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ul – Helsinki | Monster Project

이서준展 / LEESEOJOON / 李瑞埈 / sculpture.drawing   2010_0121 ▶ 2010_0128 / 일요일 휴관

이서준_Captured monster at anonymous' place (Hyvinkkaa, Finland)_ 합성수지, 아크릴, 철, 스테인레스 스틸, 알루미늄_150×301×80cm_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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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10_0121_목요일_06:00pm

본 전시는 "2009 서울문화재단 예술표현활동지원 선정 사업" 중 하나입니다.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일요일 휴관

케이앤갤러리_K.& GALLERY 서울 강남구 청담동 12-15번지 3층 Tel. +82.2.517.7713 www.kngallery.org

서울-헬싱키 몬스터 프로젝트 ● 영국의 사상가 토마스 홉스는 자서전을 통해 "공포와 나는 쌍둥이로 태어났다."라고 말한 바 있다. 가난한 목사 집안에서 그가 태어난 1588년 홉스의 어머니는 에스파냐의 무적함대가 침공한다는 소식에 놀라 그를 일곱 달 만에 출산했다. 17세기 유럽의 대 혼돈기 속에서 인본주의와 과학적 유물론이 중세를 지탱해주던 근본 사상인 유일 신 중심의 우주를 침공하고 자기 자리를 차지해가고 있었다. 그 때 과학 혁명이 근대기로 가는 세계의 정치와 종교, 경제적 변화를 이끌었다. 그의 말 그대로 공포와 함께 태어나 혼란의 시기를 살면서 그 혼돈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했고, 그 사유의 결과물이 널리 알려진 역작 「리바이어던, Leviathan, 1651」이다.

이서준_부경요원부2_귀황지에 경면주사_75×37.5cm_2010

비록 홉스는 국가를 기계적인 유기체로 설명하기 위해 이 영원히 산다는 월등한 존재에 국가를 비유하였지만, 상상의 생명체 리바이어던은 본래 구약 성서의 '욥기'에서 불과 연기를 뿜으며 창칼이 뚫지 못하는 무시무시하고 거대한 악마에 가까운 괴물로 등장한다. 자연 과학적인 방법으로 인간의 행동과 관계를 연구한 그는 결국 이 괴수를 삽화에서 양손에 칼과 지팡이를 들고 있으면서 몸통 전체가 작은 인간들로 이루어진 거대한 가상의 모방 인간으로 묘사했다. 삶과 죽음이 쌍둥이라는 모순의 공존을 출생에서부터 깨달았고, 평생을 양 극단의 사상에서 냉대받으면서도 공존을 고민한 그는 결국 지상 최강의 괴물을 탄생시킨 것이다.

이서준_부경요원부3_귀황지에 경면주사_75×50cm_2010

2010년 현재 서울, 가상의 몬스터를 포획해서 감금하는 장치를 개발하는 연구개발자 이서준은 수 많은 시각이미지들 중에 대립되거나 서로 무관한 이미지가 하나로 뭉쳐지는 상상을 한 후 그 이미지를 형상화 하는 작업을 진행해오고 있다. 그는 구체적이고 묘사적인 형상 자체보다는 이러한 이미지들끼리 결합하면서 나타나는 새로운 현상에 관심을 가지고, 이 현상을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뷰글리(Beaugly) 연구소를 2006년에 개설하였다. 영어단어 'Beauty'와 'Ugly'의 두 단어의 합성으로 만들어진 '뷰글리'는 단순히 보면 아름다움과 추함의 합성어로 이해할 수 있지만, 작가는 또 다른 복합적인 의미로 사용한다. 그는 서로 상반되거나 아무런 관련이 없는 이미지들의 조합을 통해서 원래의 이미지를 상실하고 완전한 다른 성질로 진화하는 것에 주목한다. 인간들은 다양한 시각적인 경험을 통하여 불현듯 자신만의 시각적인 이미지들을 다양하게 축적하고 재생산하면서 다시 배양하고 증식시킨다.

이서준_performance in Hyvinkaa_2008

이러한 현상은 사실 일상에서 광범위하게 발견된다. 가령 선과 악, 미와 추라는 각각의 상반되는 개념이 탑재한 이미지들은 뚜렷하게 독립적으로 존재할 때보다 동시에 혼재할 때 현격한 이상함과 감상의 요동을 불러 일으킨다. 이질감이 극대화 되는 것이다. 이것은 연관성이 전혀 없는 이미지들이 조합될 때도 마찬가지로 관찰되는 현상이다. 그러나 그의 연구가 진행될 수록 이러한 미학적인 대립에서의 낯설고 새로움에서 보다 더 사회적으로 확장된 영역에서 뷰글리를 발견하고 있다. 바로 부와 가난, 빈곤과 풍요, 흑과 백의 사회 갈등, 애정과 폭력, 평화와 공포, 소유와 상실, 현실과 망상, 고요와 혼돈 등 모순의 상태들이 엄연히 양립되는 현상들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지금도 문학과 영화 속에서 수 많은 모티프를 주는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단편소설 「지킬박사와 하이드, A Strange Case of Dr. Jekyll and Mr. Hyde, 1886」 에서 처럼 이서준은 모순되거나 아무 상관 없는 이미지들이 공존하는 상태에서 발견되는 현상을 '뷰글리'라고 본다.

이서준_관세음보살부경입부_귀황지에 경면주사_51×42cm_2009

2008년 그가 핀란드 헬싱키에서 국립 아티스트 인 레지던시 교환 프로그램으로 체류하는 동안 자신을 괴물 연구소의 연구원이라고 소개하고 현지의 아이들과 함께 주변의 몬스터를 발견하는 특별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어린이들에게 괴물이 존재함을 알리고 각자의 괴물의 모습을 그려보라고 제시하고, 그림의 주인공들과 인터뷰를 통해 각 괴물들의 서식처, 크기, 특징 등의 데이터를 꼼꼼히 기록하였다. 그는 인터뷰 이후 어린이들의 집과 가족 등 주변 환경을 꼼꼼히 조사하여 이미지들을 수집하였다. 이 전시는 앞에서 언급한 프로젝트를 통해 포획한 헬싱키 지역에서 서식하던 몬스터를 서울의 대중에게 공개하는 자리이다. 그는 혹여 애써 잡은 괴물이 탈출해서 우리에게 덤벼들 지도 모를 가능성을 없애고, 갇혀있는 괴물을 보고 헬싱키의 아이들이 안도할 수 있도록 이 괴물을 가두는 아주 특별한 감금 장치를 드디어 개발했다. 장치 주변으로는 그가 뇌리에 담아두었던 장소에 대한 인상, 즉 그가 경험한 이색적인 헬싱키의 케이블 공장 건물과 항만의 인상적인 이미지들이 설치 구조물 전반에 녹아 들어있다.

이서준_관세음보살거자력부_귀황지에 경면주사_51×42cm_2009

우리는 이 용기의 형태에 미루어 괴물의 모습을 각자 헤아릴 수 있을 뿐 내부를 들여다 볼 수 없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장치는 오히려 괴물에게는 안전이 보장된 대피소이기도 하다. 실험실이나 우주복처럼 하나의 작은 세계이며 생명 유지를 위한 모든 것을 공급하는 자급식의 환경이다. 존재만으로도 두려운 괴물에게 가장 안전한 곳이 충격과 공포의 냄새가 피어 오르는 어둡고 음습한 곳이 아니라 작지만 쾌적한 대피소라는 역설의 유머는 마치 인간이 되고자 착한 일을 행하는 구미호를 떠올리게 한다. 이것은 서로가 흡족한 자리매김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것은 실체를 들어내려는 두려움의 정체에 대한 유보일 뿐이며, 억울함이나 한이라는 정신적인 고통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푸리'해주는 다소 무속적인 행위와도 연결 지을 수 있다.

이서준_Captured monster at anonymous' place (Hyvinkkaa, Finland)_ 합성수지, 아크릴, 철, 스테인레스 스틸, 알루미늄_150×301×80cm_2009

어떤 곳에서건 내면에서 배양된 괴물이 잠재되어 있다. 이서준은 실린더에 배양된 바이러스가 그러하듯이 잠재되어 있던 마음 속의 공포와 두려움의 이미지들을 봉인해서 격리시켜서 '싫음'을 추출해 내고 안전하게 감금장치에 가두어둔다. 이것은 마치 판도라의 상자나 흥부전의 놀부가 거둔 박처럼 우리의 상상을 자극하지만, 방심하면 언제라도 툭 터져 나올 것 같은 팽팽한 긴장감도 함께 겪게 된다. 그러나 다시 말해서 괴물은 감금장치 외부 어디에라도 여전히 그곳에 있다. ■ 최흥철

Vol.20100121e | 이서준展 / LEESEOJOON / 李瑞埈 / sculpture.draw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