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ENTO MORI 메멘토 모리

송하나展 / SONGHANA / 宋夏娜 / painting.collage   2010_0407 ▶ 2010_0419

송하나_익숙한 식물_종이에 유채, 콜라쥬_65×42cm_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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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10_0407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갤러리 고도_GALLERY GODO 서울 종로구 수송동 12번지 Tel. +82.2.720.2223 www.gallerygodo.com

Arglos kommen die Blumenbilder der koreanischen Kuenstlerin Hana Song daher. Aus der Naehe betrachtet entpuppen sie sich als raffinierte Trugbilder, in denen Hackepeter, Lendchen und Filets prachtvolle Blueten austreiben. Hana Song ist von der grotesken Kombinatorik und obszoenen Aesthetik billiger Anzeigenblaettchen inspriert. Eine aehnliche Wahrnehmung ist von Max Ernst ueberlifert. In ihren handwerklich perfekten, delikaten Collagen rehabilitiert Hana Song das geschmacklos Praesentierte in schaurig-schoenen Arrangements. In einer tieferen Sinnschicht geht es um ein mit Galgenhumor vorgetragenes memento mori. ■ Dr. Annett Reckert

송하나_익숙한 식물_장지에 수채화, 콜라쥬_각 155×50cm_2008

작가 송하나의 꽃그림이 아무렇지 않은 듯 다가온다. 좀 더 가까이 들여다보면 그것은 정교하게 만들어진 환영으로 그 정체를 드러낸다. 그 안에서 각종 고기의 조각들이 화려한 꽃봉오리들이 되어 피어나온다. 작가는 그로테스크적인 조합과 값싼 광고지의 천박한 미를 통해 영감을 얻는다. 예전부터 유사한 인지가 막스 에른스트를 통해서도 있었다. 저속하게 재현된 것들은 능숙한 수작업과 정교한 콜라쥬를 통해 괴기스럽고도 아름다운 예술적인 배열 안에서 그 원래의 가치를 회복한다. 하나의 깊은 감각 층 안에서 일어나는 절망적 상황에서의 익살과 더불어 죽음을 잊지 말라는 경고, memento mori를 다루고 있는 것이다. ■ Dr. Annett Reckert

송하나_익숙한 식물_장지에 수채화, 콜라쥬_각 155×50cm_2008_부분

『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라는 다소 무거운 전시제목과는 달리 그녀의 작품들은 원색조의 밝고 알록달록한 느낌이다. 물론 5년 전의 그녀를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키취와 팝을 아슬아슬 하게 넘나들며 던지는 그녀의 아기자기하고 통통 튀는 유머감각이, 치밀해진 표현과 유화라는 질료 아래로 가라앉은 듯한 인상도 받을 것이다. 아마 시간이, 달라진 환경과 경험이 그녀를 좀 더 면밀하게 혹은 덜 수다스럽게, 그리고 좀 더 근본적인 것에 대한 질문을 위트 있게 던지게 한 건지도 모른다. 독일로 떠나면서 그녀가 이야기했던 몇 가지 이유 중에 두 가지가 기억에 남는다. 하나는 '극단적인 어려운 상황에 놓였을 때도 여전히 작업을 할 수 있는지 신을 검증해 보고 싶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깊이를 가지고 싶어서' 였다. 철학의 본고장으로 떠나는 그녀의 비장하고도 단순한 각오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송하나_달마시안_종이에 유채, 콜라쥬_70×50cm_2007

유학생활이 누구에게나 금전적으로 또한 언어와 문화의 차이로 어려울 수는 있겠으나, 그녀에게 그런 극단적인 어려운 상황은 다행히 일어나지 않았다. 첫 3년까지는... 그러나 마지막 2년을 앞두고 스스로 중대한 고비를 자초했으니, 그녀가 아이를 가지게 된 것이다. "난 애를 낳아도 절대 그림을 쉬지 않을 거야, 애를 안고 그리는 한이 있더라도!" 언젠가 그녀가 한 말에, 문득 유화물감 잔뜩 묻은 채 엄마 품에 매달려 있는 갓난아기를 떠올리며 식은땀을 흘린 적이 있었다. '작가가 무슨 투사도 아니고...' 하지만 결국 그녀는 만삭의 몸으로 한 여름 디플롬 시험을 보고, 다음 해 걸음마도 못 뗀 아기를 데리고 마이스터슐러 졸업전시를 무사히 마쳤다. 그것도 전시장 벽면 가득 작품들을 채우고서. 그래도 다행히 아기가 물감범벅이 되는 일은 없었다. 젖먹이와 씨름하면서 그녀는 틈틈이 드로잉하고 전단지를 오렸고, 차츰 하루 2, 3 시간 정도의 시간을 낼 수 있게 되자 다시 작업실을 오갔다. 집에서 오려두기, 작업실에서 붙여넣기, 집에서 스케치, 작업실에서 채색, 그렇게 조각조각 만들어낸 작업들이 하나의 커다란 화면을 이루는 과정은 그야말로 경이로운 광경이었다. 사실 독일이었기에 더 가능한 일이었겠지만, 어쨌거나 그녀의 첫 번째 검증은 이루어진 셈이 되었다.

송하나_익숙한 숲_종이에 유채, 콜라쥬_200×300cm_2009
송하나_효도관광_종이에 유채, 콜라쥬_70.5×100.7cm_2009

그런데 생명을 잉태했던 그녀는 왜 죽음을 기억하라는 걸까. 어쩌면 뱃속에 새로운 생명이 들어선 그 순간부터 저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혹시나 하는 조심스러움 속에 또 다른 불안이 시작되는 것은 아닐까. 나의 유한성을 스스로 체험하기란 쉽지 않겠지만 이 가녀린 생명체, 나에게 모든 것을 의존하며 자라고 있는, 무엇보다 긴긴 난산의 고통 속에 몇 번이나 뱃속 아이의 맥박이 흐릿해지다 없어져버리는 아찔한 순간을 겪은 뒤라면, 생명, 삶과 죽음이 이토록 가까이 맞닿아 있다는 사실을 새삼 절감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모든 실아 있는 것들이 내포하고 있는 죽음, 그래서 활짝 핀 꽃이 가득한 정물화나, 현재에 충실하라는 '카르페 디엠(carpe diem)'이라는 말은 어쩌면 역설적으로 죽음의 향기를 강하게 풍기는 건지도 모른다.

송하나_사람_지점토, 종이_15×10×8cm_2007

송하나의 이번 전시는 녹록치 않았던 독일에서의 5년을 한국에 첫 선을 보이는 자리가 될 것이다. 이젠 한 아이의 엄마가 된 그녀의 소소한 일상에서 시(詩)를 건져 올리던 민감한 안테나와, 세태를 역설적으로 반영하던 유머감각이 혹 녹슬지 않았는지, 또한 그녀의 깊이에 대한 동경은 얼마만큼 성과를 이루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사실은 현모양처가 이상형이었던 남편) ■ 이만나

Vol.20100407e | 송하나展 / SONGHANA / 宋夏娜 / painting.coll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