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range Place

이수진展 / LEESUJIN / 李秀珍 / installation   2010_0217 ▶︎ 2010_0402

이수진_Paper Landscape_White Forest_가변설치_2010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안국약품(주) Gallery AG 신진작가 공모전VI

주최_안국약품(주)_한국큐레이터 협회

관람시간 / 10:00am~06:00pm

갤러리 AG_GALLERY AG 서울 영등포구 대림2동 993-75번지 안국약품 1층 Tel. +82.2.3289.4399 www.galleryag.co.kr

이수진_잠재성의 공간 ● 이수진의 작업은 공간에 대한 애지적(愛智的) 관심(philosophical interest)에서 비롯한다. 지난 수년 동안 이수진은 현대 도시 공간의 물리적 지형과 심리적 표정에 주목했다. 도시 속 수많은 공적·사적공간들의 지형과 표정 변화를 다양한 형식과 일상의 재료, 질감으로 다루었다. 현대도시의 급속한 팽창과 발전이 배태한 도시 빈민 공간, 소외공간 등에 대한 관심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피할 수 없는 도시의 변화 양상과 속도를 시간성과 지속성 등을 개입시키며 특유의 화법으로 꼬집었다. 이번 (주)안국약품 갤러리AG에서의 전시 역시 현대 도시 공간의 이러저런 문제를 시간성, 지속성과 함께 공간성, 물질성, 비물질성 등을 개입시키며 풀어낸 것으로 이해된다.

이수진_Soap Room_최소한의 집_가변설치_2010

이수진은 오랜 시간 낙후된 구도심 및 미개발 도시공간을 통찰하는 작업에 관심을 두어왔다. 눈에 보이는 물질로 눈에 보이는 요소와 풍경을 만들어내지만, 물리적 풍경 너머의 심리적 풍경과 나름의 심리적 도상을 생산해내고 있다. 작가 스스로 경험하고 목도한 이미지와 상념들을 풀어나가는, 마치 공기를 조각하듯 도시라는 복합적인 심리 공간에 내재하는 내재율과 규칙, 질서, 심리적 흐름 등 현상 이면의 감정 공간에 대한 적극적인 탐색을 보인다. 이러한 이수진의 풍경은 현상으로 보이는 풍경이 아닌, 풍경 내부에 존재하는 관계들에 대한 지적 관심으로,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에 대한 관조적 탐색이라 하겠다.

이수진_Water Chandelier in Sponge House_가변설치_2010

이수진의 작업은 도시 속 삶의 공간으로 파고 들어가 온몸으로 만난 일종의 기록 풍경화다. 손으로, 물감으로 그려낸 풍경이 아닌 설치와 영상 작업을 통해 담아낸 은유로서의 심리풍경이다. 이번 AG갤러리 전시를 위해 이수진은 전시장이 위치한 대림동 주변, 구로동 일대를 직접 찾았다. 늘 그러했듯, 작가는 이곳을 구석구석 밟고 다녔으며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하고 찾아다니고 소통하는 경험을 기본 원칙으로 했다. 근처의 근로자들은 물론, 이주 노동자, 다문화가정 들을 방문하는 등 꼼꼼한 기초 조사를 거쳤다. 전시장 주변 공간이 지닌 로컬리티와 복합적인 풍경을 이해하고자 노력했다. 화려한 도시 외관에 가려진 내밀한 풍경과 만났으며 지역의 거주민들, 특히 지하철 환승역을 중심으로 들고나는 사람들을 가까이 인터뷰했다. 갤러리 주변의 물리적․심리적 지형을 의제특정적(issue-specific) 관심으로 접근했다. 지역의 지형을 풀어내는 이수진의 지성적 태도가 빛난 경험이었다. ● 이렇듯 이수진의 작업은 도시 공간과 구조에 대한 오랜 관찰과 경험의 결과를 적극 반영하는 등 도시 공간의 물리적․심리적 표정 변화에 주목한다. 전시장 전체에 걸쳐 이수진은 환승과 순환이 교차하는 주변 교통 시스템, 다변하는 주거 풍경, 전통적 공장지대인 주변 지역으로부터 퍼올린 물질성과 이미지들을 고스란히 대입시키고 있다. 이러한 태도는 그가 그동안 관심을 가지고 주목해온 '집' 작업과 궤를 같이 하는데, 그의 기존 집 작업이 공간, 도시, 삶 등으로 이어지면서 순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이수진의 작업은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 사이의 엇박자를 보이는 현실의 괴리를 보여준다. 정주하지 못하는, 도시 이주민으로 떠돌아야만 하는 근로자들의 현실도 드러낸다. 이번 전시에서 이수진은 바늘, 종이, 비누 등과 같은 물질들을 수백, 수천으로 집적화하여 하나의 독창적인 풍경을 만들어냈다. 반복되는 동일한 모듈(module)들은 생성과 소멸의 순환 구조를 쉼 없이 반복, 재생하는 현대도시 문명과 닮아 있다. 동일한 틀로부터 특정 목적을 위해 대량 생산된 복수의 재료들을 소재로 한 이수진의 작업은 단일한 하나의 풍경을 생성시키고 있다. 이러한 집적에 의한 생성 구조는, 먼지도 두께를 가지듯 차근차근 쌓아가는 현대 도시 근로자들의 소망과 바람, 자라는 꿈을 상징한다. 주재료로 사용한 종이, 바늘, 비누 등과 같은 재료들은 대림동, 구로동 인근의 봉제공장과 가방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도시 여성 근로자들의 미래적 희망과 꿈을 상징한 것으로 보인다.

이수진_Emergency house_가변설치_2010

도시 공간에 시간성과 지속성을 대입시켜나가는 이수진의 작업은 거대한 부동의 도시 구조 속에 유동적인 시간성을 환기시킨다. 도시 활력에 대한 인정인 동시에 간과해온 수많은 과속 스캔들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도시 공간은 단순한 물리적 구조물이 아니라, 하나의 살아 숨 쉬는 유기적 공간이다. 이수진의 작업은 집이라는 기초 단위 공간의 이야기를 통해 도시의 심리적 구조와 형식을 지적해내는 시각적 보고서다. 이수진은 이번 전시에서 전시장을 통으로 사용했다. 벽이 없이 서로 어우러지는 연출이 압권이다. 자칫 사용한 재료로 인해 살벌하고 차갑게 느낄 수도 있으나, 현대 도시의 냉엄하고 살벌한 풍경을 젊은 작가 이수진은 따뜻하고 유연한 풍경, 희망으로 하나되는 삶의 풍경으로 돌려놓았다. ■ 박천남

Vol.20100216f | 이수진展 / LEESUJIN / 李秀珍 / 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