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원展 / CHANGSUKWON/ 張錫源 / drawing   2010_0421 ▶ 2010_0427

장석원_무엇이 될고하니_종이에 크레파스, 연필_40.5×30.4cm_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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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10_0421_수요일_05:00pm

갤러리 고도 기획展

관람시간 / 10:00am∼07:00pm

갤러리 고도_GALLERY GODO 서울 종로구 수송동 12번지 Tel. +82.2.720.2223 www.gallerygodo.com

못 생긴 드로잉에 대한 변명 ● 고요하고 고요한 시간 무심코 연필을 들고 그린 사람의 모습, 그것은 내 마음의 그림자였다. 북경에서 보낸 1년 간의 연구년 기간은 나에게 마음 놓고 지낼 수 있는 여유를 주었다. 그것은 아무 것도 적히지 않은 종이와 같았다. 내 마음대로 그려 넣을 수 있는 드로잉 공간이었다. 점점 그 공간의 여지는 줄어 들었다. 무엇인가 기록해 둔 것은 있었지만,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나 그러한 기회가 나에게 주어졌다는 것은 분명 행운이었고 나는 이색적인 사회주의 체제 내에서 나름대로의 의미있는 활동을 해보고자 노력했다. 북경의 작가들을 만나 보았고, 그곳 잡지에 글을 써 보았고, 전시도 기획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내 마음 속에 남았던 것은 서민 아파트 촌 주변에 새벽마다 서는 야채 시장이었다. 그곳에는 있는 그대로의 중국의 서민들이 있었다. 아침 식사를 위해 약간의 채소를 사러 나온 나이든 주민, 경찰의 단속을 피해 각종 곡물을 펼쳐 놓은 장사치, 문화혁명기에 사용했을 법한 모택동 어록을 몇 권 좌판에 깔고 시간을 보내는 남자, 죽은 사람들에 함께 보낼 저승돈을 파는 사람... 내가 봤던 것은 환상이 아니었다.

장석원_바보_종이에 크레파스, 연필_40.5×30.4cm_2010
장석원_머리 긴 여인_종이에 크레파스, 연필_40.5×30.4cm_2010

나는 그 모습을 좀더 이해하기 위하여 귀국 후에는 중국 근현대사에 관련된 서적을 몇 권 읽었다. 거기에는 여러 가지 모습들이 숨어 있었다. 대장정 기간 견디기 어려운 고난 속에서 벌였던 홍군의 영웅적 행위들, 잘못된 정책으로 대약진 기간 동안 발생한3500만 정도의 아사자들, 지주에 대한 끔찍한 처단, 탱크로 밀어버린 민주화의 요구, 일당 독재에 의한 정경 유착의 비리 등. 중국은 크고 강하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짙고 어두운 그림자가 있었다.

장석원_꿈이었구나_종이에 크레파스, 연필_40.5×30.4cm_2010
장석원_비오는 날_종이에 크레파스, 연필_40.5×30.4cm_2010
장석원_女, 女, 女_종이에 크레파스, 연필_40.5×30.4cm_2010

나의 드로잉은 심상의 기록이고 유희이며 정형적 예술에 대한 반감의 표시이다. 미친 놈 같은 모습의 자화상, 바보, 바보 눈 뜨다, 머리 긴 여인, 기분 좋은 날, 무엇이 될고 하니, 꿈이었구나 등의 소제목에서 보듯 일상적인 삶에서 마주치고 상기되는 것들에 대한 심상의 반영이다. 삶이란 씹을 때까지 씹다가 버리는 껌처럼 소모시키다가 또는 소모되다가 버려지는 것이기도 하다. 자동차가 휘발유를 먹고 가듯이 삶은 씹고 뱉는 사이에 나아간다. 나와 같은 개인주의적 개체는 사회주의 체제에서는 처단해야 할 소모품일 수 있다. 그러나 개체가 눈을 뜨고, 개체가 삶의 의미와 가치를 밝히며, 각기의 창의적 역량을 발휘할 때에 진정한 민주주의는 성장한다. 직업적인 정치인들처럼 입만 열면 민주주의를 외치고, 사회 정의를 주장하는 자들은 천국에 가지 못한다. 마음의 밭에는 천국이라는 특별한 공간이 있다. 그곳은 어딘가 쓰여 있는 것처럼 서로가 서로를 먹여주는 부담스러운 곳이 아니라, 그런 일이 없어도 왠지 기분 좋은 곳이다. 거창한 슬로건 없이도 마음이 편안하고, 도덕적 정의를 주장하지 않아도 불결이 느껴지지 않는 세상…. 그런 것은 마음의 세계에 있다. 그리고 마음 속에 분명 있는 것은 실천을 통하여 실현시킬 수 있다.

장석원_털보_종이에 크레파스, 연필_54.5×39.4cm_2009

나의 장난스러운 몇 장의 드로잉이 그러한 마음의 세계를 느끼고 있는 사람들에게 얼마간 기쁨을 줄 수 있다면 좋겠다. 삶은 소모되지만, 아름답고, 그것이야말로 백지 위에 진정하게 그려나가는 드로잉이라는 것을 공감했으면 좋겠다. 좀 못 그린들 어쩌랴! 못 생겨도 매력있는 사람들을 나는 좋아 한다. ■ 장석원

Vol.20100414h | 장석원展 / CHANGSUKWON/ 張錫源 / draw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