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으로 피어나라

유미옥展 / YOOMIOK / 柳美玉 / painting   2010_0402 ▶ 2010_0425 / 월요일 휴관

유미옥_마음을 지다_철판 오일 부분부식_180×92cm_2009

초대일시_2010_0402_금요일_05:00pm

리앤박 갤러리 초대전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주말 문화비_1,000원

리앤박 갤러리_Lee&Park gallery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법흥리 1652-522번지 예술마을 헤이리 Tel. +82.31.957.7521 leenparkgallery.com

이따금 지인들이 "왜 그림을 그리느냐"고 질문을 한다. 나는 왜 그림을 그리는가? ● 그리기 - 그것은 치유의 도정이다. 그리고 그 과정이 하 고통스러워 삶의 고통을 상대적으로 약한 것으로 치부해 버릴 수 있는 것 같다. 예쁘지도 말쑥하지도 꾸밈에 걸맞지도 않은 나의 그림들은 내게 있어 오랜 세월 함께한 친구이다. 그림들은 내게, "그래 다 괜찮아"라며 손을 내민다. 그림으로 표현한다는 것은 나에게 있어 삶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는 치유의 묘약이다. 삶의 짐에 눌려 가슴앓이 하는 이들의 마음도 나의 그림이 그렇게 어루만져줄 수 있기를. 화려하지는 않아도 농염하지는 않아도 "저도 피어났어요" 라며 허공을 향해 푸른 잎 벋쳐대는 날선 꽃들처럼, 우리 모두 자신만의 삶을 그렇게 꽃 피울 수 있기를. ■ 유미옥

유미옥_그리움_철판, 오일, 부분부식_80×70cm_2009
유미옥_선인장Ⅱ-꽃으로 피어나라_철판, 오일, 부분부식_120×90cm_2010
유미옥_꽃무릇-그리움되어_철판, 오일, 부분부식_90×59cm_2009
유미옥_꽃몽우리_철판, 오일, 부분부식_88×61cm_2009
유미옥_달맞이꽃-기다림_철판, 오일, 부분부식_85×58cm_2010
유미옥_엉컹퀴_과슈, 드로잉잉크, 아크릴채색_161×112cm_2007 유미옥_엉겅퀴-사랑_과슈, 드로잉잉크, 아크릴채색_200×132cm_2008

삶과 그림의 지불 댓가 ● '정오에 꼬리 핀 공작처럼 저 잘난 맛에 살 위인'이란 소리를 듣곤 하던 꼿꼿한 자아를 지니고 오로지 그림 세계 안에서만 살고자 했다던 그녀. 그러나 조용한 천사 같던 두 돌박이 아이가 자폐증이라는 판정은 청천벽력 같은 것이었다. ● 엄마의 존재를 의식하지 못하고, 상처를 뜯어내 제 몸을 피투성이로 만들고 자동차길 한복판으로 뛰어들고 배설물을 입안으로 넣는 아이를 닦이며 그녀는 혼을 팔아서라도 온전히 돌리겠다고 다짐했다. 자신의 모든 것이던 그림을 아이와 바꾸었고 아이를 업고 세상 곳곳을 뛰어다니며 사투를 벌이면서 울음은 마지막에 터뜨리려고 이를 악물었다고. ● 십여 년을 특수교육에 매달리며 온 가족이 지쳐갔고 아이와 함께 죽을 자리를 향해 가고 있다는 환상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바다를 좋아하는 아이와 변산 바닷가에 깃들어 살게 되면서 가뭄 끝에 물이 스며드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원초 상태로 돌아가 깨지고 작아지고 순화되면서 하찮은 생명이라도 귀히 여기는 삶을 배워갔다고. 그 시절을 지나오며 회복기 환자와도 같이 그림을 그렸다. 감동적인 글이었다. ● 그러나 정작 나는 그녀의 그림들 속으로는 들어가지 못하고 있었다. 글만큼의 깊은 울림으로 다가오질 않아서였을까. 삶의 고통을 그대로 떠내서 형상화했지만 그림 안에서 치러야 할 대가는 별도 지불인 것일까. 전쟁을 치러낸 그녀에게 그림 안에서도 그만큼의 진통을 요구하는 것은 얼마나 가혹한가. '차라리 글을 쓰겠다 하지 말 것을...' 뒤늦은 후회까지 겹쳐 마음 폭폭해지기도 하였다. 그러나 한 시간여 만에 도착한 헤이리, 다부진 기운의 작가와 함께 작업실에 들어서는 순간 나는 부질없던 기우를 내려놓을 수 있었다. 엉겅퀴의 눈물 ● 작업실은 숲을 고스란히 품고 있는 듯했다. 벽 한 가득 거대한 유리창으로 겨울 나목들이 빼곡히 들어와 있었다. 채광 좋은 이곳을 그녀는 의외로 토굴이라 말한다. 상처 입은 동물이 토굴에 들어가 웅크리고 있듯이 이곳에서 그림으로 자신을 치유하며 하루 종일 박혀 있다고... 그녀는 엉겅퀴가 그려진 그림들을 자화상처럼 펼쳐 보인다. 여름날 아침 산으로 오르면 화난 것처럼 가시 난 엉겅퀴를 만나는데 막상 다가가면 순하고 부드러운 향을 지니고 있다고. 뿐인가. 민들레 잎처럼 쌈으로도 먹고, 약초로도 쓰이는데 피를 멈추게 하거나 종기를 다스리고 정(精)을 보하기도 하는 식물. 그녀 안에는 뾰족하지만 속 여린 엉겅퀴가 산다. 그녀를 두고 아버지는 사막에 내버려도 살아나올 아이라고 말하곤 했다. 자신의 노력으로 부딪치면 모든 일을 해결할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그 안에 깊이 감춰진 두려움과 싸우며 좌충우돌의 청장년기를 거친다. 그에게 타인과의 관계는 늘 완벽하게 공허했다. '아무도 다가오지 마!' 외치고 빗장을 치며 그림 세계에만 빠져들었다. 제어할 수 없이 풀어 헤쳐진 열뜬 레드 바이올렛 위로 현란한 마젠타가 짓이겨 번진다. 다시 그 위로 청록의 자의식이 삐죽삐죽 날을 새운다. 일렁이는 그리움과 열정, 그리고 일탈과 상처의 시간들... 어느 날 문득 고슴도치 같은 에고의 속내로부터 또르르르 굴러 내리는 눈물이라니.... 피와 고름을 삼키고 보랏빛 눈물로 흘려내는 것일까. (미술기행가 (길위의 미술관 저자) 글 中에서) ■ 제미란

Vol.20100410e | 유미옥展 / YOOMIOK / 柳美玉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