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마리 호랑이 100 Tigers

서공임展 / SUHGONGIM / 徐恭任 / painting   2009_1229 ▶︎ 2010_0225 / 백화점 휴무시 휴관

서공임_사람은 고귀한 신분으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고귀한 사람으로 되어 가는 것이다_ 캔버스에 천연안료_180×530cm__2008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롯데갤러리_2009_1229 ▶︎ 2009_0127 에비뉴엘 B2F~5F_2009_1229 ▶︎ 2009_0225

관람시간 / 10:30am~07:30pm / 백화점 휴무시 휴관

롯데갤러리 본점 LOTTE GALLERY 서울 중구 남대문로2가 130번지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B2~5,9층 Tel. +82.2.726.4428 www.avenuel.co.kr/guide/guide_project.jsp

다시 2010년, 경인(庚寅)년의 새해가 밝았습니다. 이번 경인년 호랑이해를 맞이하여 롯데백화점 본점 명품관 에비뉴엘(지하2층~5층)과 롯데갤러리(9층)에서는 민화작가 서공임을 초대하여 『100마리 호랑이』展을 개최합니다. 서공임 작가는 약 30여 년간 전통민화의 재현하는 작업과 함께 현대적으로 재창조하는 작업으로 국내외 각종 전시회와 의상, 디자인 등과의 콜라보레이션, 그리고 유니세프, UN 등이 주체하는 국제행사를 통해 명실공히 독보적인 민화작가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호랑이는 국토를 닮은 영물이며 사나운 맹수이지만, 전통민화에 표현된 그들은 이웃집 아저씨 같은 친근함과 동네할아버지 같은 해학, 그리고 까치나 토끼들과 어울려 익살스러우면서 넉넉한 인심을 보여줍니다. 호랑이 민화를 그리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게 되었다는 작가의 고백처럼, 우리민족에게 호랑이는 어려울 때마다 기운을 북돋아주고 풍요와 희망을 상징해 왔습니다. 예부터 정초에 궁궐이나 대가집 대문에 벽사(僻邪)와 복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호랑이 그림을 걸었던 풍습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때문에 2010년 경인년을 맞이하여 서공임작가의 호랑이 민화는 작가 개인에게 뿐만 아니라, 보는 이들 모두에게 더욱 중요한 의미로 다가오리라 생각됩니다. 에비뉴엘 전관(12.29~2.28)에 걸쳐 전시될 호랑이는 시골 할아버지처럼 인자한 호랑이, 까치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파안대소하는 호랑이, 토끼에게 속아 약이 바짝 오른 백수의 왕, 곰방대 빠는 천연덕스러운 맹호, 산신 옆에 배를 깔고 엎드려 능청스럽게 웃고 있는 호랑이도 있고 문틈에 끼인 요물까지도 찾아낸다는 네눈박이 호랑이 등, 총 전통민화를 모사한 31점의 44마리가 선보입니다. 전통 민화를 모사했지만, 서공임작가만의 필치와 해학, 그리고 재구성을 통하여 전통은 지키되 원형을 손상시키지 않는 범위에서 재창조하는 작업을 선보입니다. 이에 비해 9층 갤러리(12.29~1.27)에서는 서공임 작가가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호랑이 56마리가 선보입니다. 화려하고 강렬한 한국의 전통 오방색을 바탕에 깔고, 전통 민화에서 나오는 호랑이들이 새로운 옷을 입고 나비나 모란 등과 함께 과감하면서도 화려한 현대적인 호랑이들을 등장시킵니다. 이들 호랑이들은 전해내려오는 한국회화 중에서 가장 잘생겼다는 김홍도(추정) 호랑이, 또는 꽃과 나비에 취한 듯 몽롱한 눈으로 무섭기는커녕 멍청한 듯 편안한 호랑이, 어떤 운송회사 마스코트로 유명해진 호랑이 들입니다. 또한 한국인의 얼굴을 가장 많이 닮았다고 하는 호랑이의 얼굴만을 클로즈업해서 그린 호랑이의 초상화 30여점이 한 작품을 이룬 「한국인의 얼굴」, 그윽한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 호랑이 가족화에 이르기까지 전통민화의 모사에 그치지 않고 현대적으로 확대, 재해석한 작가의 능수능란함과 창작성이 돋보이는 전시가 될 것입니다. 올곧은 민화가 서공임작가. 그 혼신과 열정으로 탄생된 「100마리 호랑이」의 정초 세상나들이에 깊은 관심과 관람 부탁드립니다. 꾸짖음, 기상, 그리고 여유와 해학의 얼굴들로 여러분을 맞이할 것입니다. ■ 롯데갤러리

서공임_단원김홍도를 생각하다_한지에 채색_183×130cm_2009

"조선의 귀부인들이 허리에 차고 다니는 주머니에는 보석이나 정표를 넣고 다니는데, 그 중에는 무시무시한 호랑이의 발톱이 들어 있다." 19세기 말 조선에 온 선교사 윌리엄 그리피스가 「은자의 나라 한국」이라는 그의 책에 쓴 증언이다. 파란 눈의 이방인은 우리 조선 여인들이 호랑이 발톱을 달고 다니는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았던 모양이다. 호랑이 발톱과 여인의 취향이 맞닿아 있다는 게, 지금의 나에게도 무척이나 신기해 보인다. 백 마리의 호랑이를 기르는 여자라는 제목의 신문기사가 있었다. 십이 년 전의 일이다. 호랑이해를 맞아 호랑이 그림전시회를 연다는 소개의 글이었다. 참 재미있고 기발한 내용이었다. 그 기자의 말을 듣고, 난 그리피스의 말을 떠올렸다. 그녀도 호랑이 발톱을 허리춤에 달고 다니지 않을까하는 장난기 어린 생각이 발동했다. 어떤 사람이기에 호랑이를 키우나... 그 호랑이의 주인이 바로 서공임이다. 그녀가 이번에 다시 백 마리의 호랑이 전시회를 갖는다하여, 기대 섞인 궁금증이 들었다. 그때 키우던 호랑이가 아기였다면, 지금은 건장한 청년 호랑이로 성장 했을 터이니 말이다.

서공임_한 남자가가슴에 별을 품고 앉아 있습니다_캔버스에 천연안료_116×91cm_2008

여인의 허리춤에서 빛나는 호랑이 발톱처럼, 호랑이는 우리 한국인에게 아주 특별한 의미를 갖는 동물이다. 호랑이는 두려움, 용맹에서 복종과 신뢰, 해학과 풍자의 대상까지 극과 극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 정초면 대문에 호랑이 그림을 붙여 액을 막으려는 풍속도 있었다. 일종의 부적이었던 셈이다. 호랑이가 담배 피던 옛날, 호랑이보다 더 무서운 곶감이야기를 듣고, 정말일 것이라 믿었던 시절도 있었다. 호랑이 이야기가 전설이 되어버린 지금, 서공임의 이번 전시회는 우리가 잃어버리고 있었던 꿈과 추억을 상기시킨다. 우리의 호랑이 그림은 중국풍의, 사진처럼 그려진 호랑이가 아니다. 눈을 부릅뜨고 있다고 화가나있다거나, 입을 쩍 벌리고 있다 해서 흉맹한 악당의 모습도 아니다. 우리의 호랑이는 옆집 갑돌이와 건너 마을 삼돌이처럼 그런 친숙한 얼굴이다. 술에 취해 눈이 풀어진 장터의 김씨 아저씨, 곰방대를 빨고 있는 박씨 할아버지, 우직하게 생긴 이씨 청년의 모습이다. 모두들 온순하고, 재미있고, 때론 어벙한 채로 웃고 있다. 바로 우리의 얼굴이다. 서공임은 우리 한국인의 얼굴을 호랑이로 표현하고 있다. 평화롭고, 착한 우리의 심성을 해맑고 밝게 그려내고 있다. 호랑이는 그에게 순수와 본능 그리고 생명력이다. 바로 우리들의 삶 그 자체이다.

서공임_지는 꽃 피는 꽃 나비처럼 나풀거린다_캔버스에 천연안료_116×91cm_2008

호랑이를 그렸던 일이백년전 우리 무명화가들의 마음도 그렇게 순수했을 것이다. 많은 이들이 우리 민화 속의 호랑이를 아무렇게나 그린 그림이라고 폄하한다. 그러면서도 좋아한다. 이중적인 잣대를 가슴과 머릿속에 따로 가지고 있다. 어찌되었건, 막상 호랑이를 그리자면 그렇게밖엔 그릴 수 없다. 아니면 무미건조한 증명사진이나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당시 이름 없는 화공들의 솜씨를 보노라면, 꿈꾸는 음유시인들의 감미로운 노래와 시대를 앞선 천재화가들의 향연을 보는 것 같다. 그들은 지금의 어느 누구도 흉내 내기 어려운 현대적인 감각과 날카롭게 시대를 꿰뚫어 보는 예리한 안목을 가진 사람들이었던 것 같다. 민화의 대부분이 왕실과 지배 엘리트의 주변을 장식했던 그림에서 출발했다는 사실은 이제 거의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민화가 판소리와 함께 당시 18·9세기 조선 사회에 새롭게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중간 계층의 정신세계를 집약적으로 표출했던 그림이라는 점도 많은 공감대를 얻고 있다. 호랑이 그림에서 찾아 볼 수 있는 해학과 풍자적인 요소는, 중간계층의 지배계층에 대한 저항의식과 격동하고 있던 시대적 현상을 반영한, 승화된, 표현이라는 의견도 설득력을 가진다. 서공임의 그림은 이 같은 인식이, 백여 년을 넘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을 웅변하고 있다. 그녀의 호랑이 그림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한국인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있으며, 이 시대의 정신을 간결하고 명료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때 우리 조상들이 추구했던 자유롭고, 정의로우며, 강력한 새로운 세상에 대한 열망과 순수했던 열정이 다시 되살아나는 것을 느껴는 것이다.

서공임_까치와호랑이_한지에 채색_각 97×66cm_1997

서공임은 이번 전시에서 당시 활약했던 천재들에 대한 경의를 화두로 담고 있다. 비록 이름은 알 수 없지만, 그들의 그림들이 뿜어내는 빛나는 아름다움은 정말이지 경이로운 세계이다. 그들의 그림은 간결하고, 단순하다. 불필요한 것은 과감히 생략하고, 중요한 것은 또 과감히 강조한다. 정해진 격식, 규격화된 화법도 없다. 은유와 직설적인 표현의 적절한 조화는 구구절절한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림을 보는 순간, 그린 사람의 마음이 보는 사람에게 그대로 전달된다. 감성과 이성 모두 자유로운 상태인 것이다. 서공임의 그림은 바로 그런 위대한 스승들의 가르침에 충실히 따르고 있다. 그리고 이심전심으로 전해지는 자유로운 영혼의 교감을 느끼게 한다. 서공임의 그림 선생님은 바로 그들 무명화가이다. 호랑이 그림의 생명은 눈에 있다. 맞는 말이다. 고개지는 외형적 사실을 뛰어넘어 내면적 사실까지 담아내는 데에는 눈동자의 표현에서 판가름난다고 하였다. 우리 호랑이 그림의 진수는 형형히 빛나는 보는 이의 간담을 서늘케 하는 눈빛에 있다. 또 호랑이 그림의 역동성은 이빨과 발톱에서 나온다. 어떤 것이라도 꿰뚫어버리고, 박살을 내버릴 것 같은 힘은 여기에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호랑이 그림의 핵심은 털의 묘사에 달려있다. 세밀하고 섬세하지 못한 붓질은 그림의 격을 떨어뜨리는 결정적 요인이다. 자세나 구도, 얼굴생김이 아무리 뛰어나다해도, 호랑이 털의 미묘한 표현에 성공하지 못하면, 그 호랑이는 비 맞은 족제비가 될 뿐이다. 그렇다고 세밀한 것도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빌어먹은 개처럼 까칠해지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서공임의 붓질은 그런 의미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의 표현에는 부드러움과 함께 온기가 느껴진다. 비로소 생명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서공임 호랑이의 매력이 발산되는 대목이다.

서공임_호랑이_한지에 채색_각 97×66cm_1997

서공임 그림의 결정적인 힘은 민화의 전통을 이어가면서도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는데 있다. 그의 그림에는 지난 날 무명화가들의 빛나는 열정이 녹아있다. 그렇다고 그는 전통에 함몰되어 개성을 잃지도 않는다. 그는 항상 새로움과 변화를 추구한다. 민화의 힘과 정신이 살아 숨 쉬고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그의 민화는 현대의 옷을 입고 다시 태어난다. ■ 이기영

Vol.20091231c | 서공임展 / SUHGONGIM / 徐恭任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