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영미술관 2010 신진조각가展

2010_0219 ▶︎ 2010_0401  

강유진_useless membrane(the mucous membrane_등산하기)_영상 및 가변 설치_110×90×50cm_2009 김성아_열려라 꿈동산_혼합재료_가변t설치, 128×128cm_2009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참여작가 강유진_김성아_김우민_류현옹_박종덕_박인희_서은정_송아리_신혜은 심효정_윤지영_장하리_정설화_천성길_최건아_황상아_함차랑

관람시간 / 10:00am~05:00pm

김종영미술관 KIM CHONG YUNG SCULPTUER MUSEUM 서울 종로구 평창동 453-2번지 Tel. +82.2.3217.6484 www.kimchongyung.com

예측 불가한 미래와 확고한 현재의 불완전한 동거 ● 이번 전시의 기획취지 중 하나는 각 학교 입체전공 학생들의 작품 중, 우수작을 선정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우수작을 선정하는 것은 하나의 가정에 불과한 것이었다. 이번 졸업전시에서는 나름대로 우수한 역량을 보여주는 작품들이 다수 있었지만, 이 작품들이 탄탄한 작가적 사고의 바탕에서 이루어 졌는지, 또한 작가가 계속해서 좋은 작품을 만들어 갈 수 있는지는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졸업전시 작품만을 가지고 새내기 작가의 역량을 판단하는 것은 절대적인 기준으로 볼 수 없다. 각 학교에서 작품을 선정 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 것은, 작가적 관점으로의 문제의식과, 참신한 사고에서 나오는 조형적 실험정신, 이 두 가지 요소를 어떻게 풀어 나갔는지에 중점을 두었다. 본인은 이러한 작가 선정 과정에서 야기될 수 있는 문제점이 하나 떠올랐다. 각 대학마다 조형성을 탐구하는 방식이 서로 다르고, 본 미술관에서 선정하는 방식이 대학 교육에서 중시하는 성실하고 전통에 충실한 조형적으로 안정된 작품과는 거리가 있을 수 있다. 더욱이 학교에서 인정받지 못한 학생 작품이 미술관 프로그램에 선정되어 전시될 경우, 어쩔 수 없이 미술관과 대학 교육기관과의 미묘한 신경전 상황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김우민_Simulation_혼합재료_230×190×190cm_2009 류현홍_TK02022_혼합재료_30×30×30cm_2009

이번에 본 미술관에서 선정한 17명의 작품 중 몇몇 작품은 마무리 면에서 조금 부족해 보이는 면이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작품에서 보여지는 가능성은 기성 미술계에서 소통되는 작품들에 뒤지지 않거나 오히려 새로운 조형적 실험정신을 펼쳐 나갈 수 있는 가능성들을 엿보이게 하는 작품들로 구성 되었다고 생각한다. 90년대 이후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들어온 포스트모더니즘은 이제 어느 정도 그 정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최근의 국내 조각계는 기술적으로 발달된 무한생산과 상업적인 소통에 편입하면서 작품의 작가적 창작은 상당히 퇴보된 것으로 보인다. 작품에 대한 상상력과 창의력이 퇴보하면 그만큼 미술계는 빠르게 퇴락의 길로 접어 들 수밖에 없다. 최근의 국내 미술계는 그러한 반증으로 좀 더 비관적으로 이야기 한다면 전 세계미술계와 견주었을 때 비정상적이고 불안한 구조를 가지면서도 이를 애써 감추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하나의 섬에 갇힌 형국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 이런 답답한 미래에 대한 전망을 헤치고 나갈 한국 미술의 주역을 찾는다면 바로 이 자리에 모인 17명의 새내기 작가들이라 감히 말하고 싶다. 물론 그들 중에서 작가의 길을 포기 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이 자리에서 보여주는 그들의 역량만은 충분히 미래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겠다. 이렇게 이제 막 작가의 길을 시작하려는 작가들의 작품을 한데 모아 전시하면서 혼미해 보이는 미래를 예측해 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 작품을 선정하다 보니 올해는 의외로 설치작품이 눈에 띠게 많아졌다. 아마도 새로운 조형적 실험이라는 것이 표현 형식이나 매체로부터 자유로운 설치작업이 주도하고 있는 현실을 반증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김성아, 박인희, 함차랑, 윤지영, 최건아, 황상아 등의 작품들과 특별히 설치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김우민과 박종덕의 작품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오히려 이들을 개념미술로 뭉뚱거려 말하면 좀 더 쉽게 구분되어 보일 수도 있지만, 본인은 먼저 개념적 분류보다는 조형적 분류에 무게를 두고 싶다. 왜냐하면 미술은 끊임없이 작가들 고유의 새롭고 독특한 표현 형식의 개발에 의해서 발전해 왔기 때문이다. 위에서 언급하지 않은 작가들의 작품은 전통적인 형식의 단일품의 형식을 가진 작품들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이러한 형식적 분류가 상당히 고루해보일 수 있다. 하지만 젊은 새내기 작가들의 작품을 좀 더 심도 있게 이해하자면 작품의 형식과 내용적인 측면을 구분해 말하지 않을 수 없다. ● 김성아의 「열려라 꿈동산」은 현실사회의 가상적 정원을 보여주고 있다. 전시장의 한구석을 차지하는 복잡한 구성의 플라스틱 정원은 낭만주의적인 잉글리쉬가르텐과는 거리가 멀다.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도시인들을 묘사하기위해 어설프게 만들어진 인공정원의 상징처럼 보인다. 박인희의 「Dr. Kkun의 연구실」은 장르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작품이다. 자연과학적인 실험실을 가상적 내러티브공간으로 설정하고 있다. 황상아의 「Fabricated Scenery」는 그와 반대로 기계적인 구조를 가진 오브제들이 만들어가는 공간과 이를 통해서 얻어지는 조형적 실험을 하고 있다. 함차랑의 「FESTIVAL」은 축제분위기를 돋구기 위해 설치하는 만국기를 빨랫줄의 빨래 이미지와 연결시켜서 소소한 웃음을 주고 있다.

박인희_Dr.Kkun의 연구실_혼합재료_가변설치_2009 박종덕_판소리_혼합매체_30×300×30cm_2009

이번 전시 작품 중에는 일반적으로 가장 전통적인 주제라고 생각하는 인체를 모티브로 하는 작품이 있다. 송아리, 서은정, 심효정 이 세 작가의 작품은 직접적으로 인체를 소재로 하여 그들의 독특한 형상을 만들어 간다. 인체는 인간의 형상을 뛰어넘어 인간의 본질적이고 존재론적인 의미와 심리적 내용, 사회 문화적 의미 등의 인간 내 외부 생활에서 야기 될 수 있는 여러 가지 상황과 개념들을 망라한 다양한 내용들이 투사 될 수 있다. 또한 그런 의미론적 구성을 탈피하여 순수한 조형적 접근 또한 가능하다. 송아리의 「지각장I」과 「지각장II」에서 인체는 공간 속에서 유영하듯이 흐느적거린다. 인체가 인체로서의 조건을 직접적으로 포기하는 순간을 포착하고 있는 것이다. 서은정의 작품은 팔을 케스팅해서 그 팔들로 이루어진 인체를 표현해 만들고 있다. 이미지들이 모여서 전혀 다른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는 점에서 20세기 초, 초현실주의적인 실험을 계승하였다고 볼 수 있으나 입체 작품으로 시도 되었다는 측면에서 볼 때 그의 작품은 눈여겨 볼 만 하다. 심효정의 「생소한 기억」에서는 어린 학생들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형태로 묘사하면서 현실에서 얻을 수 있는 시적인 감정을 충실히 표현하고 있다.

서은정_Hand Made#7_LEG , 합성수지, 우레탄_90×63×45cm 송아리_지각장 I_합성수지_128×60×80cm_2009
신혜은_내말좀 들어봐_서보모터, FRP_90×60×70cm_2009 심효정_생소한 기억_합성수지, 아크릴 채색_94×32×26, 87×65×19cm_2009

인체를 직접적으로 재현하지는 않지만 인체와 오브제가 서로 반응하면서 이루어지는 작품이 있다. 강유진의 「useless membrane」은 볼트 너트로 구성된 침이 박혀있는 망토가 작가의 등을 덮으면서 야기되는 개인의 내적 심리적 환영을 표현하고 있다. 또한 윤지영의 「Endurance stage no.1」은 관객이 예상치 못하게 사각형의 투명한 공간에 갇히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느낄 수 있는 당혹감을 보여주고 있다. 신혜은의 「내말 좀 들어봐」는 말의 머리를 모티브로 작업을 하였으나 그것은 의인화된 형상으로 읽혀진다. 관객과 소통을 원하는 말머리는 주체와 객체간의 원활한 소통을 기대하는 인간관계의 은유로 기능하고 있다.

윤지영_Endurance stage no. 1_혼합재료_400×330×121cm_2009 장하리_조금만 조금만 더---_혼합재료_1500×145×110cm_2009

반면 김우민과 장하리, 박종덕, 최건아는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모더니즘적 조형성을 거부하면서 우연적인 효과와 작가의 각 주제에 대한 깊은 고뇌가 보이는 작품을 제시하고 있다. 먼저 김우민의 「Simulation」은 얼기설기 엮어진 프레임 안에 여러 개의 모터로 인해 그 형태가 예측할 수 없게 변형되는 그물로 만들어진 육면체를 제시한다. 관객은 너무 순식간에 형태가 변하는 그물 육면체를 육면체로 인식하지 못하며 오히려 그 형태가 변하는 과정만을 합리적인 사고의 틀 안에서 유추하고자 하지만 곧 실패하게 된다. 장하리의 「조금만 조금만 더---」는 1인용 쇼파에 무작위로 기생하는 유기적 형태들을 표현함으로써 이성으로 통제 될 수 없는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박종덕의 「판소리」는 30여개의 부조를 만들어 그것들이 켜켜이 겹쳐지면서 하나하나의 부조를 읽고자 하는 관객의 의지를 무산시키면서 하나의 유기적 입체 형태를 취하고 있다. 최건아의 「tree」시리즈는 일상에서 사용하다 버려진 목가구들의 잔재로 다시 나무의 외형을 재현하려는 노력을 통해서 나무라는 유기체적 존재에서 산업생산품의 자재로 전락한 목재에 대한 연민을 잘 보여주고 있다.

정설화_Anniversary_수건_190×160×120cm_2009 천성길_NUK milk cattle_아크릴, 실리콘, 합성수지_120×48×48cm_2010 최건아_tree_채집한 나무쓰레기 접합_가변설치_2009

정설화, 천성길, 류현홍은 일상에서 볼수 있는 오브제에 대해서 독특한 구성의 아이디어를 얻고 있다. 정설화는 우리가 흔히 기념 모임이나 축하모임에서 받는 수건들을 모아서 높이 2m 가까이 되는 케이크를 만들어 「Anniversary」라는 작품으로 완성했다. 기념수건을 기념케이크로 전환시킨 그 재치가 엿보인다. 천성길은 아기용 젓 병에 분유 대신에 그 분유를 생산하는 젖소를 구겨서 집어넣었다. 흔한 농담처럼 냉장고에 코끼리 집어넣기의 수순을 밟은 것처럼 보인다. 그의 작품은 단순히 유머러스할 뿐만 아니라 그 완성도가 높아서 국내 미술계를 휩쓸고 있는 네오팝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류현홍은 뤼비통 가죽제품의 자재로 야구 글로브와 축구공을 제작하였다. 명품 로고와 스포츠의 연결이 그렇게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두 가지가 모두 현대사회의 왜곡된 소비구조에 자리 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앞서 이야기 했듯이 『2010 신진조각가展』에 선정된 작가들을 대한민국 입체 및 조소전공 졸업생들 중에서 우수작가라는 타이틀로 단정 짓고 싶지 않다. 단지 그들은 신세대 작가로서 커 갈 수 있는 어느 정도의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미술관의 공간이나 예산의 제한적 범위 때문에 선정하지 못한 다른 수많은 졸업생들도 있다. 이 작가들이 형성하고 이끌어나갈 독특한 예술세계가 앞으로 작가활동에 유감없이 발휘 됐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예술은 자연과학이나 인문학처럼 가설을 세우고 학문적 연구를 토대로 해서 어느 수준 이상의 결론을 도출해 내는 것이 아니다. 단지 결론을 도출 해 낼 수 없는 가설들을 계속해서 세울 뿐이다. 그리고 그 황당하기만 해 보이는 가설들이 작가의 노력에 의해서 조형적으로 또는 개념적으로 새로운 매체를 통해서 작품으로 탄생되어지는 것을 바라며 본인의 글을 마친다. ■ 윤경만

함차랑_FESTVAL_혼합재료_50×45×50_2009 황상아_Fabricated Scenery_혼합재료_270×230×150cm_2009

우리나라 현대추상조각의 개척자인 우성 김종영의 작품과 그의 예술정신을 밝힐 수 있는 자료를 수집, 보존, 조사, 연구, 전시하는 김종영미술관은 선생께서 평생 지키셨던 예술가이자 교육자로서의 업적을 현양하고 한국조각의 발전에 기여하고자 2008년부터 매년 '신진조각가전'을 시행한다. 이 조각전시회는 미술대학에서 조소와 입체조형을 전공하고 졸업하는 예비작가를 대상으로 연례적으로 개최된다. 본 전시는 신진조각가의 발굴 및 육성이란 미술관의 설립취지에 부응하기 위하여 기획 것이다. 또한 일체의 상업적 혹은 대중적인 흥행을 배제하고, 순수하게 한국미술계의 진흥과 발전을 위한 행사로서, 초보 작가의 순수한 창작의지를 장려하고 지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 '신진조각가전'은 조각 및 입체, 설치작품을 대상으로 하며, 외부의 간섭과 도움을 받지 않고 전적으로 미술관 책임 아래 자율적으로 기획하고 작가선별과 전시에 독자성을 갖는다. 작가 선별은 타 기관이나 공모제와는 달리 미술대학이나 타 제도권에 의하지 않는다. 이것은 미술제도 내에서 이루어질 가능한 모든 폐쇄적 평가기준을 넘어서 대다수의 작가지망생들이 선발될 기회의 균등을 위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맥락에서 김종영미술관은 외부 추천을 받지 않고 미술관이 독자적으로 미래가 촉망되는 졸업생을 찾기로 방침을 정하고 큐레이터가 직접 서울과 경기일원의 졸업전시를 보고 복수의 후보를 추천하면 회의를 통해 최종적으로 출품작을 선정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미술관이 책임을 지고 작가를 선정하는 만큼 신중의 신중을 기하고자 했으며, 이 선정은 미술관 학예팀의 까다로운 평가기준과 선별과정을 거친 결과이고, 다른 미술공모에 비해 그 엄격함과 공정성을 지켰다고 자부한다. 이 전시에 참가하는 예비조각가들이 앞으로 계속 활동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미술관은 이들이 장차 한국조각을 이끌어갈 조각가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 ■ 김종영미술관

Vol.20100220h | 김종영미술관 2010 신진조각가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