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wing body

김지연展 / KIMJIYEON / 金志燕 / sculpture   2010_0106 ▶ 2010_0112

김지연_desire_emotion_실리콘_160×160×120cm_2009

초대일시_2010_0106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갤러리 토포하우스_TOPOHAUS 서울 종로구 관훈동 184번지 1관 Tel. +82.2.734.7555 www.topohaus.com

자기치유 과정을 통해 구현된 핑크 빛 유토피아 - 트라우마와 희망이 공존하는 김지연의 작품세계 ● 김지연은 그의 첫 번째 개인전 『Sewing body』에서 그동안 자신이 경험해왔던 심리치유의 과정과 그 결과로서 구현된 욕망의 세계, 즉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 가상의 유토피아를 작가 특유의 조형어법으로써 제시하고 있다. 그는 색을 첨가한 실리콘을 이용해 자신과 타인의 몸을 부분적으로 캐스팅하고 굳힌 뒤 바느질로 재조합하는 독특한 작업 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몸을 바느질한다'는 작품 콘셉트를 접했을 때, 현대미술에서의 일반적인 '몸'의 담론들을 떠올리며 인체의 부분들을 임의대로 절단하고 그 조각들을 성긴 바느질로 얼기설기 꿰매놓은 다소 거친 이미지를 상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파스텔 톤을 주조로 한 서정적인 색감과 꼼꼼한 손바느질로 이루어진 그의 작품은 이러한 상상을 여지없이 무너트린다. 김지연의 작품을 처음 마주했을 때 떠올리게 되는 단어는 '상처', '치유' 그리고 그 치유를 위한 '차분하고 역설적인 자기표현'이다. 고통스러웠던 삶의 궤적을 기록한 그의 작품은 분노를 동반한 요란한 발산의 과정이 아니라 상처를 보듬고 재생시키려는 이성적인 행위로 이루어져 있다.

김지연_desire_in_실리콘_가변설치_2009

김지연의 작품은 피부 표면의 디테일한 부분들을 매우 사실적으로 드러내 보이고 있다. 입술 주름, 손금, 속눈썹의 미세한 부분들, 심지어는 캐스팅 당시 작가의 손목에 붙어있던 파스나 손가락에 낀 반지까지 마치 지문을 찍듯이 작업 당시 작가의 육체적, 심리적 상황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작가는 심리적으로 고통스러운 상황에 처할 때마다 일종의 기록 행위로서 자신의 모습을 캐스팅하고 그 조각들을 정성스럽게 바느질 해나갔다고 이야기 한다. 즉 그의 작품에서 바느질은 여성작가로서의 아이덴티티를 상징하는 동시에 찢겨 해체된 조각들을 이어 붙여 복구하는 행위, 다시 말해서 자기 치유의 행위로서 해석될 수 있다. 작가는 전지전능한 존재가 된 듯이 상처받은 자신의 몸 이미지들을 만들어내고 그것을 스스로 꿰매어 내면의 상처들을 원상복귀 시키고자 한다.

김지연_desire_out_실리콘_160×97cm_2009

김지연의 작품에서 치유와 원상복귀는 외형적 형태의 복귀가 아닌 심리상태의 복귀를 의미한다. 그는 채워지지 않는 욕망에서 비롯된 심적 고통을 이상향의 제시라는 역설적인 방법을 통해 치유하고 있다. 즉 따뜻한 색채와 고운 바느질로 형상화한 유토피아의 이미지를 제시하는 것으로써 상처와 욕망이 뒤섞인 가운데 갈기갈기 찢겨나갈 듯이 고통스러운 심리상황을 극복해내고 있다.

김지연_desire_out_실리콘_160×97cm_2009

그는 자신의 존재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최대한 섬세한 표현을 얻어내고자 때로는 거즈도 사용하지 않은 채 캐스팅 작업에 임한다. 여기에 실리콘의 부드러운 촉감까지 더해지면서 캐스팅된 신체의 파편들은 실제 살가죽을 연상시킬 만큼 사실적으로 표현되었다. 자신의 발가벗은 몸을 캐스팅하여 작업한 영국의 조각가 안소니 곰리(Anthony Gormley, 1950~ )는 이러한 작업과정을 마음을 비우고 내적 성찰에 임하는 수련과정에 비유한 바 있다. 스스로의 몸을 캐스팅하는 김지연의 작업 역시 감정의 잔해들을 작품에 기록하고 無의 상태로 돌아가려는 작가의 의식적인 표현으로 해석할 수 있다.

김지연_desire_go_철, 나무_가변설치_2009

하지만 작가는 이러한 사실적인 표현들을 결코 직접적으로 제시하지 않는다. 즉 온전한 모습의 인체를 보여주는 곰리의 캐스팅 작업과는 달리 김지연의 작업은 인체의 부분들을 캐스팅하여 재조합하고 평면적인 이미지로서 제시한다는 커다란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이번 전시에 소개된 작품들은 퀼트작업을 연상시키는 바느질로 조각과 회화의 경계에 선 그의 특징적인 작품형식을 드러내고 있다. 이처럼 평면적인 기록행위로 해석될 수 있는 그의 작품은 마치 텍스트를 읽어내려 가듯이 작품에 접근하도록 하려는 작가의 의도가 무의식중에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이번 전시에 출품된 「Portrait」, 「Fortune」, 「White」는 사각형의 프레임을 이용해 평면작업의 인상을 표현하고 있으며, 근작인 「desire_Out」, 「desire_Emotion」, 「desire_Island」 역시 화면의 질감과 입체감을 더한 콤바인페인팅(Combine painting)과의 연관성을 드러내는 작업 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마티에르가 강조된 그의 작품은 채색된 오브제들이 중첩되어 있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각각의 조각들은 모두 인체의 일부를 캐스팅하여 얻어낸 사실적인 이미지들을 담고 있다. 이전 작품에서는 발, 손, 귀, 눈, 가슴과 같이 알아보기 쉬운 신체의 부분들을 제시 했지만 「desire_Island」와 같은 최근작품에서는 엉덩이, 허벅지, 무릎 등 쉽게 알아보기 어려운 부분들로 작품의 많은 부분을 처리하여 지나치게 직접적인 메시지 전달에서 벗어나 관객들에게 상상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김지연_desire_island_실리콘_160×240cm_2009

이밖에도 작가는 보다 상징적인 메시지 전달을 위해 색을 적극적으로 작품에 도입하고 있다. 인체 작업을 통해 콤플렉스와 그로부터 비롯된 상처 및 억눌린 감정을 치유해 나갔던 작가는, 미술치료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2007년을 기점으로 색을 또 하나의 심리적 언어로 제시하기 시작하였다. 이에 대해 작가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하고 있다. "인체를 이용해 무의식 속에서 느껴왔던 일상의 감정을 표현했던 나는, 미술치료에서 중요시 되는 색을 심리적인 언어로서 작품에 사용하기 시작하였다..."(작가노트, 2007년)

김지연_portrait_실리콘_35×35cm×2_2007,2008

김지연의 작품은 독성이 강하고 굳히는 과정이 까다로운 실리콘을 주재료로 하고 있다. 작가는 원하는 색감과 굳은 정도를 맞추기 위해 여러 차례의 실험을 거치면서 최근작인 「desire_Out」에서는 원색적인 색감을 살리는 데 성공하고 있다. 「desire_In」을 비롯한 그의 작품에는 분홍, 연보라, 연파랑, 연노랑 등과 같은 파스텔톤의 색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 중에서도 연파랑과 분홍은 각각 남성성과 여성성을 상징하는 것으로 그의 작품에서 주조 색으로 사용되고 있다. 우리를 늘 꿈꾸게 하고 마냥 행복하게 해줄 것 같은 파스텔 톤의 색이지만 김지연의 작품에 사용된 색은 알 수 없는 차분함을 내포하고 있다. 이처럼 톤다운 된 색감은 작가가 밝은 색을 사용하면서도 항상 소량의 검정색을 첨가하면서 비롯된 결과이다. 이러한 행위는, 그가 제시한 유토피아의 이미지가 보이는 그대로 마냥 밝고 희망적인 것만이 아니라 작가의 내면적 고통과 상처가 내포되어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아울러 작가 자신이 그러한 고통을 딛고 한층 성숙해진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색의 상징과 더불어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사다리, 하늘에 떠있는 풍선과 기구, 네잎 클로버 등은 삶에 대한 희망을 상징하는 작가의 개별상징으로서 제시되고 있다. 김지연의 작품은 지극히 개인적인 알레고리들과 색의 상징으로 가득 찬 수수께끼와 같다. 그는 지나간 시간에 대한 추억과 그리움 그리고 그것을 잊지 않기 위해 기록하려는 집착에서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이야기 한다. 그것이 비록 아름다운 추억이 아닌 잊고 싶은 고통의 순간일지라도 그는 그 순간을 세세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고 표현해 내기 위해 편집증적일만큼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처럼 개인적인 상처에서 출발하여 그것을 치유하는 과정으로서 제시된 김지연의 작품은 관람객에게 작가의 마음을 보고 읽도록 유도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작가와 동일한 치유의 과정을 경험하도록 하고 있다. '상처'와 '치유'는 현대인 모두에게 해당되는 공통의 화두일 것이다. 개인적인 경험에서 출발한 작업과정을 통해 현대인의 심리적 치유를 이야기하고 있는 김지연의 작품세계가 앞으로 어떠한 새로운 조형언어를 수용하며 변화발전하게 될지 기대해본다. ■ 정수경

Vol.20100106b | 김지연展 / KIMJIYEON / 金志燕 / sculp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