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nk City

김부연展 / KIMBOOYEON / 金富淵 / painting   2010_0503 ▶︎ 2010_0529 / 일,공휴일 휴관

김부연_베네치아의 추억_캔버스에 유채_72×121cm_2010

초대일시_2010_0503_월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6:30pm / 토요일_10:30am~03:00pm / 일,공휴일 휴관

갤러리 루트_GALLERY ROOT 서울 강남구 논현동 7-15번지 대광빌딩 2층 Tel. +82.2.514.9978 galleryroot.co.kr

아이의 미학 ● 김부연은 아이의 세계를 추구한다. 파리에서 긴 시간동안 현대미술을 전공한 작가가 결국 도달한 지점은 순수와 가벼움의 미학이다. 그의 작품은 아이 그림을 추구했던 클레나 뒤비페에 비해 훨씬 더 밝고 경쾌하며 긍정적이다. 작가는 그림에서 이미지를 억누르는 모든 무거운 요소들(지식, 문화, 이념, 감정 등)을 걷어낸다. 작품에서 형태는 극도로 단순하며 선은 서투르고 투박하다. 색은 밝은 원색이며 입체감은 파괴되었다. 역설적이다. 무거운 개념들(철학적, 미학적)과 오랫동안 씨름했던 작가는 그것들로부터 탈출하고자한다.

김부연_아이_캔버스에 유채_89×116cm_2009

작가의 모티브는 아이들의 낙서 그림이다. 작가는 아이들이 그리는 낙서라는 단순한 행위(action)에서 모든 미술의 근원을 발견한다. 작가의 질문은 근본적이다. 인간은 왜 '그리는' 것일까. 아이의 최초의 그리기는 장난스러운 어떤 행위, 알 수 없는 감정의 무의식적인 풀어놓음, 즉 단순한 놀이에서 출발하지 않았을까. 현대미술은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가. 현대미술은 모든 창작 행위의 출발인 놀이와 즐거움을 잃어버린 것은 아닐까.

김부연_여인과 집_캔버스에 유채_163×131cm_2010

아이들의 그림은 비문화적이다. 그것은 최초의 그림(원시미술)이자 최후의 그림(아방가르드 미술)이다. 그 사이에 미술사가 놓여있다. 아이들의 그림에는 기존의 모든 회화의 기법들이 파괴되어있다. 거기에는 현대 미술가들이 이룩한 새로운 업적들이 '이미' 들어있다. 예컨대 아이들은 문명(원근법)의 질서에 얽매이지 않기 때문에 하나의 시점이 아니라 다양한 시점을 한 화면에 투영한다. 아이들은 '무의식적으로' 대상의 형태를 가장 잘 드러내는 시점들을 채택한다.

김부연_pink city_캔버스에 유채_100×81cm_2010

작가는 이러한 아이들 기법을 차용한다. 예컨대 작가는 사자를 그릴 때 사자의 얼굴은 정면으로 몸은 측면으로 배치한다. 사자의 갈기는 밑으로 쳐져있지 않고 둥근 원처럼 퍼져있다. 그것은 사자의 모든 요소를 가장 잘 드러내기 위해 작가가 다양한 시점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동물연작 시리즈인 닭을 그린 그림에서 작가는 닭과 집을 마구 뒤섞여 놓았다. 작가는 대상을 '어른의 눈'에 보이는 대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상상'에 따라 그린다. 닭이 집이고 집이 닭이다. 이 이미지는 관객에게 구분이 가면서도 가지 않는다. 이러한 기발한 상상은 어른의 지식의 틀을 벗어난다.

김부연_새를 먹는 호랑이_캔버스에 유채_65×53cm_2010

작가의 손은 아이의 무심한 손이다. 작가의 손놀림은 아이의 낙서에서처럼 자유롭고 경쾌하다. 그 손은 의도가 없으며 거침이 없다. 어른의 손놀림은 마술가의 손처럼 능수 능란 하지만 주저하며 무겁다. 그 손은 어떤 의도들에 구속된 손이며 무언가를 지향하는 손이다. 하지만 의도라는 구속에서 해방된 작가의 손이 화면에 그은 선과 색은 주저함이 없으며 자유분방하다. 이 선과 색은 화면(웃고 있는 인물, 동물, 유럽 풍경 등)에 생기를 불러일으킨다. 치밀한 구성은 작가의 관심이 이미 아니다.

김부연_사자_캔버스에 유채_60×73cm_2009
김부연_세느강변의 하루_캔버스에 유채_60×72cm_2009

통제되지 않은 선-색-형태 때문에 작가의 그림은 '서투르다'. 예컨대 그림에서 선을 자세히 보면 선은 형태에서 자주 빗겨나 있다. 작가는 곧은 직선보다는 비틀거리는 직선을 사용한다. 한번 그은 선에 선을 여러 번 긋기도 한다(「세느강변의 추억」). 작가는 색을 배합하는데 신경을 쓰지 않는다. 작가의 서투른 미학과 아이의 미학은 현대미술이 이룩한 정신이다. 그 정신이 추구한 것은 기존의 미술양식과 문명에 대한 저항이었다. 현대미술은 어쩌면 아이가 이 세상에 태어나서 무언가를 그리는 최초의 행위로 다시 돌아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작가는 결국 아동미술을 통해 미술의 근본을 사유하고 있는 것이다. ■ 박상우

Vol.20100504d | 김부연展 / KIMBOOYEON / 金富淵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