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ark in Nostalgia

이상영展 / LEESANGYUNG / 李相永 / photography   2010_0402 ▶ 2010_0423

이상영_젤라틴 실버프린트_50×60cm_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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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10_0402_금요일_05:0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갤러리 엠 GALLERY EM 서울 강남구 청담동 101-5번지 2층 Tel. + 82.2.544.8145 www.galleryem.co.kr

나의 작업은 경주의 능, 서울의 한강, 부산 바다, 전국의 사찰들 그리고 집의 정원 등을 통하여 고향 이미지를 상징하고 있다. 이런 대상들은 내 속에 대대로 혼재 되어있는 기억의 저장고로서, 정체성을 추적하는 실마리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로니컬 하게도 나 자신이 태어난 곳을 난 한 번도 고향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 나는 한시도 편안할 날이 없는 서울의 변두리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주변이 파헤쳐진 기억 밖에 없는 혼란의 유년시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짬짬이 같은 골목에 사는 기태, 영근이 그리고 자신이 여자라고 생각하는 바보아이와 개구리며 잠자리, 메뚜기를 잡으러 바쁘게 쏘다녔다. 바보가 누룽지와 고구마 같은 간식거리를 넉넉히 가져온 날은 여지없이 꽤 먼 곳 까지 채집을 나가곤 했다. 나는 다른 아이들과 다르게 방학이나 명절을 크게 반기지 않았었는데, 대부분의 친구들이 그때가 되면 시골 할아버지 댁으로 갔었기 때문이었다. 친구들이 그립고, 부러운 만큼 그림일기 방학숙제에는 가본적도 없는 시골 원두막이 수시로 등장했고 얼굴도 모르는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번갈아 가며 수박과 참외를 깍아 주시는 그림이 일기에 가득했다. 난 거의 매일 콘크리트 담벼락 아래서 악착같이 구슬과 계급장, 딱지치기를 했고, 둥근 딱지는 박카스 상자에, 계급장과 네모딱지, 구슬 등은 종합선물 세트 상자에 분리해서 정리 할 줄 아는 아이였다. 반면에 학교숙제는 별 의미를 두지 않았다. 찬바람이 불면 총알을 닮은 쇠심을 중심에 박아놓은 박달나무 팽이를 주머니에 넣고 편편하고 단단한 땅을 찾아 몰려다니기도 했고, 외다리로 상대를 넘어뜨리는 오징어포 놀이는 아예 땅에다 홈을 파놓고 봄이 올 때 까지 지겹도록 했었다. 하지만 그 시절에 같이 놀던 친구들은 그곳엔 당연히 한명도 없다. 있으면 희한한 것이고 한심하게 산 것이다. ● 어릴 땐 가지지 못한 것을 상상했었는데 지금은 지난날을 증명할 그 어떤 단서와 증인도 없이 겪었던 것을 그리워하는 처지가 되었다. 뒤엉킨 소나무 동산에서 쪽빛의 통영바다를 바라보며 자랐다는 대학동기 문승영의 고향처럼 과분한 곳을 바랐던 건 아니지만, 과거의 흔적을 조금도 찾을 수 없는 곳을 차마 나는 고향이라고 여길 수 없어서 이상향의 고향을 다시 상상하게 되었다.

이상영_Beverly park_젤라틴 실버프린트_50×60cm_2007
이상영_Kew garden_젤라틴 실버프린트_90×140cm_2008
이상영_Malden park_젤라틴 실버프린트_50×60cm_2008

2007년 여름, 나는 가족과 함께 영국으로 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인간의 회기본능을 자극하는 태초의 고향을 발견 했다. 특이하게 세계 변화를 주도했던 산업혁명의 발상지에서, 늘 꿈꿔오던 상상 속의 이미지를 체험하게 된 것이다. 공원이 인색한 곳에서 자란 이방인에게 곳곳에 펼쳐져 있는 영국의 공원은(영국의 수도 런던은 센트럴을 중심으로 방사형을 이루면서 Zone 1에서 Zone6까지 나뉘어져 있으며 그 면적은 서울의 2.5배 정도의 크기이다. 이 구역에만 해도 헤아리기도 힘들만큼 많은 공원들이 있는데, 그 중에는 Zone 1에 위치한 Regent's park나 Hyde park, 그리고 Zone 6에 있는Richmond park나 Kew Garden 같이 거대한 규모의 공원도 있다. 반면에 내가 살았던 동네에 있는 Malden park나 Beverly park 처럼 한눈에 들어오는 소규모 공원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마치 한국의 크고 작은 산들이 동네마다 분포해 있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매우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영국의 공원은 왕실의 사냥터 또는 귀족들의 정원, 방치된 목초지 같은 다양한 탄생적 배경을 가지고 있는데, 이러한 공원들은 비슷하면서도 다른 캐릭터를 가지고 있지만 모두가 하나같이 자연스럽다. 영국의 공원에서 감지되는 시각적, 정서적 경외감은 한국의 산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한국의 마을들이 산을 중심으로 터를 잡듯이, 영국의 수많은 공원들은 도시와 인간 사이에 적절하게 위치하면서, 정신적 고향으로서의 역할을 담담하게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상영_Richmond park_젤라틴 실버프린트_90×140cm_2007
이상영_St Jame's park_젤라틴 실버프린트_50×60cm_2008

내가 공부했던 런던근교의 킹스턴 대학교 컴퓨터실에서 일하는 브루스는 나와 나이가 비슷하여 꽤 친하게 지냈다. 어느 날 내사진의 스캔 작업을 도와주면서, 그는 사진 속의 장소를 대번에 알아보았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과 자주 갔던 곳이라고 했다. 지금도 자기 아이들과 자주 간단다. 짐작컨대, 특별한 사연이 없는 한, 브루스의 아버지도 그 아버지와 함께 그 공원에서 함께 보낸 시간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대대로 한 장소에 대하여 비슷한 기억을 공유한다는 것은 인간에게 어떤 의미일까? 인간도 다른 여타의 포유류들처럼, 자연을 이해하는 무의식이 존재할까. 만약 의식이나 기억도 대물림이 가능하다면, 후손들에게 물려줄 유산 중에 이보다 훌륭한 것은 없지 않을까.

이상영_wimbledon park_젤라틴 실버프린트_50×60cm_2010

얼마 전 영국의 BBC에서 세계에서 가장 크고 영향력 있는 여행 안내서를 출판하는 론리 플래닛이라는 회사가 서울을 세계 최악의 도시 3위로 선정된 것을 보도했다.(요약된 선정이유는 " 여기저기 무질서하게 뻗은 도로, 옛 소련 스타일의 콘크리트 아파트 건물, 심각한 오염, 그리고 영혼도 마음도 없다. 숨 막히는 단조로움이 사람들을 알코올 의존증으로 몰고 있다" 였다.) 범죄와 환경오염의 도시 디트로이트가 1위, 빈곤과 치안부재의 대명사 가나의 아크라에 이어 세 번째다. 서울시가 표방한 "Soul of Asia" 라는 슬로건과 대조적으로 론리 플래닛이 서울을 최악의 도시 세 번째로 선정한 이유와 하루 삼백만 명이 방문하는 그 회사 사이트 이용자들의 공통된 의견은 "서울에는 영혼이 없다"는 것이다. 다소 의외지만 현실은 타인의 입장에서 바라볼 때 더욱 객관적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효율과 편리함을 위해 많은 것을 애써 외면하며 살아왔던 대한민국에게 실망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문명과 문화수준이 반드시 비례하지 않듯이, 효율은 약간의 편리함이지 자체가 목적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지하철에서 TV를 볼 수 있다고 한국으로 관광을 오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몇이나 되겠는가. 세계가 궁금해 하는 것은 인터넷의 속도와 고층건물의 높이가 아니다. 고도성장의 후유증을 또다시 물질적인 것으로 개선하려는 오류를 범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들이 관심 있는 것은 오히려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에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깨끗한 영혼을 대물림 할 수 있도록 잊고 있었던 각자의 고향을 가꾸고 기억해야 할 의무가 있다. 우리의 고향은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영혼의 모태이며, 영원한 미래를 보장하는 희망이기 때문이다. ■ 이상영

Vol.20100404e | 이상영展 / LEESANGYUNG / 李相永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