 방사하는 다섯 개의 가지 끝에는 원형으로 뚫려있다. 이는 별과 별을 연결하는 장치이자 씨앗의 둥근 형태에 유래하는 이미지이다. 과거 나의 작품에서 개별형태들 간의 결합은 끈이나 풀과 같은 매개체에 의존한다. 하지만 지금의 작품에 개별형태 별들은 별다른 연결물 없이 그 뚫린 구멍들로 서로 이어진다. 이러한 결합 방식의 변화는 내 작품 전체를 구성하는 개별형태의 역할을 훨씬 유기적이게 한다. 별이 세상을 비유하는 것이라면 흐름을 가능케 하는 잎맥은 문명과 자연을 비유한다. 그런가 하면 동영상 버전에서 바탕을 기어가며 배회하는 인물은 애벌레와 연관된다. 이 인물은 제작자인 내가 직접 벌레의 몸짓으로 이동하는 것을 촬영한 결과이다. 이렇듯 내 작품을 구성하는 모든 이미지들은 나의 직접적 경험과 사색에서 비롯된다.

장욱희_애벌레가 내게 가르쳐 준 것_혼합재료_30×40×10cm_2009

이들 이미지는 세 가지 포맷으로 설치된다. ● 첫째 매체가 환경에 그대로 노출되는 설치물로서 지금껏 나의 제작에 주된 형식으로 채택되어온 유형이다. 별의 이미지들이 결합된 단위들이 화랑 공간에 겹쳐진 채 걸리고 관람자가 그것들 사이로 이동하게 한 것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때 단위들 사이의 간격에 조명이 스며들고 반투명의 막으로 이루어진 별의 이미지들은 중첩과 결합의 정도에 따라 다양한 시각적 판독을 제공한다. 실재하는 공간 자체가 하나의 통합된 이미지로 읽히게끔 된 셈이다. ● 둘째는 매체가 환경에 독립된 포맷이다. 이는 이전의 시도에서는 없었다. LED조명과 결합 된 회화적 틀 속에 별과 애벌레 이미지들이 구성된다. 이는 벽에 걸리고 관람자에게 고정된 장면을 보인다. 앞의 포맷이 실재하는 환경을 강조하고 매체가 환경에 직접적으로 노출된 것이라면 이것은 회화적 상상과 이차원적 판독을 관람자에게 제공한다. ● 셋째는 이미지가 움직이고 그 움직임을 읽어가는 관람자의 판독에 따라 일정한 서술이 전해진다. 공간을 운용하는 이들 세 가지의 형식을 한 곳에 설치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장욱희_애벌레가 내게 가르쳐 준 것_혼합재료_30×75×10cm_2009

세 가지의 서로 다른 공간적 특성을 드러냄에도 이 전시에서 나의 작품들은 관람자에게 한 가지 분명한 기회를 제공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나의 주장을 나의 매체가 그대로 전달 할 것이라는 과거의 신념이 도전 받게 된 것과 동일하다. 다섯 개의 가지로 된 다각형은 오래도록 별의 상징으로 받아드려져 왔다. 그러한 직설적 형태들의 결합과 그 표면의 잎맥들의 중첩 앞에 선 관람자들의 판독은 자극적이지 않고 오히려 그들의 당연한 생각들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별을 별로 보고, 사람을 사람으로 보고, 잎맥을 잎맥으로 볼 것이다. 이러한 직설의 확인은 결국, 별은 본 것이 아니라 별의 상징을 재현한 이미지를 본 것이고, 잎맥을 본 것이 아니라 흐름과 유통의 경로를 암시하는 시각적 자극물을 본 것이고, 사람을 본 것이 아니라 애벌레의 동작을 모방한 제작자의 몸짓을 본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나의 작품에는 별, 이파리, 인간과 같은 분명한 자연의 대상은 없다. 자연은 재생과 복원의 뚜렷한 주체이고 그렇게들 믿는다. 하지만 그 믿음마저 자연이 아닌 것이 되어버린 것 같다. 나의 매체는 자연의 부재를 통해 자연을 이야기하려 한다. ■ 장욱희

Vol.20091224b | 장욱희展 / JANGWOOKIE / 張旭希 / 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