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코드와 정체성 BARCODE AND IDENTITY

김용호展 / KIMYONGHO / 金勇昊 / video.installation.painting   2010_0419 ▶ 2010_0427

김용호_Identity_단채널 영상, DV color_00:01:32_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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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10_0423_금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주말,공휴일_10:00am~05:00pm

한전프라자 갤러리 KEPCO PLAZA GALLERY 서울 서초구 쑥고개길 34(서초동 1355번지) 한전아트센터 1층 Tel. +82.2.2105.8190~2 www.kepco.co.kr/gallery

바코드와 정체성 Barcode and Identity"영구한 정체성이란 없다. 정체성은 일종의 해마다 날짜가 달라지는 기념일과 같다. 즉 정체성은 우리를 둘러싼 문화 체계들 속에서 재현되거나 다뤄지는 방식과 관련하여 형성되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이다. 그것은 생물학적으로 정의되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정의된다. 주체는 서로 다른 시대에 서로 다른 정체성들을 지니며, 일관된 자아를 중심으로 통합되지 않는다. 우리 내부에는 서로 다른 방향으로 이끄는 모순된 정체성들이 있기 때문에 우리의 동일화는 끊임없이 옮겨 다니는 것이다. 우리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통합된 정체성을 갖고 있다고 느낀다면, 그것은 단지 우리가 우리 자신을 편안하게 해주는 이야기 또는 자기 자신에 대한 자아의 서사를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완전히 통합되고, 완성되어 있고, 확실하고 일관된 정체성이란 환상이다. 그 대신 의미와 문화적 재현의 체계가 늘어감에 따라 우리는 어리둥절하게 재빨리 지나가는 여러 개의 정체성들과 마주치게 된다. 간혹 그 중 하나와는 동일시할 수도 있지만, 그것도 잠깐이다. " (스튜어트 홀 Stuart Hall)

김용호_Barcode_단채널 영상, 스테레오, HDV color_00:03:12_2010

전시관에는 전통 기법의 회화작품과 뉴미디어인 디지털 영상작품이 한 공간에 전시된다. 서로 다른 두 매체를 한 공간에 전시하는 목적은 매체의 차이에 따라 예술을 느끼고 경험하는 방법이 각각 다르게 나타나는 감상법에 다양성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동일한 하나의 주제를 통하여 각기 다른 매체를 사용하였을 때 작품을 대하는 관람자의 태도는 변한다. 전통적인 기법의 작품에는 정지와 객체의 미학이 있는 반면 움직이는 이미지는 가상공간에서 대상들과의 상호작용, 이미지들의 병합 그리고 음악과의 결합을 통해 새로운 수용방식과 지각방식이 요구된다. 벤야민(Walter Benjamin)에 따르면 전통적인 회화는 정적인 이미지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이미지 앞에 서 있는 관람자는 이미지를 해석하고 수용하기 위해서 '관조적 침잠'과 '몰입'을 통해 이미지를 받아 들인다. 그러나 움직이는 영상은 관조적 침잠과 몰입을 하기도 전에 이미지의 장면 전환이 일어난다. 이러한 이미지 수용의 과정에서 관람자는 관조적 침잠과 몰입 대신 '분산적 시각'과 '촉각적 지각'을 체험하게 된다.

김용호_Apollo360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16.8×91cm_2010

작품에 등장하는 바코드 이미지는 세계화 현상에 따른 정체성의 변화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21세기 가장 특징적인 현상이라면 단연 국민, 국가의 의미 보다는 세계가 하나의 지구촌으로 통합되어 가는 세계화(Globalization) 현상에 주목하게 된다. 과거와 같이 지역의 차별성이나 민족적 특징 보다는 이제 국가간의 상호의존에 바탕을 둔 세계 공동의 보편적 가치가 증대되고 있는 현실에서 사회학자 케빈 로빈스(Kevin Robins)는 정체성의 위기의 문제를 세계화라는 변화 속에서 찾고 있다. 국가간의 상호의존이 증대되고 국가들이 하나의 공동체로 통합되는 과정에서 단일한 세계 공통언어가 등장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바코드(Barcode) '이다. 다양한 폭을 가진 검은 막대와 흰 막대의 공간으로 배열된 이 부호체계는 사물의 생성과 유통과정을 아주 세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데이터 수집의 정확성과 신뢰성, 신속성과 더불어 데이터를 표현하고 판독하는 것이 대단히 경제적이며 방법상 용이함으로 모든 산업에서는 물론 현재는 살아있는 유기체에 이르기까지 점점 사용이 확대되어 가고 있다.

김용호_Horse438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16.8×91cm_2010

프랑스의 사회학자 보드리야르(J. Baudrillard)에 따르면 "예술품이 되려고 하는 상품, 상품이 되려고 하는 예술작품 "에 관하여 강조한 바 있다. 풍요로운 삶을 위한 물질의 대량 생산과 소비과정은 물질의 기능적 소비가치 보다는 기호적 가치로서 소비되는 경향이 대두되고 이러한 가치에 대한 사고의 인식 변화는 예술에 까지 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전시된 페인팅 작품에서 상품성은 더욱 강조되어 나타난다. 화면 중앙에는 몸체 부분이 일부 떨어져 없어지고 표면이 심하게 파손된 고대 조각상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화면의 중앙에 고대 조각상을 차용하면서 아우라(aura)의 의미는 강조된다. 왜냐하면 오래된 것일수록, 많이 변질된 것일수록 진품과 원본으로서의 가치는 높아지는 특권을 부여 받기 때문이다. 배경 전면에는 다양한 색상의 바코드가 그려져 있다. 시중에서 거래되는 상품에 인쇄된 바코드보다 더 진짜 같은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부여해주기 위한 것이다.

김용호_Herakles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16.8×91cm_2010

싱글채널 영상 설치작품에서 등장하는 돋보기는 정지된 이미지 바깥에 새로운 가상의 공간을 제공하면서 마치 외부가 비춰지는 창과 같은 역할을 한다. 돋보기를 들이대며 나타나는 작은 원형의 구멍은 인간의'유희적 시선의 욕망'을 보여주고 있다. 돋보기가 관람자에게 제공하는 작은 구멍을 통해서 보이는 이미지는 작가가 관람자에게 허락하는 극도로 제한된 임의의 공간으로 숨어 있는 무엇인가를 완전하게 드러내지 않고 시간에 따라 점차적으로 전체를 알아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돋보기의 작은 구멍으로 추상적인 물체의 움직임이 목격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영상은 몸에 붙은 바코드를 지워버리려고 애쓰는 신체로 변한다. 하지만 몸은 점점 검게 변하고 신체는 조각조각 해체되어 하나의 상품처럼 스크린 위에 진열된다.

김용호_Zeus450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16.8×91cm_2010

세계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바코드는 생산품에 있어서뿐만 아니라, 유기체적 존재에 까지 점점 확대되어 사용되고 있다. 여기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유기적 존재에 대한 인식을 하나의 사물로 보는 현상이다. 다시 말해서 존재의 가치 보다는 물질적 가치로 판단하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 하지만 스튜어트 홀(Stuart Hall)이 이미 지적한 대로 정체성은 사회 문화 환경의 변화에 따라 정체성도 변화하고, 환경 변화에 새로운 정체성이 형성되기도 한다. 정체성은 고정되고 안정된 것이 아니라 항상 진행중인 동일시 과정인 것이다. 정체성은 외부 타자와의 상호작용으로 부족한 자아를 보완하고 새로운 자아를 완성해 나가는 것이다. ■ 김용호

Vol.20100420b | 김용호展 / KIMYONGHO / 金勇昊 / video.installation.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