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명展 / PARKJINMYUNG / 朴眞皿 / painting   2010_0109 ▶ 2010_0116 / 월요일 휴관

박진명_望月懷遠_화선지에 먹, 채색배접_65×122cm_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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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10_0109_토요일_05:00pm

2009-2010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아티스트 릴레이 프로젝트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CHEOUNGJU ART STUDIO 충북 청주시 상당구 용암로 55 Tel. +82.43.200.6135~7 www.cjartstudio.com

관념에서 현실로 - 박진명 회화 ● 내가 박진명을 처음 본 것은 인사동에서 있어던 그의 개인전에서였다. 아마도 전시화장을 둘러보던 내가 작가에게 말을 걸었던 것 같다. 분명치 않치만 기억에 의하면 달밤에 벚꽃이 흩날리거나 갈대가 흔들리는 비현실적이며 몽환적인 분위기의 그림이었다. 작가가 "밤과 낮의 구분이 없는, 현실이 아닌 기억속의 느낌"이라 하였지만 나는 낮이 아니라 밤으로 알았다. 박진명은 자신의 그림에서 공간을 그냥 비워두는 것이 아니라 은색이나 검정색으로 채워 넣는다. 그의 그림의 채색된 공간에 대해 "여백을 채운다는 생각으로 그렸다"고 말한다. 공간을 비워놓아 여백의 미를 보여주는 전통적인 동양화 기법과는 다른 발상이다. 배경이나 공간을 비워놓지 않고 채워 넣는 것은 서양화에서 흔히 쓰이는 기법이며 동양화에서는 야경을 그릴 때나 사용하는 기법이다. 내가 그의 그림을 밤풍경으로 인식하게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박진명_望月懷遠_화선지에 먹, 채색배접_122×188cm_2009

사실 박진명은 동양화의 전통에 뿌리를 둔 작가다. 다루는 재료나 소재 뿐 만 아니라 정신에서도 전통적 가치를 중시하는 작가라 여겨진다. 그러나 전통적 대상을 답습하는 것이 나리라 뒤집어 전복顚覆하는 자세를 보여준다. 여백을 다루는 방법에서 보여준 전복은 사물을 인식하는 방법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최근 그가 그리는 그림에는 사군자의 난을 채색으로 그리는 것이 있다. 관념적이고 정형화된 사군자의 세계를 생생한 현실로 되살리는 것이다. 수묵으로 그려지던 사군자의 난蘭을 본래의 색으로 되살려 화려한 꽃이 핀 난초로 그려낸다. 그의 자신의 쓴 글에서 난을 "도시의 풍경 속에서 조용히 자리 잡고 묵묵히 움직이는 작은것들" 즉 그냥 풀에 불과한 대상으로 묘사하였다. 그에게 자신이 그리는 난은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흔한 식물이다. 옛사람들이 정형화한 사군자속의 난이 아니라 단골식당의 창가에 놓여있는 양란洋蘭이나 동양란東洋蘭과 같은 흔하고 친밀한 대상일 뿐이다.

박진명展_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_2010
박진명展_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_2010

이러한 현대적 사군자 작업은 관념의 세계를 현실로 되돌리는 일이다. 수묵의 세계, 그중에서도 특히 관념적인 그림인 사군자는 시공을 초월한다. 박진명은 그런 사군자를 현실세계로 끌어내어 본연의 색을 발하게 하는 것이다. 단순하면서도 상쾌한 개념의 변화이며 관념의 탈피라 할 수 있다.

박진명_shimmery-달항아리_화선지에 먹, 채색배접_120×120cm_2009

이번에 창작스튜디오를 방문하여 박진명의 작업을 보면서 느낀 첫 인상은 두 갈래였다. 하나는 밤이고 다른 하나는 낮이다. 그가 진작부터 그려오던 달빛에 흔들리는 갈대밭은 밤이고 요즈음 부쩍 그리고 있는 화사한 곻이 핀 난초는 낮이다. 물론 작가 본인의 의도와는 전혀 관계없는 구분이다. 그러나 작가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정리된 박진명 작업의 특징은 "관념을 현실로 되돌리는 힘"이었다. 갈대밭이나 벚꽃그림은 오히려 비현실적인 느낌을 주기 때문에 역설적이기는 하지만 관련화된 산수화에 비하면 현실에 가까운 느낌이다. 갈대나 벚꽃 그림은 산수화의 미시적 관점의 표현이다. 갈대와 벚꽃 그림은 작가의 느낌을 그린 것이다. 관념에서 느낌을 거쳐 현실로 넘어오는 과정으로 과정으로 볼 때 갈대와 벚꽃 그림은 중간단계의 그림이다.

박진명_shimmery-달항아리_화선지에 먹, 채색배접_120×120cm_2009

이런 관점에서 보면 박진명 작업에서 주목되는 그림은 난초그림이라 할 수 있다. 작업의 개념이 똑떨어지는 주목할 만 작업이다. 그러나 전개와 진행의 과정을 이끌어가는 힘이 부족하다. "Shimmery-embroider"라는 명제는 더욱 의도를 알 수 없게 한다. "반짝임", "흔들림"을 뜻하는 "Shimmery"와 "장식하다", "수놓다"를 뜻하는 "embroider"를 같이 쓰는 제목은 작가의 의도를 더욱 모호하게 할 뿐이다. 박진명 작업의 가치는 전통을 재해석하여 현대적으로 변용하는 데에서 나온다. 물론 작가는 자신의 가치를 다르게 인식할 수도 있다. 또는 내가 발견한 가치가 판단의 오류 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작가의 작품세계를 관통하는 일련의 개념이 분명하지 않다는 것은 문제점이다.

박진명_shimmery-embroider_화선지에 먹, 채색배접_25×164cm_2008

인사동에서 우연히 본 이후 이번 창작센터에서 두 번째로 만나면서 느낀 인상에 의하면 그는 작업에 복잡한 개념을 설정하는 작가는 아니다. 다소 눌변인 그와 이야기하다 보면 엉뚱하면서도 순수한 감성이 전해진다. 이러한 특징이 장점일 것이다. 그러나 아울러 직관적으로 이끌어가는 작업방향 너무 의존하지 말고 현대미술의 맥락에서 작업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개념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유념하도록 권해본다. 어쨌든 이 시점에서 나의 눈에 비친 박진명은 자신이 배웠고 현재에도 하고 있는 동양회화의 전통에 집중하면서도 그를 답습하지 않고 현대회화의 방법으로 이끌어가는 힘이 돋보이는 작가이다. ■ 임재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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