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채집

이재일展 / LEEJAEIL / 李宰一 / drawing   2010_0415 ▶ 2010_0427

이재일展_나무화랑_2010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06:00pm

나무화랑_NAMU ARTIST'S SPACE 서울 종로구 관훈동 105번지 4층 Tel. +82.2.722.7760

누가 오라는 이도 없고 / 딱히 가야 할 곳이 있거나 해야 할 것이 떠오르지 않는 / 길 위의 시간들이 있다. // 그날치 일이 끝나고 어딘가로 돌아가 쉬고 싶은데 / 가야할 곳도 방향도 찾지 못해, / 점같은 상태로 발이 놓인 곳에, 우두커니, 하냥 발을 두고 있는... // 꼭 그려야 했던 건 아니었겠지만 / 그려지지 않는 손이, 눈에 띄는 종이나 신문 잡지들을 주워 모으고 / 그것들을 (재미로) 찢어 붙이거나 오려 붙이고... 뭘 쓰다 (볼펜똥을 닦으며) 그어본 선 위에 / 다른 선들을 덧그어 보기도 하고... 어떤 때 시간나면 색깔도 좀 입히고... / 그렇게 만들어진 것들... // 아무래도 지금껏 살아오면서 할 수 있었던게 이런 것 뿐이니 / 뭐하냐고 물어봐 주는 주위들이 고맙기도 하고 / 어떻튼 정리도 좀 해야 할 것 같고 / 붙이고 색칠하고 끄적거려야 지나갈 것 같던 흔적들을 / 전시라고 모으고 붙여본다. // 지금 내 나이 오십...2010. 3월 ■ 이재일

이재일展_나무화랑_2010

이번 『종이채집』展은 이재일의 첫 개인전이다. 전시는 크게 두 파트로 구성된다. 하나는 1997년에 작업한 것으로 이재일이 건강상의 이유로 입원했던 기간에 작업한 것이다. 고립된 상태에서 잡지라든가, 풀, 볼펜, 싸인펜, 스케치북 등 최소한의 재료들만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한정된 조건에서 꼴라지, 낙서 등의 즉발적인 드로잉으로 구성되었다. 또다른 하나는 2002~2003년에 현재 전시하고 있는 바로 이 장소인 '나무화랑'의 전신인 '나무기획'에서 편집디자인을 하면서 제작한 것들이다. 일을 하는 와중에 틈틈이 자투리 여가를 활용해야 했으므로 집중에는 한계가 있는 상황이었지만 작가의 내면이 정직하게 도출되어 즉흥적인 드로잉의 장점이 잘 드러나고 있다. 인쇄할 때 버려지는 자투리 종이, 잘못된 인쇄 포스터 배면 등 자연스럽게 구해지는 재료들에 자신의 감정·생각·심리 등을 드러낸 것들이다. 분노와 유머, 생활의 즐거움과 고통, 그리움, 삶에 대한 단상...등을 자연스럽고 자유롭게 읊조린 아포리즘이라 하겠다. 1997년의 작업들에 비해서는 좀 더 다양하고 열린 표현과 즐거움이 묻어 나와서 보는 이들의 마음도 즐겁게 만든다.

이재일展_나무화랑_2010

이재일의 작업은 일종의 드로잉, Poor Art, 낙서화 등으로 일컬어지는 양식일 텐데, 무엇보다 중요한 건 그런 미술 내적인 양식이나 장르의 문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스스로 위무하거나 치유해 가는데 있어서 미술이란 기제를 자연스럽고 적극적으로 활용한 점이다. 즉 미술은 잘 포장되고 다듬어진 고가의 '상품'이나 '걸작'이 아니라, 한 개인의 생활일기 가 되어도 그 나름대로 가치가 있음을 보여주는 예라 하겠다.

이재일展_나무화랑_2010
이재일展_나무화랑_2010
이재일展_나무화랑_2010

오십이 되어 자신의 삶에서 가장 굴곡졌던 부분과 자신을 가장 많이 성찰한 시기의 작업으로 갖는 이번 첫 개인전을 통해서, 이재일이 기존의 화단에서 유행하는 물량주의나 상업주의와 대적할만한 자신의 언어를 발견하기를 기원한다. 또한 이러한 양식을 적극적이고 전문적으로 변주해서 좀 더 독자적인 어법과 문법으로 발전시키기를 기대해 본다. 미술은 자신을 세계에 드러냄이다. 작가의 내밀한 언어이자 태도이고 소통에의 의지다. 출세와 성공만이 목적인 부박한 시대, 소박하고 순수한 입장에서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기 위해 작업하는 순수하고 원초적인 미술에 대한 하나의 입장으로 이재일의 작업이 지속되었으면 한다. 이는 미술이 건강해 질 수 있는 첫 번째 단계라 하겠다. 그 지점을 이재일은 이번 전시로 증명해 주었다. ■ 나무화랑

Vol.20100419f | 이재일展 / LEEJAEIL / 李宰一 / draw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