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없는 화면

조문희展 / CHOMOONHEE / 趙文姬 / video.photography   2010_0318 ▶︎ 2010_0330 / 일요일 휴관

조문희_Run and Run away part1_2채널 비디오_00:00:50_2010

초대일시_2010_0318_목요일_06:00pm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일요일 휴관

갤러리 보다 컨템포러리 GALLERY BODA CONTEMPORARY 서울 강남구 역삼로 북9길 47번지 보다빌딩 1층 Tel. +82.2.561.2632 www.galleryboda.com

시각적 영상 매체인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은 현실과 가상을 넘나들며 존재한다. 매체는 매체일 뿐 실존이 아닌 허구적 형태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미지를 경험하고 기대한다. 이들은 매우 탁월한 방식으로 제작되어 보는 이에게 감성적으로 호소하며, 기념비적이거나 때론 모방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어린 시절부터 친숙하게 경험해온 디즈니의 만화 속 주인공은 이제 그들의 나이까지 기념할 정도로 실존하는 대상이 되어버렸으며, 외래문화 속에 등장하는 로맨스는 극화된 장면들로 여성적 판타지를 심어주는 요소가 되었다. 작업에 차용된 일련의 장면들은 이러한 판타지를 심어주는 극적인 부분들로, 우리에게 더 이상 일탈의 행위가 아니라 일상이 된 영화를 보고는 과정에서 수집된다. 수집된 장면에서 이미지를 분리하여 매체의 허구적 성격을 여과 없이 보여주려 한다. 이미지의 분리 과정은 형상을 만들거나 그려내는 것이 아니라 대상을 지워내고, 단채널이던 기존의 영상물을 다채널로 해체하여 접근하고 있다. 화면 안에서 실존의 대상이 되어버린 가상의 캐릭터를 갈라놓던가, 배경, 인물, 분위기 등을 각각의 화면에서 재생한다. 이제 이미지에 가려져 인식 할 수 없었던 매체의 순수한 면모를 볼 수 있는데, 더 이상 내러티브가 있는 시각 형태로 성립되는 것이 아니라 강력한 이미지를 가진 하나의 오브제로써 존재한다. 비로소 하나의 장면 속에 의도된 수많은 인위적 요소들이 영상의 언어를 통해 드러나며, 매체는 본래의 정체성을 잃고 사회, 문화적 요소나 미학적인 내용이 뒤섞여 중의적 의미를 지닌 상대(相對)가 된다. ■ 조문희

조문희_A romantic scene_3채널 비디오_00:01:40_2010
조문희_A romantic scene_3채널 비디오_00:01:40_2010
조문희_A romantic scene_디지털 프린트_34×80cm_2010

작가 조문희는 기존의 영화,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장면을 추출하여 해당화면 안에서 선택한 요소를 지우는 작업에 집중한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드로잉' 행위가 무엇을 '그리기'에 몰두하는 반면, 작가는 오히려 적극적인 '지우기' 작업을 제시함으로써 '영상매체를 통해 본다는 것의 순수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즉 매체 속에 등장하는 장면들은 '조작되고 만들어진 드라마틱한 장면'이며 이러한 이미지의 경험은 일종의 허구라는 것을 폭로하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이미지의 역능에 관한 쟁점화는 전혀 새로운 일이 아니다. 특히 탈산업사회 또는 후기글로벌자본주의사회에서 물질적 실재와 가상이미지의 대립에 대한 비교고찰은 비단 미술의 영역에서만이 아닌 여타 학문의 범주에서 이미 연구가 수행된 상투적 논쟁에 다름 아니다. 그러나 작가는 '영상매체가 설명하고 묘사하여 특정한 이미지가 부여된 대상'을 넘어서, 그러한 대상을 둘러싸고 있는 화면 바깥의 상황에 대한 허구성을 고발한다는 점에서 보다 세밀한 층위의 토론거리를 제시하고 있다. 이를테면 작가가 선택한 영상자료들에서 하나의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는데, 다름 아닌 일종의 '여성적 판타지'를 내포한 영화와 드라마인 것이다.

조문희_romantic scene_디지털 프린트_16×30cm_2010
조문희_romantic scene_디지털 프린트_16×30cm_2010

미국의 도시적 삶과 미국 중산층 가정의 생활을 보여주는 영상을 접하면서 겪는 이미지의 일상적 수용은, 부지불식간에 마치 현재 이곳의 현실도 그것과 다르지 않다는 착각을 유도한다. '아이팟(ipod)'과 같은 간편한 휴대기기를 이용하여 언제 어디서든 이른바 '미드(미국드라마)'에 노출되는 지금의 여기를 생각하면 이러한 허구적 착각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것은 마치 잘 지어놓은 고급아파트의 광고전단지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당장의 '여성적 삶'에 관한 오해와도 같은 맥락이다. ■ 김회철

Vol.20100319e | 조문희展 / CHOMOONHEE / 趙文姬 / video.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