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외로움

김혜란展 / KIMHYWRAN / 金慧蘭 / painting   2009_1222 ▶︎ 2010_0103 / 월요일 휴관

김혜란_달콤한 외로움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17×91cm_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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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9_1222_화요일_06:00pm

관람시간 / 화~목,일요일_02:00pm~08:00pm / 금~토요일_02:00pm~10:00pm / 월요일 휴관

바나나롱 갤러리 BANANA LONG GALLERY 부산시 해운대구 중1동 1076-2번지(달맞이길 64) Tel. +82.51.741.5106 blog.naver.com/bananaspace

여행의 최종 목적지는 어디인가? ● 여행을 떠나려는 여자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녀는 벌써 세 번째 가방을 풀어헤치고 있다. 최대한 짐을 줄이려 해보았으나 이 구두만큼은 도저히 빠뜨릴 수가 없다. 하지만 수첩을 빼고서 구두를 넣은 것은 멍청한 짓이라는 생각이 든다. 옷을 한 벌 줄일까? 아니다, 어쩜 여행 중 멋진 남자를 만날지도 모르는데 티셔츠만 입고 다닐 수는 없지 않은가. 이렇게 네 번째 가방을 풀어헤쳐 놓고, 예매해둔 기차표가 똑바로 되어있었던지 걱정이 된다. 강박증에 가깝게 일곱 번째 확인을 마친 뒤에야 조금 안심이 된다. 하지만 이 짐들을 가지고 땡볕 아래서 또 버스를 타려고 생각하니 짜증이 치밀어 오른다.

김혜란_길에서 만나다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53×45.5cm_2009
김혜란_바다위 정원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1×117cm_2009
김혜란_시원하게, 혹은 평온하게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53×40.9cm_2009

분명 여행에서 돌아오면 피곤에 지쳐 쓰러질게 뻔한데, 왜 이렇게 기를 쓰고 여행을 가려고 하는지 스스로도 모르겠다. 어차피 계획대로 모든 일이 잘 풀리지도 않을테고, 여행에서마저도 지금의 일상과 같은 구질구질한 일들을 만나면 더욱 짜증이 날것인데. 그렇지만 여행을 취소할 수는 없다. 하루의 여행에서 만난 단 하나의 숭고한 풍경이 나의 일년을 달래어 줄테니까. 여행은 그런 것 이니까.

김혜란_고속도로 로망스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73×91cm_2009
김혜란_23살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53×40.9cm_2009
김혜란_늘..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62×130cm_2009

여기에 그 숭고한 풍경을 우리에게 선물해주는 작가가 있다. 그녀의 그림을 보면 마치 여행을 떠난듯한 착각을 느끼게 만든다. 그녀가 여행을 다니며 만난 사람들, 그들과의 대화, 길에서 들리는 음악소리와 낯선 곳의 새로운 풍경이 어우러져 마치 한편의 영화가 그려지듯이 캔버스에 담기는 것이다. 잔잔하게 요동치는 그녀의 감정들은 캔버스의 평면마저 요동치게 한다. 이것이 바로 김혜란 작가의 매력이다. 일차적인 화면 안에 마치 마법의 가루를 뿌린 듯이 관객에게 향수를 선물해주는 것이다. 그녀의 그림에 딱딱하고 분석적인 글은 필요치 않다. 보는 것만으로도 향수를 일으킬 수 있는 그림이 여기 있다는 것만으로 이미 충분하니까. ■ 박정곤

Vol.20091226i | 김혜란展 / KIMHYWRAN / 金慧蘭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