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asite Project #1

김덕영展 / GIMDEOKYEOUNG / 金德泳 / mixed media   2010_0423 ▶ 2010_0502

김덕영_Parasite Project(wall)_가벽설치, 종이테이프_244×410cm_2010

초대일시_2010_0423_금요일_06:00pm

관람시간 / 11:00am~07:00pm

스페이스집 갤러리_SPACEZIP gallery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291-33번지 Tel. +82.2.957.1337 www.spacezip.co.kr

메마르고 서글픈 감정 속에서 문득 혼자임을 느낄 때 오히려 자신의 처지는 선명해지고, 세상의 크기는 분명해진다. '관계'라는 도구 없이 스스로를 인식한다는 것은 심중에 견고히 자리 잡았던 삶의 당위성을 흔적없이 지우고, 그 자리에서 세계와 분리된 채 세계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는 자신을 확인하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살아있음'의 무게는 그 어떠한 것보다 강렬하고 묵직하게 자리 잡는다.

김덕영_Parasite Project(wall)_가벽설치, 종이테이프_244×410cm_2010

작가는 이러한 일련의 고뇌를 말린 종이테이프에 투영함으로써, 세상과의 분리로부터 '관계'라는 본질적이고 본능적인 사회적 형태로 다시 돌아가 '살아남기'위해 투쟁한다. 자아와 분리된 세계가 주는 위협과 고독으로 인해 그 어떠한 것보다 살아있다는 것이 우선한다는 것이 깊숙이 침투되었고, 이러한 인식의 변화는 자아의 가치와 그에 따른 철학적인 질문들이 오로지 '생(生)'의 연장선에서만 논의될 수 있음을 확인시켜주었기 때문이다.

김덕영_Parasite Project(mp3)_종이테이프, 혼합재료_10.5×6.5×1.5cm_2010
김덕영_Parasite Project(wall clock)_종이테이프, 혼합재료_지름52×6cm_2010_부분

그의 질문은 관계의 당위성. 즉, 스스로 형성할 수 없기 때문에 기생할 수 밖에 없는 말린 종이테이프의 생존 방식에서부터 시작한다. 가전제품, 의자, 시계, 진공청소기 등 그가 작품 제작에 사용하고 있는 매체들은 사회적으로 어떠한 기능을 부여받은 바 있었던 것으로써 말린 종이테이프의 침식으로 인하여 그 본연의 기능은 상실되었을지라도, 말린 종이테이프의 근거지로써 혹은 전혀 새로운 것으로써 기능하게 된다. 그러나 말린 종이테이프는 형태를 지님으로써 이제야 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출구를 찾은 듯 보이지만, 정작 오브제에 갇힌 채 스스로가 지녔던 독립적인 주체성은 상실하였다. 말린 종이테이프는 더 이상 말린 종이테이프 그 자체가 아니라 의자를 앉을 수 없게 만든 종이테이프 혹은 운동화 밑에 붙어 거리를 활보하는 종이테이프가 되었다. 또한 벽 속에 숨어있던 말린 종이테이프들은 벽이 부서지면서 그 형태를 잃게 되자 아무런 방어기제 없이 그 나약한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다. 반면, 한 켠에 쌓여있는 집을 갖지 못한 말린 종이테이프들은 끝내 태어난 그대로의 모습을 지킬 수 있게 되었으나, 세상으로부터 외면당한 채 버려진 존재가 되었다. 수북히 쌓여있거나 혹은 흩어진 말린 종이테이프의 모습에서 소외된 세계에 대한 애처로움이 감지된다.

김덕영_Parasite Project(step on)_디지털 인화_50×76cm_2010
김덕영_Parasite Project(chop)_디지털 인화_76×50cm_2010
김덕영_Parasite Project #1_유리에 실크스크린_60×100cm_2010

이로써 그가 처음 지녔던 생존에 대한 의지는 다시금 생의 가치에 관한 질문으로 마무리된다. 말린 종이테이프는 자신의 모습을 지켰어야 했을까 아니면 자신을 덜어내고 그 속에 세상을 담았어야 했을까. 말린 종이테이프의 살아남기 위한 여행 속에서의 생성과 소멸이 타협과 인식이라는 지독히 슬픈 반복으로 얼룩진 우리 세계의 삶과 닮아있기에, 크지 않은 움직임에도 그 간절한 감정이 가득히 느껴지는 모양이다. 남아있는 또 다른 말린 종이테이프들은 자신만의 생존을 위하여 불확실성의 모험을 시작한다. 전시장에서의 관객은 민들레 홀씨가 된 종이테이프들을 생존을 위한 새로운 공간으로 옮겨줄 바람이 될 것이다. 말린 종이테이프들이 그 속에서는 또 어떠한 의미를 찾게 될지 궁금해진다. ■ 박정연

Vol.20100422i | 김덕영展 / GIMDEOKYEOUNG / 金德泳 / mixed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