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의 성장 Growing in Life

이은경展 / LEEEUNKYOUNG / 李垠庚 / painting   2010_0406 ▶ 2010_0411

이은경_본향의집_장지에 채색_116.8×91cm_2010

초대일시_2010_0406_화요일_06:00pm

관람시간_10:00am~07:00pm

교동아트센터_GYODONG ART CENTER 전북 전주시 완산구 풍남동3가 67-9번지 Tel. +82.63.287.1245 www.gdart.co.kr

작가 이은경의 작업은 소박한 감성과 담백한 정서로 가득하다. 그것은 자신의 일상과 체험 등에서 비롯된 내밀한 내용들을 특유의 시어(詩語)로 농축한 세계이다. 그것은 솔직하고 담백하기에 해맑은 동시를 연상시키기도 하고, 또 때로는 담담하게 일상을 기록하는 산문과도 같은 느낌을 준다. 꾸미고 과장하여 번잡스럽거나 지나치게 은밀하여 읽기 어려운 것이 아니라 평이한 형식으로 솔직하고 침착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작가의 화면은 때 묻지 않은 정서와 따뜻한 감성이 어우러진 서정의 세계라 할 것이다. 이러한 작가의 작업은 그저 시각에 작용하는 조형으로 전해지는 것이 아니라 잔잔하고 은은하지만 분명한 운율로 다가온다. 비록 일상과 체험을 통해 길어 올려 진 시어들의 집적이라 하지만, 그것은 구차한 해설을 동반하지 않는다. 작가의 화면은 어쩌면 일상에 대한 회한과 기억을 정화시켜 나열하는 은밀한 일기와도 같다 할 것이다. 그것이 일상과 체험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낯설지 않지만, 이미 정화되어 조형적으로 처리된 것이기에 생경하지 않다. 이는 작가의 작업이 별반 거부감 없이 선뜻 다가오는 이유일 것이다.

이은경_다섯식구_장지에 채색_72.7×273.4cm_2010

작가의 시어는 함축된 상징과 정화된 상상으로 가득하다. 그것은 이미 현실의 구차한 현상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감성으로 가공하고 정화시킨 것들이기에 마치 뭉게구름처럼 피어나는 다양하고 풍부한 정서로 가득하다. 작가의 화면이 때로는 풋풋한 서정으로 읽혀지기도 하고, 또 경우에 따라서는 내밀한 사유로 전해지기도 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일 것이다. 기교의 발휘에 앞서 내면에서 발현되는 솔직한 감성과 정서에 주목하고, 이를 꾸미고 가공하여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으로 끌고 가기 보다는 오히려 내면을 통해 침잠시켜 걸러내어 단순화시키는 작업 방식은 대단히 침착하고 안정적인 것이다. 이렇게 표현되어진 작가의 일상과 기억들은 비록 단순하고 함축적 이미지들로 표출되지만, 그것이 안고 있는 풍부한 감성과 해맑은 정서는 오히려 더욱 풍부하고 두드러지게 표출된다.

이은경_소꿉놀이_장지에 채색_116.8×91cm_2010

작고 소소한 일상들의 집적은 대단히 다양한 형태로 채집된 내용들을 포괄하고 있다. 그것은 때로는 형상을 통해, 또 경우에 따라서는 공간과 공간간의 관계를 통해 구체화된다. 전적으로 평면성을 지향하는 작업 방식은 비록 작가가 채집하고 조형적으로 가공한 구체적인 이미지들을 사변적인 것으로 변환시킨다. 공간들은 독립된 가치를 지니지만 이들은 상호 유기적인 관계를 지니며 충돌과 대립이 아닌 조화와 균형을 통해 질서를 찾아가는 운용의 묘를 보이고 있다. 특유의 안정감은 이를 통해 획득되는 가치이다. 이는 작가의 작업에 일관되게 작용되는 조형 방식으로, 이렇게 처리된 이미지들은 구체적인 사물을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사유와 사변을 대변하는 상징물로 변환되게 된다. 물론 그것은 풋풋하고 서정적이며 담백한 감성이다.

이은경_성장(Growing)_장지에 채색_72.7×60.6cm_2010

일상과 경험, 그리고 이들을 구성하고 있는 복잡다단한 내용들을 개괄하여 표현해내는 작가의 작업은 다분히 관조적인 시각을 지니고 있다. 일상에 함몰되거나 감정을 직접적으로 표출해 내기 보다는 다듬고 거르는 정화의 과정을 거쳐 비로소 구축되는 화면은 세간의 이해득실이나 인간적인 욕구까지도 배제한 것처럼 담담하다. 그것은 분명 현상을 통해 현상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현상 너머에 자리하고 있을 아득한 바람과 소망의 또 다른 표출이다. 작가는 어쩌면 일상을 정화시켜 자신만의 은밀한 정원을 구축하고, 그 속에서 때 묻지 않은 순수의 이름으로 자신만의 꿈과 소망을 경작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그것은 함축과 개괄을 통해 정화된 일상들을 맑고 투명한 감성으로 재가공하여 재배하는 은밀한 공간이다. 이러한 공간은 현실에서 비롯되는 부조리한 것들을 어루만져 위로하고 상처받은 영혼들을 치유하며 온갖 이루어지지 못한 꿈들을 마음껏 펼쳐 보이는 내밀한 곳이다.

이은경_평안_장지에 채색_72.7×60.6cm_2010

침착하고 안정된 화면의 바탕과 일상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은 작가의 내밀한 정원을 꾸미는 기본적인 요소들이다. 일정한 입자를 지닌 안료로 구축되어진 화면은 특유의 질감과 표정으로 작가의 조형의지를 반영해 낸다. 수용성 안료 특유의 분방하고 풍부한 표정을 통해 표현되는 오밀조밀한 조형들의 다양한 표정들은 흥미로운 조화를 이루어내고 있다. 이는 한국화, 혹은 전통회화에서 비롯된 전통성과의 일정한 연계를 확인함과 동시에 개인의 개성에서 발현되는 특질의 반영이라는 점에서 긍정될 수 있는 방식이라 할 것이다. 함축과 개괄을 통해 일정한 패턴화, 혹은 전형화 경향을 보이는 작가의 작업은 점차 자신의 정원을 구체화하고 풍요롭게 하는 시발이라 여겨진다. 이는 현실이라는 이성과 한국화라는 조형적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보다 자유로운 상상과 조형으로 자신만의 공간을 경영할 수 있게 됨을 의미한다.

이은경_사랑가_장지에 돌가루, 채색_162.2×130.3cm_2010
이은경_큐티타임_장지에 채색_60.6×72.7cm_2010

일상이라는 현실에 대한 작가의 시선은 따뜻하다. 그것은 긍정과 감사의 또 다른 표현일 것이다. 작가의 작업 전반을 관류하고 있는 따뜻하고 감성적인 언어는 바로 이에서 기인하는 것이라 여겨진다. 상처받은 것들을 치유하고, 이루어지지 못한 것들을 위로하며 슬픔과 비애, 그리고 분노와 질시 같은 것들은 물론 환희와 희열까지도 다스려 침착하고 담백한 것으로 환치시키는 작가의 시선은 인간과 그것을 둘러싸고 있는 삶에 대한 애정에서 비롯되는 것이라 할 것이다. ● 이제 작가의 작업은 점차 개별화의 과정에 들어섬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사물을 개괄하고 감정을 함축하며 조형을 단순화하는 과정을 통해 그의 시각과 관점은 점차 구체화 될 것이다. 여전히 조형에 대한 일정한 부담감과 형상에 대한 설명적인 요소들을 극복할 수 있다면, 작가가 마주하게 될 새로운 공간은 지금까지의 그것과는 사뭇 다른 자유롭고 광활한 공간일 것이다. 일상이라는 삶에 대한 작가의 관조적인 시각과 그 속에서 이루어지는 내용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은 작가의 새로운 작업을 견인 할 수 있는 충분한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운율과 리듬으로, 그리고 따뜻한 온기를 동반한 무한한 상상력으로 전해지는 작가의 감성은 여리고 감성적인 것이지만 그 본질은 분명하고 단호하다고 여겨진다. 일관된 가치관과 안정된 조형체계를 통해 엮어내는 작가의 시어는 이미 분명한 지향 점을 지니고 있는 것이라 여겨진다. 그리고 그것은 긴 여운과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지닌 것이기에 더욱 풍부하고 다채로운 조형 언어로 구체화될 것이다. 이는 도발적이고 파괴적인 조형들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작가의 작업이 돋보이고 그 다음을 기대케 하는 이유일 것이다. ■ 김상철

Vol.20100409d | 이은경展 / LEEEUNKYOUNG / 李垠庚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