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그리고...흔적담기

김정주展 / KIMJUNGJU / 金正周 / installation   2010_0409 ▶ 2010_0422

김정주_추억그리기_면(cotton) 백색발염(white discharge), LED 조명_112×1580cm_2010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30am~08:00pm

롯데갤러리 부산본점 LOTTE GALLERY BUSAN STORE 부산시 부산진구 부전2동 503-15번지 롯데백화점 B2 Tel. +82.51.810.2328

김정주 초대전 - 추억 그리고...흔적 담기展 ● 4월 9일부터 4월 22일까지 14일간 롯데갤러리 부산본점에서 김정주 작가(섬유미술 전공)의 초대전을 갖는다. 2010년 2월 갑자기 돌아가신 아버지와의 추억과 흔적을 작품 속에 담았다. 김정주는 염색한 천에서 탈색시켜 가는 백색발염(白色拔染)기법으로 서체의 한 부분을 확대한 작가와 돌아가신 아버지 둘만의 서체로 공간을 새롭게 구성하는 설치 작업을 선보인다. 백색발염(白色拔染)이란 색을 입혀가는 착염(着染)과 반대로 발염제를 이용하여 직물의 염료를 탈색 시키는 기법이다. 한국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꾸준히 활동해 온 김정주는 섬유 예술에 천착해 온 작가답게 그는 작품의 제재로 탈색한 천과 조명(빛)을 선택했다. 그러나 다른 섬유작가들이 섬유가 가지는 기능적 역할에 충실한 작품을 선보이는 것과는 달리, 그는 설치와 평면을 넘나들며 섬유와 빛의 만남으로 섬유미술의 새로운 기법적인 발전을 모색한다. ● 먼저 그는 백색발염(白色拔染)으로 탈색 되어진 그만의 서체 표면에 빛을 넣어 그 부분을 밝게 묘사하는 자체발광의 작업을 통해 아버지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 흔적을 찾고자 한다. 이번 8회 개인전을 통해 작가는 다시금 아버지를 연상한다. 아버지와의 추억과 흔적들을 전시를 통해 자신의 작품들로 재해석한다. 다양한 여러 개의 서체는 공간 속에 매달려 빛을 발거나, 벽면에 평면 작업으로 설치 되어진다. 또한 빛(조명)으로 서체와 섬유(천)의 대비의 강한 효과로 벽면과 나무 틀 내부에 조명이 부착되어 평면 작품으로 전시되기도 한다. ● 어린 시절부터 계속해서 서예나 글을 쓰셨다는 아버지 생전에 함께한 서체들의 한획 한획 경이롭게 바라보는 어린 아이의 시선처럼 김정주의 작품이 주는 미적 감성은 유희적이고 경쾌하다. 공간 속에서 빛을 내뿜는 수 많은 서체는 전시의 제목에서 연상되듯이 아버지의 흔적이 빛을 발하는 추억를 상징한다. ● 천의 바탕색과 탈색된 부분의 강한 대비효과로 작업에 조명을 부착하는 수공예적 노동력과 집중력도 감탄을 자아내지만, 아버지에 대한 사랑과 추억을 연상시키는 작가의 이질적인 발상력과 공간을 압도하는 거대한 스케일의 작업 또한 보는 이의 감정을 압도하며 시선을 사로잡는다. 섬유와 조명(빛)이라는 지극히 평범한 소재에서 시작된 김정주의 작품은 섬유미술은 이러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뜨리며, 인간의 사고를 자극하는 고차원적인 전시를 보여주고 있다. ● 청바지와 종이 작업을 고수해 온 작가가 이와 같은 염색한 천의 탈색 및 조명설치 작업으로 전향하게 된 계기도 여기에 있다. 섬유를 짜거나 꿰매거나 하는 형태의 일반적인 섬유예술 전시를 탈피하여 회화와 설치를 넘나드는 자유로운 창작 활동의 욕망이 오늘날의 작가 김정주의 작품을 있게 만들었다. 이는 쓰임이라는 목적을 요구하는 기능 위주의 섬유예술을 뛰어 넘어 작가의 개성과 자유로운 표현력을 즐길 수 있는 또 다른 즐거움을 우리에게 제공해준다. ■ 롯데갤러리 부산본점

김정주_추억그리기_면(cotton) 백색발염(white discharge), LED 조명_112×1580cm_2010

脫色으로 바쳐진 思美人曲 ● 8회째의 개인전이 되는 섬유공예가 김정주의 금번 전시는 백색발염(白色拔染, white discharge) 기법에 의한 작품들을 바탕으로 빛을 도입하여 또 다른 형식의 섬유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백색발염이란 색을 입혀가는 착염(着染)과 반대로 발염제를 이용하여 직물의 염료를 탈색시키는 기법이다. 작가는 그렇게 하여 표현된 형상에 빛을 투과시킴으로써 매우 탁월한 시각적 효과를 얻어내고 있는데, 전체적으로 검은 색조의 바탕 천과 탈색된 부분의 붉은 색이 대비되는 방식의 일관된 조형형식을 보여준다. 일본 유학 시기나 대학원의 박사과정에서 일찍이 종이작업과 코르크작업 및 청바지를 펄프화하는 러그 펄프(rug pulp) 작업 등에 천착하여온 작가가 환원발염제에 의한 탈색의 표현방법에 착안하게 된 것은 단순히 새로운 기법을 추구하다가 얻은 결과가 아니라 대단히 정신적인 동기에 의한 것이라는 점이 흥미를 끈다. 이와 관련하여 작가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 "그림이란 하얀 종이나 캔버스에 색을 추가해가는 것이며, 염색 또한 흰 천에 색들을 물들여가는 과정을 가진다. 사회에 정해진 많은 규율들과 절차와 형식들 중에 계속 유지되어야 할 것들도 있지만, 필요성을 못 느껴 바꾸거나 삭제 시키고 싶은 것들이 있다. 그리고 나에게도 바꾸고 싶은 습관이나 빼내어버리고 싶은 것들이 너무나 많다..."(김정주)

김정주_추억그리기_면(cotton) 백색발염(white discharge), LED 조명_54.5×122cm_2010

검은 색은 어두움을 포함하여 죽음, 현묘, 혼돈 등 여러 가지 의미들을 가지는데, 현상계의 모든 색들이 모여졌을 때 형성되는 색이기도 하다. 전시작품들에서 볼 수 있듯이 탈색에 의해 나타나는 형상이나 이미지가 발색되지 않은 원섬유의 검은 색을 바탕으로 하여 드러남으로써 주어지는 대비의 효과가 빛의 요소와 함께 대단히 강렬하다. 일필휘지의 붓 터치에서 기(氣)의 생동(生動)을 느끼게 되고, 번짐 효과에 의한 선들과 형태들에게서도 어떤 형언하기 어려운 심상(心象)의 여러 상념들을 떠올리게 된다. 빛과 어두움의 대비는 그것이 존재론적으로 존재와 무(無), 색(色)과 공(空)의 문제를 담기 때문에 가장 근원적이고 원천적인 주제가 된다. 비 오는 날 이른 새벽의 어두움 안에 켜진 도시 신호등의 붉은 색이라든가, 짙푸른 가을 하늘의 허공에 매달린 주홍 홍시의 선연한 색, 그리고 반 고호의 남프랑스 아를의 풍경화들과 심지어 인물화에서도 볼 수 있는 황색과 청색의 강한 대비도 모두 빛과 어두움의 상징이 되면서 우리들의 감각과 상념을 원초적인 어떤 무엇으로 이끌고 간다.

김정주_추억그리기_면(cotton) 백색발염(white discharge), LED 조명_54.5×122cm_2010

전시작품들이 표현하고 있는 다양한 형상들은 이와 같이 빛과 어둠의 대비를 공통적으로 갖는 가운데, 그 의미내용에 있어서도 공통된 주제의식으로 묶여진다. 작가 스스로 술회한 바에 따르면 그것은 얼마 전 작고하신 부친에 관한 것들이다. 그런데 회화나 조소도 아닌 공예에서 의미나 주제의식을 내세우는 것이 공예의 본질을 행여 훼손하는 것일까? 아무리 탈장르의 시대에 현대공예가 본래의 도구성과 기능성에서 벗어나는 것이 다반사라고 하더라도, 그 개념과 본질에서 조소조형과 구별되면서 공예는 공예인 것이고 또 그렇게 구분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한편으로 공예작업에서 조형형식과 함께 어떤 의미내용이 담겨지는 것 또한 항상 가능하다. 전통적으로도 문양요소의 경우, 문양 형성의 역사적 배경에서 우주관이나 세계관 또는 사물현상에 대한 고대인들의 이해방식들이 추상화되어 담겨지기도 했고, 또 회화적 요소를 도입하거나 다양한 구체적 사물의 형태를 모티브로 하는 수많은 공예품들에서도 풍부한 내용요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므로 기능성을 본질로 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조형물로 성립하는 한 형식요소와 더불어 서사적 내용요소를 공예 또한 가질 수 있는 것이다.

김정주_흔적담기_면(cotton) 백색발염(white discharge), LED 조명_32×40cm_2010

세상을 떠나신 선친에 대한 기억들은 여러 가지 모티브들을 통해 구체화되거나 또는 추상적 이미지로 드러나고 있다. 살아계실 제 드리지 못한 '아버님 전상서'가 복받치는 마음으로 절절히 씌어져 있는가 하면, 생전에 즐기시던 다기(茶器)를 거룩하고 장엄한 화염 속에 놓기도 한다. 평소 남다른 정의감과 꼿꼿한 심성이 드러난 듯한 서체를 이미지화하고 있기도 하고, 고인의 넋이 무색(無色)의 공(空)으로 흩어져가는 형상을 보는 듯도 하다. 이렇게 하여 모든 작품들은 기억과 흔적과 끊어낼 수 없는 심정을 통해, 감각으로 만나 뵐 수는 없어도 마치 그대로 함께 존재하는 듯 이야기를 나누며 교감하고 있다. 그러나 보내드려야 하므로 귀천(歸天)하신 아버님의 장례의식은 전시를 통해 작가 자신의 조형언어로 다시 되풀이된다. 작업노트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 "지난 2월 7일 아버지께서 갑자기 운명하셨다. 나로선 여쭤볼 말도 보여드릴 일들도, 사랑에 보답해드려야 하는 것들이 많은데 ... 생전에 보여주셨던 아버지의 사랑과 지혜의 가르침들, 그리고 즐겨 쓰시던 서예의 필체 등 아버지와의 추억의 흔적과 나의 마음속에 영원히 간직하고픈 소중한 기억들을 담아내는 작업을 이번 전시에 표현하고자 한다."(김정주) 백영제

Vol.20100408i | 김정주展 / KIMJUNGJU / 金正周 / 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