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된 정원

홍세연展 / HONGSEYOUN / 洪細淵 / painting   2010_0512 ▶︎ 2010_0526

홍세연_정원_캔버스에 유채_145.5×112.1cm_2009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081005e | 홍세연展으로 갑니다.

초대일시_2010_0512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30am~06:30pm / 일,공휴일_11:30am~06:30pm

갤러리 도올_GALLERY DOLL 서울 종로구 팔판동 27-6번지 Tel. +83.2.739.1405 www.gallerydoll.com

울창한 정글 숲 안으로 한 마리의 표범이 앉아 있다. 화면안에 이 표범의 눈빛은 우리가 야생에서 흔히 보던 먹이를 찾아 헤매던 표범이 아닌 숲 안에서 한가로이 앉아 관람자를 응시할 뿐이다. 형태도 정확히 알 수 없고 의자와 표범의 형상이 뒤섞여 정확히 무엇인지 알 수 없으나 화면 전체로 보아 잘 정돈된 이미지만 유추할 뿐이다. 또 한 작품에서는 표범의 형상은 아예 찾아 볼 수 없고 숲 사이로 무늬만 보일 뿐 화면 중앙으로 표범무늬의 접시와 커피잔이 놓여 있다. 그리고 수저와 포크가 화면 안 어디엔가 숨어있어 짙푸른 청록색의 숲과 잘 어울린다. 이러한 형상들은 어딘지 알 수 없는 장소의 불확실성으로 시간의 경계마저 모호하다.

홍세연_숲_캔버스에 유채_91×91cm_2009
홍세연_숲_캔버스에 유채_91×91cm_2009
홍세연_숲_캔버스에 유채_91×91cm_2009

홍세연이 본격적으로 표범을 그리기 시작한 것은 표범의 아름다운 무늬 때문에 그리고 명품 스카프 안에 들어간 표범의 이미지에 매료되어 야생의 표범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곧 형상의 배제와 함께 좀더 다양한 이미지들을 나타내고 있다. 작품에서 나타난 모습들은 원근감이 들어간 평범한 풍경이 아니다 화면 중앙으로 동물의 형상과 의자 이미지를 뒤섞거나 표범 무늬가 들어간 사물을 화면 중앙으로 숲의 이미지와 섞기도 한다. 거친 맹수의 모습은 소파안의 무늬로 용해되어 몽환적인 풍경의 이미지를 보이며 우리에게 어떤 이야기를 남기려는 듯하다.

홍세연_정원_캔버스에 유채_145.5×112.1cm_2009

이전부터 동물과 숲의 이미지를 그려온 작가의 작업은 원근감은 배재한 뒤 대가의 작품 이미지 안에 동물을 뒤섞거나 유명 벽지의 패턴 중앙으로 동물의 이미지를 같이 그린바 있다. 어딘지 알 수 없는 시간의 경계가 사라진 이런 모습은 신작에서도 잘 나타나는데 보이는 이미지들은 어딘지 익숙하고 아름다워 보이나 조금은 낯설다. 보통의 그림 이라면 나무와 산이 있는 들판에서 먹이를 찾는 맹수의 모습이 있을 것이나 홍세연 작품에선 잘 정돈된 숲 안에 표범이 한가로이 앉아 있다. 이 맹수의 눈빛은 먹이를 찾아 헤매는 거친 맹수의 모습이 아닌 인간에게 먹이를 달라 얘기하는 동물원의 길들여진 표범이다.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공간은 항상 정리되어 있고 인공적으로 가공되지 않은 곳이 없다. 내가 사는 곳에서 식물을 키우려면 꽃집에 가서 화분에 가지런히 담긴 꽃을 사야한다. 동물도 애완동물 숍에서 사람에게 사랑받도록 길들여진 것을 유리창 쇼윈도 박스 안에서 골라야 한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정원도 자연 그대로에 정원이 아닌 인간의 손길이 들어간 가꾸어진 정원이다.

홍세연_얼룩무늬_캔버스에 유채_91×117cm_2006

작가는 이러한 현상을 담아낸 작품들을 '박제된 정원'이라 부른다. 그리고 박제된 정원이라 말하는 작가의 작품은 보는 이로 하여금 다양한 상상력을 유도시키는데 그것은 화면 안 중앙에 있는 표범의 눈빛 때문일 것이다. 라캉은 주체와 타자의 관계에 대해 언급했는데 그것은 주체가 타자를 인식하면서 분열된 시각을 유도시키는데 거기서 우리는 혼란이 있는 다양한 해석을 내놓는다. 다시 홍세연의 작품을 보자 화면에 한가로이 앉아있는 표범을 통해 관람객은 여러 개의 시선을 만들게 되는데 이것은 작품에서'바라보는 것만이 아니라 바라보여지고 말해지는 주체'로 해석이 가능하다. 주체는 야생의 굶주린 정원에서 먹잇감을 찾아 헤매는 표범이 아니라 정돈된 인공적인 정원 안에서 먹이를 달라고 바라보는 동물원 안의 길들여진 표범이다. 이 표범의 눈빛은 왠지 슬프면서 아름답다 느낀다. 왜냐하면 '표범이 나를 바라보고 있다'라는 의미는 '나는 밀림을 그리워하는 동물원의 표범이 되어 나를 바라보고 있다' 고 해석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은 박제된 정원이라 말하는 작품을 내놓은 작가의 자연을 그리워하는 마음이기도 하다. ■ 신희원

Vol.20100521a | 홍세연展 / HONGSEYOUN / 洪細淵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