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룩 Stain

정주희展 / CHUNGJUHEE / 鄭朱熙 / drawing.painting   2010_0407 ▶ 2010_0427 / 일요일 휴관

정주희_5월18일Ⅲ_종이에 유채_60.3×82cm_2009

초대일시_2010_0410_토요일_06:00pm

2010년 갤러리킹 공모 작가展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일요일 휴관

갤러리킹_GALLERYKING 서울 마포구 서교동 373-5번지 1층 Tel. +82.2.322.5495 www.galleryking.co.kr

우리의 발밑에는 수많은 사건들이 깔려 있고, 그것들은 한데 뭉쳐 역사라고 불린다. 역사를 이루고 있는 순간들은 글 혹은 이미지로 기록되었고, 현재 우리들이 볼 수 있는 것은 과거 그 자체가 아니라 보여 지고 있는 기록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에서 우리에게까지는 간격들이 존재한다. 이전의 사건에서부터 글이나 이미지까지, 그리고 그것을 보고 있는 우리에게까지. 역사가 단지 과거에 대한 기록의 합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 몰라도 이러한 간격에서부터 많은 것들이 나타나거나 사라진다. 즉, 역사는 언제나 변화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정주희_0625_종이에 펜_각 16×22cm_2008

2010년 갤러리킹 공모 작가로 선정된 정주희는 과거가 우리에게 현전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변화를 감지하여 드러내거나, 만들어내어 보여준다. 작가의 작업은 주로 한국의 역사 기록물 중 덜 노출된 이미지들로 이루어진다. 6․25 전쟁의 단편을 그린 「0625」 드로잉 연작은 기존의 사진 이미지를 종이 위에 다시 그린 작업이다. 여기에서 볼 수 있는 것은 예상과는 달리 참혹한 전투의 모습이 아니라, 아름답게 떨어지는 낙하산이나 한가로워서 다소 생경한 전원 풍경이다. 전쟁 중에도 기쁨과 평범함이, 그리고 삶을 이어 나가는 생활이 있었음을 보여주는 이 그림들은 마치 눈앞의 풍경을 스케치한 것 같지만, 실은 우리가 역사로서만 접해 왔던 전쟁의 기록에 대한 또 한 번의 기록이다. 이러한 아이러니는 6․25 전쟁과 우리 사이의 간격이 그 사건에 대해 어떤 통념을 만들어냈는지를 알려 준다.

정주희_Untitled 03_종이에 펜_29×21cm_2009
정주희_1952_종이에 펜_21×17.3cm_2009

「5월 18일」 연작은 다른 방식으로 역사와 기록에 대해 환기시킨다. 억압하는 그리고 내몰리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의 신체는 색색의 실 뭉치로 변해버려 기존의 단단한 형체를 잃고 풀어진다. 그 사건을 채우고 있던 감정과 그 순간의 감각이 덩어리들에서 스멀스멀 흘러나온다. 이 실 뭉치는 다른 작업에서도 등장한다. 숨 쉬지 못 할 만큼 얼굴을 감싸거나(「Untitled 03」), 비행기가 날아오르지 못 하게 잡고 있거나(「1952」), 데모하는 학생들 한 명 한 명을 이어주는 모습이다.(「Untitled 02」) 이처럼 익숙했던 이미지가 다소 생소하게 변한 것을 접하는 순간, 우리는 언제나 그 이미지와 그것의 원본격인 사건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된다.

정주희_1948년 제주도_나무패널에 유채_53.5×76cm_2010
정주희_얼룩 Stain展_갤러리킹_2010

정주희 작가의 작업은 역사의 한 장면을 더하거나 덜하면서 계속 되고 있다. 「1948년 제주도」에서처럼 이미지 위의 실 뭉치들은 분간이 안 될 만큼 한데 뭉쳐있어 얼룩덜룩하게 보인다. 이는 당시의 끈적거리면서도 가라앉는 공기를 느낄 수 있게 해 주는 동시에, 더 나아가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이 애초에 무엇이었는지 알지 못 하게 할 만큼 대상을 덮어버린다. 이렇게 시야를 가리는 것이 그 순간을 찍던 카메라 렌즈의 흠집인지 이미지를 보고 있는 우리 각막의 상처인지는 알 수 없다. 또한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이 과거의 역사인지 역사화라는 간격에서 생겨난 얼룩인지도 알 수 없다. 그러나 그 흐릿한 것이 무엇이든 상관없지 않을까. 그렇게 함으로써 이미지와 사건이 다시 살아나고 다시 죽어 과거와 역사, 우리 사이의 무한한 간격을 보여줄 수 있다면 말이다. ■ 갤러리킹

Vol.20100416e | 정주희展 / CHUNGJUHEE / 鄭朱熙 / drawing.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