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령한 숲의 순례자

김성남展 / KIMSUNGNAM / 金成男 / painting   2009_1218 ▶ 2009_1231 / 일요일 휴관

김성남_캔버스에 유채_180×116.5cm_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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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9_1218_금요일_06:00pm

관람시간/ 11:00am~06:00pm / 일요일 휴관

갤러리 무이_GALLERY MUI 서울 서초구 서초동 1658-14 무이빌딩 1층 Tel. +82.2.587.6123 cafe.naver.com/gallarymui.cafe

초인, 늪을 만나다 ● 김성남의 그림을 보면 어떤 힘이 느껴진다. 평온하고 고요한 화면 속에서는 꿈틀거리는 색의 움직임들과 광활하게 펼쳐진 대지의 웅장함이 느껴진다. 구체적인 설명을 경계한 듯 흐트러진 형체는 슬그머니 속살을 내비치며 어떤 형상들로 순식간에 조합되어 눈앞에 나타난다. 그것이 행여 주검일지라도 오히려 대지로 스며들면서 반복적인 삶의 윤무를 시작할 것 같다. 회화에서 선은 잡히지 않는 사물과 대기의 사이를 표현하고, 색은 사물의 두께를 표현한다. 이렇게 선이 사이를 표현하고 색이 두께를 표현할 때 평평한 화폭은 무제한적인 깊이를 지니게 된다. 반대로, 선은 그어지면서 경계를 허물고, 색은 칠해지면서 표면의 속살을 드러낼 수 있는 것은 회화가 깊이를 지닌 평면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이렇듯 선이 대상을 구분짓는 것이 아니고, 색이 표면에 머무는 것이 아니고, 평면이 단순한 평면을 넘어선 회화에서는 움직임이 없는 움직임을 표현할 수 있다. 소리나 냄새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김성남_Shells powder, Gell mediums, Modelling compound, Silver acrylic, Oil on canvas_162×112cm_2009
김성남_Shells powder, Gell mediums, Modelling compound, Silver acrylic, Oil on canvas_162×97cm_2009

김성남은 회화의 이러한 특성을 잘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색채는 과묵하고 붓질은 자유로우며 형체들은 은밀하고 비장해 보인다. 그의 그림은 어두운 듯 밝고, 흐릿한 듯 맑다. 형상과 숲은 평범한 듯하면서 낯선 음습함이 흐르고, 고유한 듯하면서도 요동치는 움직임이 느껴진다. 흰소의 등에 올라탄 인간의 다리는 기형이고, 소의 꼬리는 핏빛으로 물들어 있고, 물가에는 죽은 새가 어떤 힘에 짓이겨진 듯 흐트러져있다. 그의 그림에서 재물의 역할을 하는 소와 새는 대지의 형상을 닮아있다. 그러고 보니, 소는 병든 인간을 치유하고 새는 죽음처럼 깊고 어두운 심연의 힘으로부터 물의 생명성을 지키고 있는 듯하다. 한편으로, 숲그림은 밝고 경쾌하다. 호미질하듯 툭 던져진 붓질들은 숲의 모든 것을 열광케하면서 활기를 느끼게 한다. 그의 숲은 생명성이 가득한 늪지를 닮아있다. 늪의 물가에는 자유롭게 유영하는 듯 인간이 있다. 자연을 정복하는 것이 아닌, 자연의 힘에 따르는 진정한 초인의 모습 같다. 김성남의 회화는 기교가 보이지 않아 좋다. 사회가 요구하고, 이성에 의해 실현되는 기교들이 없다. 의도된 목적, 의미를 부여하려는 태도도 없다. 그럼에도 그의 그림에는 신성한 기운이 감돈다. 그의 그림이 신성함을 간직한 채 저기 있다면 그 그림이 신성함을 전하려고 애쓰고 있어서가 아니라, 그림을 그리고 있는 작가가 신성한 상태에 머물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 박순영

김성남_캔버스에 유채_116.7×80.3cm_2009
김성남_캔버스에 유채_116.7×80.3cm_2009

성남이형의 그림을 바라본다 ● 자연이란 아름다운 것. 이런 명제는 그저 지루한 언어의 영역일 뿐, 자연이 나에게 주는 끝없는 의미는 내가 관습적으로 내뱉는 아름답다는 표현의 화석같은 차원을 언제나 넘어서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서로 만나며 또 그렇게 서로 습기를 잃어가고 있어도, 그런 생활의 배경으로나마 곁에 두고 싶어하는 숲을 무의식적으로 동경하는 것은 도시인 입장에서는 어쩌면 당연한 일이리라. 휴가때에 깊은 숲에서 촉촉한 잎사귀들이 서로를 부딪히며 속삭여 주는듯 고요한 소리는 언제나 나를 편안히 쉬게 만든다. 그런 고요함을 뚫고 나뭇잎 사이로 눈부시게 반짝이는 햇빛. 만약 거기에 언어란 것이 존재한다면 이렇게 화폭에 손짓하여 기록해 놓은 물감의 흔적같은 그런 소리가 날 것 같다.

김성남_캔버스에 유채_116.7×80.3cm_2009
김성남_캔버스에 유채_116.7×72.7cm_2009

언제나 숲속으로 들어간다는 체험은 길을 벗어나야만 하는 간단하고도 낯선 전제가 필요하다. 상쾌한 숲길을 따라 산책을 하다가 혹 그 숲길마저 벗어나 바짝 마른 낙엽과 나무가지를 밟고 숲 가운데로 들어가는 체험은 눈에 보이는 장벽은 없을지라도 전혀 다른 세계로 진입하는 새로운 경험이 되는 것이다. 무한대로 떨어진 마른 나뭇잎들 위에 서서 신선한 수분을 간직한채 한없이 별처럼 빛나는 저 찬란한 푸른 잎사귀들을 올려다 보는 광경이란. 지금의 나로서는 아마 숲속을 하루종일 헤매여 본들 이를 수 없는 그런 꿈이겠지만. 어쩌면 한가로이 거기 늪 속에 몸을 담근 어떤 동물은 그 단 한번뿐의 완전한 건조를 기다리며 그냥 몸을 한 번 가볍게 그 속에 적시는 것이다. 저기 저 그림에서처럼. 나도 그렇게 따라해 본다. 숲속에서 우러나온 습지에 내 몸을 평화롭게 적셔본다. 죽음은 단 한번 뿐이지만 그 속에 잠겨있던 아늑한 순간은 죽음만큼 영원한 것이리라. 그렇게 죽음과 화해하는 나를... 성남이형 그림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하염없이 꿈꾸어 본다. ■ 지효섭

Vol.20091226b | 김성남展 / KIMSUNGNAM / 金成男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