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꼭 숨어라~

노주련展 / RHOJURYUN / 盧宙輦 / installation   2010_0430 ▶ 2010_0513

노주련展_롯데갤러리 부산본점_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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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10_0430_금요일_06:00pm

롯데갤러리 부산본점 어린이날 기획초대展

관람시간 / 10:30am~08:00pm

롯데갤러리 부산본점 LOTTE GALLERY BUSAN STORE 부산시 부산진구 부전2동 503-15번지 롯데백화점 6층 Tel. +82.51.810.2328 www.lotteshopping.com

주름을 가진 말랑한 입방체"종이 한 장을 반으로 접으면, 이 종이는 둘이자 하나입니다. 접힌 면들을 보면 두 개이지만 또 전체를 보면 하나죠, 접힘이란 이렇게 연속의 계기와 불연속의 계기를 동시에 포함합니다. 이런 구조가 접힘의 구조이죠." (이정우,접힘과 펼쳐짐, 거름, 2000, p104)

노주련_꼭꼭 숨어라!_빌로드 천 솜_100×100×100cm×5, 100×100×50cm×5_2010

붉은 색의 비로드 천으로 만든 가로세로, 높이 각 100cm 크기의 입방체가 놓여 있다. 다른 색상에 같은 크기의 입방체도 여기저기 같이 놓여 있다. 비로드라는 천의 질감이 주는 약간 고급스럽고 화사한 재질감의 구조물은 친근감과 거부감을 함께 보여준다. 그리고 입방체에는 자신의 몸통을 관통하는 구멍이 나 있다. 그 구멍은 직경70cm 크기 원이다. 그보다 키가 작은 50cm의 입방체도 여기저기 배치된다. 그 역시 같은 크기의 구멍이 관통해 있다. 구멍의 곡면은 흰 인조 밍크로 바느질로 마감했다. ● 가로세로, 높이 각 32cm의 칸을 25개 가진 장식장을 벽에 붙여 세워 놓고 그 칸 안에 가로세로, 높이 각 30cm의 같은 재질의 작은 입방체를 하나씩 집어넣었다. 한쪽 벽으로 부착된 레일에 따라 길이 270cm 커튼이 펼쳐지고 접혀지는 모양대로 공간이 개폐되는 설치가 보인다. 그리고 방석을 벽에 붙이거나 방석끼리 연결해서 입방체의 형태를 띠게 한다. 게다가 전시장은 한 면이 유리로 되어 있어 칸막이를 하지 않으면 안의 작품들을 바깥에서 한눈에 볼 수 있다. 내부의 벽면이 모두 한 눈에 든다. 벽면은 마치 종잇장을 접어놓은 듯한 주름으로 면을 세우고 있다. ● 설치이자 배치이다. 물론 이 배치는 임의적이고 구성방법에 따라 공간은 다른 시각적 이미지를 만들 것이다. 이 이미지는 그 자체가 실재이기도 하다. 일견되는 정도는 이런 것들이다. ● 기하학적 입방체이지만 천이라는 재질이 주는 촉감적 인상과 여기저기 배치된 구조물의 설치는 퍼즐 맞추기 게임 같다는 인상을 줄만큼 묘사도 표상도 아닌 자족적 이미지뿐이다. 대상 없이 자체의 형상을 이미지로 삼고 있다. ● 그래서일까, 거기 있는 것, 그것은 도대체 무엇일까 하는 물음이 생긴다. 그리고 구조물의 크기, 모양, 위치의 이동, 그런 것의 제시. 시각화는 또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노주련_꼭꼭 숨어라!_빌로드 천 솜_100×100×100cm×5, 100×100×50cm×5_2010_부분

입방체에 구멍을 내어 관통하게 했지만 구조물 자체는 막혀 있다. 커튼을 움직여 공간을 막기도 하고 열기도 하지만 주름에 의해서만 가능한 운용이다. 그리고 전시장이라는 막힌 공간으로서 화이트큐브가 유리벽에 의해 바깥에서 안을 들여다보게 된 것도 기존의 전시공간을 벗어나 있다. 방석을 이용한 설치 역시, 벽면에 반복 병치하여 설치하거나 방석 귀를 이어 입방체로 만들면서 한 면을 비워 열린 구조와 닫힌 공간을 임의적으로 펼쳐 보인다. 의도된 것이든 그렇지 않은 것이든 설치된 구조물 사이에 묘한 대비의 배치를 목격할 수 있다. ● 어쨌든 온전한 입방체는 여섯 개의 면이 서로 맞물린 막힌 구조를 그 특징으로 한다. 그런데 그의 이번 전시는 이런 일상적 규범성을 벗어나 있다. 화이트큐브라는 일반적 전시공간과 비교되는 입방체와 구조물이다. 커튼의 구조를 이용한 설치는 라인에 따라 천이 펼쳐지면서 크기나 모양이 다르지만 막혔다 뚫렸다는 조절할 수 있는 것으로, 고정된 막힌 공간에 대응한다. 그것은 주름에 의해 드러나는 것이다. 하나의 종이를 접어 두 개의 면이 생성되듯, 전시장이나 구조물은 접힌 선에 따라 다른 공간을 연출한다. 여기서 접힌 선은 주름이며, 주름은 하나의 표현이자 공간을 열었다 펴는 실체이며, 이번 전시의 주요 개념으로 주목된다.

노주련_꼭꼭 숨어라!_빌로드 천 솜_100×100×100cm×5, 100×100×50cm×5_2010

재질감에 대한 태도 역시 이런 대비적인 이중성을 보인다. 비로드라는 천이 가진 반사성과 미끈거리는 촉감적 성격, 인조 밍크의 무반사적인 성격과 손에 잡힐 듯한 재질감이 대비를 이룬다. 매끈하고 빛나는 질감에 주름을 유도해서 이 성격을 견제하는 것이나, 정확하게 재단된 원과 구멍을 감싸고 있는 밍크 털의 무수한 선과 비정형의 터널이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그리고 입방체 구조물 안을 채운 솜들이 구멍 쪽으로 밀려나오면서 원기둥 같은 구멍은 정형이 아니라 비정형으로 무수한 주름을 생성하면서 새로운 구조가 된다. 안쪽에 든 솜이 안팎으로 부풀리면서 구조물의 안팎으로 주름을 잡고 주름을 펴면서 형태를 일그러뜨린 것이다. ● 주름이 지면 형태에 변화가 온다. 길고 깊게 주름 잡힌 터널 속에서 팽팽한 평면을 입체로 만들고, 바깥의 작은 주름은 균질화 된 면을 굴곡진 입체로 바꾼다. 정육면체는 주름이라는 내부적 힘에 의해 모양이 달라진다. 내부적 힘은 솜이라는 부드러운 물질이다. 그리고 그 부드러움이 사방으로 미어져 나오면서 구조를 바꾸고 있는 셈이다. 하나의 구조물이 자체의 내부운동으로 다른 것, 전혀 성격이 다른 것으로 변하는 상태를 보여준다. 잠재에서 현실로 그 외면이 드러나는 것이다. 그것은 육면체를 관통하는 구멍에서 보다 선명하게 확인된다. 그 구멍은 다름 아니라 주름이며 주름의 접힘과 펼쳐짐이며, 내재된 솜뭉치가 밖으로 드러나는, 욕망이 펼쳐지는 곳이기도 한다. 구멍만이 아니라 구조물 전체가 하나의 욕망이자 현실이 된다. 그것은 욕망의 덩어리를 어떻게 모양 잡아 놓느냐 하는 것과 그 욕망이 어떻게 주름을 잡으며 현실로 나타나느냐 하는 것이다. ● 이들 구조물은 단조로운 형상과 단조로운 재질, 설치와 배치에도 불구하고 닫힘과 열림이라는 구조와 개념, 연속과 불연속의 대비를 통해 구조물의 속성을 상관관계로 변화시킨다. 그것으로 일상적인 이해와 인식의 틀을 배반하고 일탈하게 한다.

노주련_머리카락 보일라_빌로드 천 솜, 가변설치_400×400×270cm_2010

말랑하게 움직이는 주름진 입방체는 자기 형용을 시각화한 것으로 규정과 비규정의 경계의 무의미함을 체험하게 한다. 움직이는 말랑한 입방체란 입방체라는 엄격한 규격과 엄밀성에 비정형의 느슨함과 딱딱한 형태감을 물렁한 촉감으로 보게 만드는 것이다. "꽁디악은 촉각기관을 능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을 때만 공간지각이 가능하다고 보았다. 즉 손을 능동적으로 움직여 대상의 형태를 탐색할 때에만 그것이 가진 입체성을 파악할 수 있다. 꽁디악은 촉각도 주관적 감각에 불과하다고 본 버클리와 달리 공간지각을 외부세계로 향하는 창문으로 간주했기 때문에 촉각적 경험에서 출발해도 외부대상을 인식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황수영, 물길과 기억, 시간의 치층을 탐험하는 이미지와 기억의 미학, 그린비, pp.42-43) 빨강, 파랑, 검정, 군청, 보라색 비로드로 입방체의 바깥을, 흰색밍크로 구멍을, 빨강과 검정, 검정과 빨강색을 외부와 내부로 이용해서 대비와 공존 그리고 다른 것으로의 변화를 보여준다. 실로 이것은 시각적이기보다 촉감적 재료로 세계를 향해 인식의 손을 내미는 것이다.

노주련_꼭꼭 숨어라!_빌로드 천 솜_100×100×100cm×5, 100×100×50cm×5_2010_부분

그러나 무엇보다 이 입방체의 변화를 보여주는 것은 촉각적 주름이다. 주름을 폈다 오므렸다 하면서 숨기고 드러내기를 반복하면서 사물은 다른 것으로 바뀐다. 입방체 천위에 드러나는 주름은 입방체라는 규정을 무너뜨리고, 밍크로 마감된 터널은 터널이 아니라 털로 가득 찬 따뜻한 공간으로 시선을 감싼다. 숨기 좋은 공간으로 관통한다. 물론 털은 털로서 기능하기보다 더 깊고 긴 주름으로 다가온다. 주름은 관통하는 터널, 지름 70cm의 정형의 원기둥 같은 구멍을 비정형의 구멍, 은신처로 변신시킨 것이다. 내부와 외부, 안팎의 경계가 없는 공간이 주름에 의해 어느 순간 내부가 되고, 관통이라는 건조한 공간구조가 숨기 좋은 친밀한 공간으로 변신한 것이다. 주름은 규정을 흔들고 다른 형상으로 전이되는 잠재운동의 덩어리로 입방체를 바꾼 셈이다. 주름진 하나의 덩어리는 변신의 잠재적 운동으로서 존재자가 된 것이다. 그것은 정지된 운동이라는 모순으로서 세계에 대한 욕망을 드러낸다. "물질은 무한히 구멍이 뚫려 있고 스폰지 같거나, 남김없이 작은 구멍들이 난, 작은 구멍 안에 또 작은 구멍이 있는 텍스처를 나타낸다." (질 들뢰즈, 주름, 라이프니츠와 바로크, 이찬용 옮김, 문학과 지성사, 2004, p.11) 그것은 다름 아니라 "우주 전체는 '서로 다른 물결과 파도들이 있는 물질의 연못'과 유사하다"(질 들뢰즈, 위의 책,p.15)는 지적에 다르지 않을 것이다. ● 그녀가 내보이는 모양, 배치와 질감은 주름의 이미지로 주어진다. 육면체는 바라보는 대상이 아니라 그 자체로 하나의 주름인 것이다. 운동이 어떻게 사물을 하나의 존재자이게 하는지 하는 의식의 확장을 보여준다.

노주련_꼭꼭 숨어라! 빨강-까망_빌로드 천 솜_100×100×100cm×2_2010

노주련의 이번 작업은 그동안의 작업과 연관된 맥락을 보이지만 보다 정교한 사유의 흔적, 설치나 유희, 게임 같은 개념이 아니라 운동으로 자신을 변화시키는 것에 주목하고 있음을 일러준다. 베르그손은 이미지를 그 자체가 실재를 표현하는 것으로 이해했다는데, 노주련은 입방체 접힘을 세계의 계기로 보고, 하나의 주름으로 실재화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 강선학

Vol.20100427g | 노주련展 / RHOJURYUN / 盧宙輦 / 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