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묵산수

민병권展 / MINBYOUNGGOWN / 閔丙權 / painting   2010_0120 ▶︎ 2010_0202

민병권_겨울대지_화선지에 수묵_120×363cm_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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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_0120 ▶︎ 2010_0126 초대일시_2010_0120_수요일_05:3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가나아트 스페이스_GANAART SPACE 서울 종로구 관훈동 119번지 1층 Tel. +82.2.734.1333 gana.insaartcenter.com

2010_0120 ▶︎ 2010_0202 관람시간 / 10:00am~07:00pm

갤러리 갈라_GALLERY GALA 서울 종로구 낙원동 283-35번지 Tel. +82.2.725.4250 blog.naver.com/joychamm

산수풍경, 의경과 실경 그 경계의 표현 - 민병권의 작품세계 ● 왕유(王維)는 그림 중에 '산수화'가 최고라 하였다. 산수화에서는 전통적으로 산수의 외관 형태뿐 아니라 자연과 만물의 근원으로서 정신과 사상을 담아 표현하여 왔는데 대개 '의경'(意境)을 중요시 하였다. 의경이란 개인의 사상 체계와 대자연의 신비와 진경, 눈앞에 펼쳐진 신운이 마음속으로 옮겨와 그림에 도(道)를 얻는 것이다. 또한 수많은 산수화를 연습하였다면 그림 속에 인생의 진의를 표현할 수 있고, 독립된 인품을 형성할 수 있으며, 참다운 의경도 완성할 수 있다고 보았다. (김종태, 『동양화론』, 일지사, 1978, pp. 111-112 참조.)

민병권_임진강_화선지에 수묵_112×363cm_2009

한국에서도 중국의 산수화가 유입되어 그 정신과 세계관을 이어가면서 발전하였지만 중국의 산수화에서 벗어나 정체성을 획득할 수 있었던 것은 한국의 실경을 그리면서 부터이다. 실경을 통하여 중국의 이상적 관념성을 표현하는 산수화가 아니라 한국 산하의 진정성과 객관성을 표현하였기 때문에 중국의 산수화와 다름을 나타낼 수 있었던 것이다. 특히 현대에 들어서는 작가들이 한국의 산, 강, 계곡 그리고 좋은 풍경들을 찾아다니며 스케치하고 한국의 풍토를 담아내면서 한국적인 현대 산수화의 결실을 맺게 되었다. ● 그러한 가운데 '산수화'의 용어가 한 가지로 통일되어 사용되지 못하고 '산수화', '산수풍경화', '풍경화' 등 의 용어로 분화되어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산수화의 표현 내용과 조형성에서 '산수화' 와 '산수풍경화' 그리고 '풍경화'로 차이를 보이면서 표현되고 있기 때문이다. 1970년대 시기까지만 하여도 주변의 풍경이 산과 들로 이루어진 경우가 많아 이를 바탕으로 실경과 사경이 혼합되어 표현되었기에 '산수화'라는 명칭을 그대로 사용하였다. 그러나 1970년대 중반부터 1980년대까지는 주변이 점차 도시화되어 갔는데 그러한 변화를 표현한 현장성 있는 작품들에서는 전통 산수화의 풍경이 아니라 도시풍경의 현장이나 도시 주변의 자연풍경을 표현하는 작품들이 나타났다. 여기서 산수화에 풍경이라는 용어를 더하여 '산수풍경'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이다. 그리고 1990년대부터는 전통적인 산수화에서 벗어나 마치 자연풍경 또는 도시풍경을 서양화의 풍경화와 같이 사진을 찍듯이 옮겨놓은 경우를 많이 볼 수 있어 '풍경화'라는 용어를 사용하게 된 것이다. 이상과 같은 산수화의 배경 속에서 민병권의 작품세계는 이해되어야 한다. 민병권의 작품세계는 한국 실경산수의 맥을 이어가고 있으며 현대 산수화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병권_공룔능선_한지에 수묵담채_76×128cm_2009

민병권은 수묵과 수묵담채를 바탕으로 특정적인 시골의 풍경이나 자신 주변의 자연 풍경을 소재로 하여 실경을 그려냄으로서 한국의 산야를 표현 하고 있다. 그는 주변의 자연풍경들을 사생하여 부분적으로 생략하고 함축성 있게 담아내면서 때로는 그의 주관성을 표출하곤 하지만 억지스러운 풍경의 구조나 과장이 없이 자연스런 풍경을 표현해 낸다. 그리고 대체로 자연 풍경을 스케치하여 충실히 담아내면서 현장성과 소재를 명확하게 표현해 낸다. 그의 작품에는 수묵의 표현이 많다. 그 중 세밀하면서 잔잔하게 표현한 작품에서는 마치 대기의 기운이 깃들어 있는 흑백사진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특히 늦가을이나 초겨울 풍경을 나타내는 것이 많은데 스산해 보이기도 한다. ● 민병권은 표현에 있어 주로 수묵을 사용한다. 수묵화는 형사(形似)보다 수묵을 통하여 나타낸 사의(寫意)에 무게를 두면서 철학과 조형적 방법을 모색하는 편인데, 수묵표현을 동양화 표현의 본질적 아름다움과 정신성으로 상정하고 동양미와 사유구조를 반영시킨다. 그는 이와 같은 수묵의 사의성에 무게를 주면서 한편으로는 형사를 잃지 않으려 하는데 이는 형사를 통하여 현대성으로 접근해 보려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사의에 충실하다보면 관념화가 되기 쉽고 형사에 치중하면 현대성은 획득할 수 있으나 산수화의 전통적 예술성과 사의성을 놓치기 쉽다. 이와 같은 관계에서 형사와 사의를 동시에 획득하는 작품을 표현해 내려한 것이 민병권의 과제였던 것이다.

민병권_북악의 산맥_한지에 수묵담채_78×117cm_2009

이에 따라 그는 관념성이나 사의적 요소에서 완전히 벗어나 눈앞에 전개된 풍경을 재현하듯이 객관적으로 세밀하게 그려내지는 않는다. 수묵을 통하여 산수화의 전통적인 필묵 방법들을 지키면서 현장을 스케치하거나 그의 주관에 의하여 부분적으로 변화시켜 그려내고 있다. 말하자면 수묵과 수묵담채를 자유롭게 구사하여 전통적 산수표현의 예술성과 방법론을 지키면서 주변의 자연풍경을 그려내는 것이다. 그리고 적묵과 파묵, 발묵 등을 사용하면서 서양의 원근법과 명암법 등을 표현하여 현대적인 표현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형사와 사의를 동시에 나타내려고 하는 그의 노력은 전체 작품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 실제 그는 많은 작품에서 높은 산과 계곡을 변화 있게 표현하기 보다는 전경에는 소나무 등을 배치하고, 중경에는 수평으로 펼쳐진 들판과 숲을, 멀리 원경에는 희미하게 보이는 산을 배치하고 있다. 이와 같은 그의 작품세계는 깊고 변화가 많은 역동적인 산수화라기보다는 광활하고 고요하면서 안정된 느낌을 주는 산수표현인데 수평으로 넓게 펼쳐진 풍경을 잡아내어 긴박감 보다는 편안함과 명상을 가져주는 여유의 대지 공간을 보여준다. 그것은 그의 작품들이 대체로 수평으로 넓게 표현되어 있기 때문인데 마치 영화관의 화면같이 파노라마 형식으로 현실적 눈높이와 실재감을 표현한 것이다.

민병권_산운 山韻_한지에 수묵담채_43×86cm_2009

그러므로 민병권의 작품에서는 어느 부분의 풍경을 가까이 끌어당겨 묘사하기 보다는 넓은 부분의 산과 들판을 경영하여 나타내었기에 풍경을 바라보는 시각이 넓다. 그리고 그 넓은 시각에 자연의 생명력이나 대기감을 내재시켜 감흥을 북돋운다. 나아가 소나무나 나지막한 산들을 배치하여 한국적 풍토성의 서정성이 나타나게 하였다. 예를 들면 「겨울대지」(2006년) 에서는 전경에 논두렁을 배치하여 뒤로 계속 이어지게 했는데 멀리 논두렁 사이에 몇 개의 나무를 배치하였다. 중경에는 나지막한 산과 숲 그리고 시골마을이 보일 듯 말듯 표현되어 있고 그 뒤에는 겹겹이 쌓여 있는 산들이 아련하게 보이는데 시각의 폭을 넓고 길게 잡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겨울들녘」(2006)에서도 논두렁을 앞에 배치하였으며, 중경 부분에는 나지막한 야산을 위치시키고, 야산에 있는 나무와 언덕 그리고 숲을 실재감 있게 묘사하고 있다. 야산 뒤로는 멀리 원경으로 처리된 산들이 겹겹이 희미하게 배치되어 있다. 여기서 눈높이는 중간에 위치한 야산에 맞추어져 있다. 이와 같은 배치들은 그의 대부분 작품에서 나타나는데 자연의 생명력이나 대기감이 내재되어 있으며 한국적 풍토성과 서정성이 나타나 있다. ● 그리고 민병권의 작품에서는 여백의 공간을 통하여 수묵의 답답함을 해소시켜 주고 있다. 횡으로 배치된 대부분 작품에서 하늘 부분이 차지하는 면적이 약 1/3 부분이 된다. 하늘 부분은 날씨와 대기의 움직임이 표현되는 동시에 여백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한 여백을 통하여 대기의 순환성과 안정성을 나타나는 것이다.

민병권_삼각산의 위용_한지에 수묵담채_74×96cm_2009

또 하나 작품의 주된 소재는 소나무이다. 민병권의 작품에는 소나무가 많이 그려져 있다. 야산의 소나무, 바다 바람을 이겨내는 소나무, 소나무 숲,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는 소나무 등 많은 소나무들이 나타난다. 한국의 야산에는 틀림없이 소나무가 있듯이 민병권의 산수화 작품에서도 어김없이 소나무가 표현되어 있다. 이와 같은 소나무의 표현은 감상자에게 한국의 산이라는 익숙함을 느끼게 하는 동시에 편안함을 가져준다. 그리고 소나무의 배치를 통하여 화면의 강약과 대기의 움직임을 운영하고 있다. ● 이와 같은 여러 가지 근거를 볼 때 민병권의 작품세계는 산수풍경에 있어 '의경과 실경의 경계에서 작품세계를 모색하고 있는 듯하다.

민병권_설원_한지에 수묵담채_76×98cm_2009

이러한 작품세계를 그는 "나의 작품세계는 산수에서 풍경으로 변모되는 경계의 접점에 서 있으며 준법보다는 묵법으로 대기감과 괴량감을 나타내고 있다. 그리고 수묵의 형이상학적인 것에 치중하는 것보다 흑백의 경영논리로써 현대적 감수성을 발현하고자 한다."라고 말한다. 여기서 작품 속에 내재되어 있는 정신은 사의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실제 형사에 있어서는 실경을 추구 하면서 현대적인 변용을 위하여 노력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 이상과 같이 민병권의 작품세계는 한국의 실경을 중심으로 현대성을 추구하면서 전통 산수화가 지니고 있는 정신과 사상을 동시에 작품 속에 담아내려하고 있다. 이는 곧 형사 속에 사의를 내재화 시켜 현대적 산수풍경을 표현해 나가려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산수화의 표현을 통하여 민병권이 은유하고 의도하는 것은 자연풍경을 통해 도시생활에서 지쳐가고 있는 감상자들의 주변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치유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특히 늦가을과 겨울의 자연 풍경을 통하여 명상할 수 있는 여유로움을 표현하고 있는데 산속 오솔길과 논두렁길 그리고 자연의 기운과 소나무를 통하여 일상생활을 환기하고 치유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보자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 오세권

Vol.20100120h | 민병권展 / MINBYOUNGGOWN / 閔丙權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