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상에 대한 경의 Homage to Abstraction

신경철展 / SHINKYUNGCHUL / 申炅澈 / painting   2010_0413 ▶ 2010_0418 / 월요일 휴관

신경철展_봉산문화회관_2010

초대일시_2010_0413_화요일_06:00pm

우연과 필연의 경계에서

관람시간 / 10:00pm~07:00pm / 월요일 휴관

봉산문화회관 BONGSAN CULTURAL CENTER 대구시 중구 봉산문화길 77 Tel. +82.53.661.3081~2 www.bongsanart.org

추상에 대한 경의 (Homage to Abstraction) -우연과 필연의 경계에서 ● '추상'이라는 용어의 의미는 '자연으로부터 이끌어내다' 혹은 '추출하다'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뉴욕 근대미술관(MoMA, Museum of Modern Art)의 관장으로 취임해서 1967년 은퇴하기까지 무려 40년간 미국 현대미술에 지대한 영향을 준 알프레드 바(Alfred H. Barr)는 '자연의 대상으로부터 자율성을 지닌 존재가 되었을 때 진정한 추상미술'이 된다고 했다. 용어만으로 추상의 정확한 의미를 이해한다는 것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다양한 소통이 이루어지는 현대의 대중문화 속에서 '순수추상미술'이 가지는 입지는 점점 좁아져 왔다. 어쩌면 일상과 예술이 가지는 최소한의 거리마저 사라진 오늘날의 과학적 시각이 만들어내는 이미지의 영향력 속에서 추상미술은 이제 하나의 전설이 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신경철_Form 1070413_패널에 아크릴채색, 연필_227.3×145.5cm_2010

원본도 없이 확대 재생산되는 이미지의 장에서 이미 전설이 되고 있는 '추상'에 대해 신경철이 이번 전시를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회화적 경의(敬意 Homage)는 무엇이고,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일까. 그것은 '우연과 필연의 경계', 즉 '우연적 표현'과 '필연적 구성'의 과정, 이를테면 먼저 이루어진 행위의 흔적을 세심하게 확인해가는 작업의 과정과 일상과 예술이 갖는 최소한의 미적거리에 대한 회복이라는 의미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신경철_Form 1070401_패널에 아크릴채색, 연필_112.1×162.2cm_2009

그가 표현하는 추상에 대한 경의는 '우연적 표현'과 '필연적인 구성'이라는 두 가지의 작업과정을 통해 이루어지는데, 그 첫 번째는 한바탕 퍼포먼스를 하듯 캔버스 위를 강한 필치나 부드러운 필선으로 조율하면서 자연의 일부나 행위과정의 흔적을 우연적이거나 즉흥적인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한바탕 퍼포먼스가 이루어진 흔적을 따라 견고하게 집을 짓듯 크고 작은 붓질의 과정을 필연적으로 운명을 받아들이듯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연필로 감싸는 구축적인 작업과정을 가지는 것이다.

신경철_Form 1070403_패널에 아크릴채색, 연필_112.1×162.2cm_2010

전후 유럽이나 미국의 추상미술이 지향했던 것이 고양된 내적 세계에 대한 경험을 그 어떤 신비스러운 힘과 잠재적 충동을 융합시키고자 했다면, 신경철은 과거추상미술이 지향했던 세계에 대한 경의를 잠재적 충동(우연)과 운명과도 같은 신비스러운 힘(필연)을 통해 추상에 대한 경의와 열망을 표현하고 있다. 어쩌면 추상미술이 경험 너머의 세계 혹은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과 열정의 산물이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가교였다면, 신경철의 추상회화에 대한 경의는 우연과 필연을 잇는 매개체로 혹은 우연과 필연의 경계를 통해 일상과 예술이 가지는 최소한의 미적거리를 회복해 보려는 시도가 아닐까.

신경철_Form 1070407_패널에 아크릴채색, 연필_112.1×112.1cm_2010 신경철_Form 1070425_패널에 아크릴채색, 연필_50.0×65.1cm_2010

이 같은 우연과 필연을 잇는 매개체이거나 우연과 필연의 경계에서 발생하는 신경철의 추상회화가 갖는 의미는 오늘날 극사실에 익숙한 시각을 의식한 추상에 대한 그 어떤 정성스런 접근태도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여 진다. 추상회화에 대한 작가의 이 같은 접근태도는 무의식과 의식이 교차하는 경계이자, 우연과 필연이 교차하는 경계가 된다. 이렇게 교차하는 회화적 경계는 무의식 혹은 우연의 흔적을 필연적 운명처럼 연필로 감싸는 치유의 과정을 통해서 완성되어 간다. ● 치유의 과정이란, 동양과 서양, 선과 색, 평면과 입체, 몸과 정신 등등이 우연과 필연이라는 경계 속에서 몸을 통해 사유했듯이 사유를 통한 몸으로 만나고 있음이다. 이렇게 몸의 사유 혹은 사유로서의 몸의 관계는 추상미술의 발전과정에서 기법의 다양성과 회화적 감수성을 통해 서양의 추상미술이 동양의 미의식과도 교감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이를테면 선불교나 서예에 심취했던 추상 미술가의 관심이 기하학적인 구성이나 행위과정으로서의 추상만이 아닌, 동양의 서체를 연상시키는 캘리그라피(Calligraphy)를 이끌어 내기도 했던 것에서 찾을 수 있다. 그렇다면, 과거와 현재를 바라보는 '추상'의 변화에 대한 시각차는 무엇인가. 추상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했던 작가이자 미학자였던 로버트 마더웰(Robert Motherwel)에 의하면, "추상표현주의는 이름 모를 배 위에서 어디로 가는지 알 수없는 밤 속을 여행하는 것이고, 현실적인 요소들과의 절대적인 투쟁"이라고 했다. 하지만 지금의 현실은 일상과 예술, 실재와 이미지 간의 간격이 '선명한 이름이 새겨진 배 위를 확실한 목표를 알고 하얀 밤을 여행'하는 것에 있지 않을까.

신경철_Form 1070411_패널에 아크릴채색, 연필_227.3×145.5cm_2010

이번에 세 번째 개인전을 선보이는 신경철의 '추상에 대한 경의'는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우연과 필연의 경계에 서 있다. 이 경계는 확실히 우연의 흔적을 필연적인 운명으로 끌어안고 치유해 가야할 삶처럼, 짧거나 멀기도 한 인생의 행로에서 아직 멀리 가야할 길 위에 있다. 이 길이 선명하게 보이지 않기에 '이름 모를 배 위에서 어디로 가는지 알 수없는 밤 속을 여행'하는 것이라고 했던 마더웰의 추상미술에 대한 설명은 분명, 추상에 대한 의미 있는 물음이다. 이러한 물음에 답하는 신경철의 회화적 방식이 바로 우연과 필연의 경계를 통해 보여주는 '추상에 대한 경의'일 것이다.

신경철展_봉산문화회관_2010

그러나 작가는 분명, 우연과 필연 혹은 이상과 현실 사이를 투쟁하듯 미적인 것의 자율성과 경험의 절대성 사이에서 발생하는 경계를 실재에 대한 이미지의 추상화 과정에서 갖는 일차적인 표현, 즉 앞서 구분했던 '우연적 표현'에 더 집중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것은 작품의 전체를 구성하는 기본적인 요소가 우연적 표현에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이번 전시에서 보여 지는 신경철의 '추상에 대한 경의'는 우연과 필연의 경계가 어떻게 오늘날의 현실 속에서 설득력을 가지는지를 시각적인 이미지를 통해 실현해 가길 바래본다. ■ 김옥렬

Vol.20100412d | 신경철展 / SHINKYUNGCHUL / 申炅澈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