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중 풍경

김경호_이성희展   2010_0113 ▶︎ 2010_0202 / 일요일 휴관

김경호_한강 03_디지털 프린트_80×100cm_2009

초대일시_2010_0116_토요일_05:00pm

갤러리킹 기획展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일요일 휴관

갤러리킹_GALLERYKING 서울 마포구 서교동 373-5번지 1층 Tel. +82.2.322.5495 www.galleryking.co.kr

"사진은 그것이 무엇을 보여주건 간에 또 그 방식이 어떠하건 간에 언제나 비가시적이다. 우리가 사진에서 보는 것은 사진 그 자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롤랑 바르트, 『밝은 방』, 우성사, 1994)

김경호_한강 08_디지털 프린트_80×100cm_2009
김경호_한강 12_디지털 프린트_80×100cm_2009

누구나 한번쯤은 자신의 카메라로 주위의 모습을 찍어 인터넷에 올려 다른 사람과 공유할 수 있다. 새로운 것뿐만 아니라 일상적인 것들의 이미지가 도처에 산재하며, 그래서 친숙한 일상마저 낯섬과 익숙함 사이에서 진부해져버린 시대. 이것이 이미지가 지배하는 오늘날의 모습이다. ● 이미지 과잉의 시대에 전형적인 클리쉐는 넘쳐흐르고 데자뷰가 곳곳에서 나타난다. 이는 지금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도시의 모습과 무관하지 않다. 도시에서는 눈에 보이는 것, 들리는 것, 말하는 것, 행동하는 것 모두가 기계적으로 반복되고 그 모습을 담는 카메라 앵글은 새로울 것이 없는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도시의 일상은 그 진부함마저 낡아 식상해져 버렸고, 매순간 무한 반복 되는 도시의 이미지들은 그것을 반증한다. 이 때 사진은 가장 충실한 조력자이자 과묵한 수행원의 역할을 한다. 사진이 이처럼 우리 일상 깊숙이 들어오게 된 것은 편리함이라는 특성 덕분일 것이다. 단순한 몇 가지의 조작만으로 내 눈에 보이는 것, 담고 싶은 것을 무한히 기록할 수 있다. 그렇지만 기록이 사진의 전부인 것은 아니다. 셔터를 누르는 0.1초의 순간이 갖는 우연성이 가시적인 것뿐만 아니라 비가시적인 것까지 포착하기 때문이다.

이성희_늦은 봄, 운현궁_디지털 프린트_40×60cm_2008
이성희_비 갠 오후, 차이나타운_디지털 프린트_40×60cm_2008

김경호, 이성희 두 명의 작가는 사진의 특성을 충실히 활용해 주변의 일상을 담아낸다. 이들은 원본을 변형하지 않고 디지털 혹은 아날로그 각자의 방식으로 일상의 풍경을 앵글 속에 옮겨 온다. 그렇지만 이들이 옮겨온 것은 네모난 프레임 속의 이미지를 덮고 있던 은밀한 장막을 걷어냄으로써 보이는 것을 넘어선다. 이는 이 사진들 각각의 우연성에 기인한 것이다. 작가는 우연히 어떠한 순간을 선택하지만 셔터를 누른 순간 되돌릴 수는 없다. 앵글에 들어온 이미지가 고스란히 화면에 담기는 그 순간은 다른 무엇으로도 대체하거나 반복될 수 없는 절대적인 시간이 된다. 우연성이 만들어낸 절대성이 이미지에 상상력과 힘을 불어넣는다.

이성희_새벽, 지리산_디지털 프린트_40×40cm_2009
이성희_일요일, 화이트칼라_디지털 프린트_40×40cm_2009

김경호 작가는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보았던 한강의 모습을 찍는다. 그의 사진에 펼쳐지는 한강의 이미지는 여느 도시 혹은 여느 강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그러나 커다란 하늘과 강 사이 도시의 모습은 뒤틀려서, 자연과 대비되는 산업화의 현장 혹은 사소한 것들을 모두 덮어 버린 빌딩숲이 보인다. 이성희 작가는 자신의 일상적인 시간을 찍지만 그 속에는 어디엔가 숨겨진 것들이 있다. 눈으로 직접 보았을 때에는 의심 없이 지나쳐버릴 장면들이 인화지 위에 재현되고 난 후 끝을 알 수 없는 이야기로 변하고, 그 이야기들은 우리의 상상력만큼이나 다채롭게 펼쳐진다. ● 이처럼 위 두 작가는 친숙한 일상을 벗겨내고 들추어본다. 바르트는 우리가 사진에서 보는 것은 사진 그 자체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우리는 이 작가들의 작업을 통해 우리가 보고 있는 무미건조한 일상 역시 일상 자체가 아님을, 익숙한 것으로 보이는 일상은 여러 겹의 이면을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 갤러리킹

Vol.20100114d | 다중 풍경-김경호_이성희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