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er's Mentality

임성수展 / LIMSUNGSOO / 林性洙 / painting   2009_1217 ▶ 2010_0115 / 월요일 휴관

임성수_Travel Manual_캔버스에 유채_130.3×162.2cm_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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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9_1218_금요일_05:0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스페이스몸미술관 SPACEMOM MUSEUM OF ART 충북 청주시 흥덕구 가경동 633-2번지 제2전시장 Tel. +82.43.236.6622 www.spacemom.org

임성수의 그림들 속에서 보이는 이미지들은 만화적 이미지들이다. 현실 속에서 보이는 사물들이 약화(略畵)가 되어 드러나며, 언제나 주인공 격의 인물 혹은 인물들이 있고, 인물들이 처한 특수한 상황이 있다. 그의 그림들을 일별해 보면 그림 속 주인공들이 처한 상황은 대체로 무서운 상황이다. 큰 스피커들로부터 지령을 받아 단체 행동을 해야 하며, 언제나 친구인 줄 알았던 테디 베어로부터 공격을 당하기도 하고, 테디 베어들의 눈알을 뽑아 수프를 만들어 먹기도 하는, 먹고 먹히는 세계, 제물로 삼았다가 제물이 되고 마는 세계가 그의 그림들 속에 펼쳐지고 있다. 머리가 크고 몸이 작은, 귀여움의 기호를 담지 한 그의 주인공들은 눈알을 번들거리면서 작가가 부여한 임무를 수행하거나, 그림 속의 의문의 상황들 속에서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 물론, 그의 그림 속에 등장하는 모든 상황이 현실의 메타포라는 것은 쉽게 알 수 있고, 귀엽다거나 끔찍하다거나 하는 가치의 반전이 그의 그림에서 가장 처음 두드러지는 부분일 것이다. 되씹을수록, 그 이미지들은 거듭 바라보고 싶은 이미지들이 아닌, 잊고 싶은 이미지로 기억된다.

임성수_Travel Manual_캔버스에 유채_181.8×227.3cm_2009

그의 만화적 이미지들은, 동일하게 만화 이미지를 이용하는 서양의 팝아트 작가들보다는 일본의 나라 요시모토나 무라카미 다카시와 더 가깝다. 서양의 팝아트에서 만화 이미지를 끌어들였을 때, 그것은 하이 컬쳐와 로우 컬쳐를 가르는 기준에 저항하여 저급한 것으로 치부되는 소재를 고급예술인 순수미술의 영역에 끌어들여 그 경계를 모호하게 하려는 전략이 사용되었던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그들에게 있어서 만화 이미지는 광고 이미지나 스타의 이미지 등과 동격인 대중적 소재들 가운데 하나였다. 이에 비해 나라나 무라카미에게 있어서 만화 이미지는 그것이 만화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는 소재인데, 임성수 에게도 만화, 만화적 사고방식은 이것과 저것 가운데 선택된 것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몸에 배어 있어서 종이에 손을 가져다 대면 자동 발생적으로 드러나는 것처럼 여겨진다.

임성수_Travel Manual_캔버스에 유채_130.3×162.2cm_2009

그의 그림을, 주의 깊게 보지 않고 그냥 일별하면, 앞서 언급한 일본 팝 작가들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한, 그들의 어법에 깊이 침윤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 인상을 부추기는 것들이 캐릭터 화된 동글동글한 주인공들인데, 그러나 그의 작품을 되풀이해서 바라보면 그의 그림 속에 등장하는 이미지들은 그가 가진 긴 서사의 한 편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되며, 일본 팝처럼 보이는 것은 그가 말하고자 하는 서사적 세계에서가 아니라 표면적으로 보이는 측면인 것이다. 그는 어린아이의 단순함을 무기로 하여, 기실 기나긴, 세상의 깊은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며, 세상에 대한 그의 인식은 오히려 사회학적 성찰에 근거하고 있는데, 이러한 측면에 임성수다움 이라고 부를 수 있는 어떤 것을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

임성수_Travel Manual_캔버스에 유채_162.2×130.3cm_2009

그 다운 어떤 것이 무엇이라고 말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의 그림들에서 첫 번째 주목해볼만한 현상으로, 그림 속 동일한 형상과 상황이 몇 년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반복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껌을 씹어 풍선을 부는 아이, 담배를 피워 연기를 뿜는 아이, 컵으로 만든 손전화기를 들고 있는 아이, 머리가 서로 연결되어 있는 샴쌍둥이, 건물들이 들어차 있는 익명의 거리, 거울을 들여다보는 인물들. 이 인물들은 적어도 2005년경부터(혹은 그 이전부터) 현재까지 색채와 구도와 세부묘사를 달리 하더라도 반복되어 나타나고 있는데, 이러한 반복은 의식적인 의도나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의도를 내려놓았을 때 오히려 무의식의 수면으로부터 떠오르는 이미지들의 반복인 것처럼 보이며, 이는 거의 자폐적인 현상에 가까운 것처럼 보인다.

임성수_Traveler's Mentality_캔버스에 유채_100×80.3cm_2009

여기에 더해지는 것이 그의 세상에 대한 인식일 것인데, 예의바르고 천진난만한 미소와 선한 말투를 가진 작가 임성수는 세상을 기본적으로 공격적이고 잔인하고 음험한 곳으로 파악하고 있다. 싸움에서 상대의 머리카락을 뜯어 한 줌 쥐고 있는 소년이나 아귀와 같은 형상의 입을 도리어 꽉 물어버리는 작은 아이의 그림들에서 볼 수 있듯이, 세상은 내가 오히려 한 술 더 떠서 잔인해질 때 살아갈만한 형국이 된다고 그는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세상은 이빨만이 가득한 형상들이 언제든 나를 깨물어 먹으려고 돌아다니는 곳이며(「Chewers」), 강강수월래의 대열에 안전하게 끼어 있어야 겨우 먹잇감으로 전락하지 않을 수 있는, 끔찍한 곳이다(「Propaganda」). 그에게 있어 세상은, 나쁜 꿈처럼 잔혹하다. 삶을 살아간다는 것이 세상의 완벽한 범죄에 동참하는 일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그는 내가 나를 구할 수 있을까, 그림이 나를 구할 수 있을까, 그림이 세상의 이들에게 말을 걸 수 있을까 물어보고 있다. 그는 일상적인 것의 원래적 모습을 드러내어, 이러한 세계를 당신도 알고 있지 않는가, 하고 보는 이에게 물어보고 있는 것이다. '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이성복의 詩 , 「그날」)은 것처럼 그림 속에서 불감증에 취한 주인공들, 마비된 것처럼 보이는 이들을 바라보며, 사실은 이들이 아픔을 느껴야 하는 것이라고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가장 무서운 일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임성수_스페이스 몸 미술관_2009
임성수_스페이스 몸 미술관_2009

이번 전시에서 그의 주인공들은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작가는 주인공들을 여행 보내기 위한 다각적인 매뉴얼을 제작하였는데, 순환적인 그만의 상상력에 힘입어 그간 등장했던 사물과 동물들이 총출동하여 도구화되고 있다. 주인공을 무엇무엇으로 변신시키기 위한 제작매뉴얼이라는 아이디어 역시 2003년에 본격적으로 등장했던 것을 다시 끌어들이는 것으로, 자기반복적인 특성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고 있다. 주인공이 계획하는 여행은, 목적지가 명확하지 않지만, 일단 하늘로 떠서 하는 여행이다. 스스로가 연료가 되기도 하는 등, 이렇게 저렇게 그렇게 갖은 방법을 동원하여 하늘로 떠오르면, 여행이 시작될 것이다. 가볍게 날개를 달아줄 수도 있으련만, 그는 주인공들에게 가장 불가능해 보이는 방법을 꿈꾸게 하여, 관객으로 하여금 그 꿈에 대해 쓴 웃음을 짓게 한다. 그것이 또한 내가 아닌가, 그것이 또한 이 세상이 아닌가, 하는 공감에서 우러나는 쓴 웃음, 그것이 임성수의 작품이 관객과 공유하는 감상의 방식이다. ■ 이윤희

Vol.20091225i | 임성수展 / LIMSUNGSOO / 林性洙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