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천명 知天命

2010_0519 ▶︎ 2010_0530 / 월요일 휴관

초대일시_2010_0519_수요일_06:00pm

참여작가_박불똥_박진화_손기환_류연복_주완수

관람시간 / 12:00am~06:0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 175_GALLERY 175 서울 종로구 안국동 175-87번지 안국빌딩 B1 Tel. +82.2.720.9282 blog.karts.ac.kr/gallery175 club.cyworld.com/gallery175

『힘전』-한국미술 100년의 10대 사건 ● 1985년 여름에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1985년, 한국미술, 20대의 힘』이라는 전시가 있었다. 속칭 『힘전』으로 알려진 이 전시는 박불똥, 박진화, 손기환의 주도로 35명의 젊은 작가들이 참여하였으나 공권력의 탄압을 받고 일부 작가들이 구속되기에 이르렀다. 이를 계기로 '민중미술'이 세간의 관심을 끌게 되었고, 그해 11월 민족미술협의회가 만들어져 미술운동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였다.

박불똥_똑빠루사럿!_2010

약관에서 지천명으로: 20대로부터 50대로 ● 25년이 흐른 지금 당시의 작가들은 어느새 50대가 되었다. 이번 『知天命』전시는 그동안 꾸준히 작업에 몰두하면서 다양한 길을 모색해 온 다섯 작가를 한자리에 모아본다. 약관(弱冠)의 나이에 미술운동의 불씨를 지폈던 이들이 불혹(不惑)을 넘어 지천명(知天命)에 이른 지금에는 과연 어떤 힘을 지니고 있는지 확인해볼 것이다. 무엇보다도 젊은 날의 패기와 열정이야말로 평생토록 창작의 든든한 밑거름이 된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줄 것이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다섯 작가는 다수의 운동권 세대가 좋은 직장과 평온한 가정에 안주하고 권력에 길들여지며 부패로 살쪄갈 때, 나름대로 자신의 신념과 작업을 버팀목 삼아 미술가로 살아오면서 50대에 이르렀다.

박진화_광장 2_캔버스에 유채_150×190cm_2010

되살아나는 기억과 함성 ● 20대의 젊은 미술가들이 종로경찰서에 연행되었다가 눈을 가린 채로 어디론가 끌려갔고, 이적단체로 간주한 삼민투와 연관시키려는 과정에서 온갖 고초를 당했다. 밖에 남은 이들은 붙잡혀간 동료들을 위하여 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처음으로 어색하게 머리띠를 두른 채 농성을 시작하였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역사의 한 가운데 몸을 던진 순간이었다고 회상하며 웃어넘길 수 있겠지만, 당시로서는 가슴 떨리는 두려움과 한없는 고통이 따르기도 했다. 그런 와중에 오히려 더 참아내기 힘들었던 것은 이들의 작업이 이념적으로는 정당하지만 예술적으로는 인정할 수 없다는 평가였다. 이후에도 사건으로서 힘전이 아니라 전시로서의 힘전에 대한 평가는 너무 인색하였다.

손기환_홍길동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72.7×53cm2008

知天命은 힘전에 대한 오마주 ● 세월은 흘러 이번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힘전 당시 자신의 나이처럼 장성한 자식들을 식솔로 거느린 가장이 되었다. 군대로 해외연수로 자식들을 떠나보내고 그리워하는 아버지의 쓸쓸한 뒷모습을 숨길 수 없다. 이제 와서 과거를 돌이켜보면 후일담, 무용담이 되기도 하고 기억이 헛갈리기도 한다. 지금 50대의 작가로서 원숙한 기량과 깊은 통찰이 아로새겨진 최근 작품들을 한 자리에 모아보는 것은 여러모로 의미 있는 일이다.

류연복_물은 산을 넘지 못하고 산은 강을 넘지 않는다네_목판화_190×119cm_2000

힘전 숨겨진 이야기 최초 공개 ● 이번에 힘전 사태의 일지를 정확히 재구성하였으며, 그동안 숨겨져 왔던 힘전의 뒷이야기가 처음으로 밝혀지기도 한다. 당시 파격적으로 신문 형식으로 발간했던 전시 도록을 염두에 두고 이번에도 지하철 무가지 형식의 도록을 발간했다.

주완수_나이를 먹는다는 것-셋_종이에 잉크_2009

참여작가박불똥은 계속하여 사회의 불의에 대한 예술적 공격을 멈추지 않고 있다. 그는 세상과 불화를 일으키는데서 그치지 않고 정면충돌도 불사한다. 이번 출품작에서도 환갑을 바라보는 자신을 포함하여 정치, 성, 미술을 직설적으로 조롱하는 혈기방자한 모습을 바꾸지 않고 있다. 박진화는 90년대 초에 슬그머니 강화도로 옮겨 가더니 어느새 지역의 유지가 되었다. 그렇다고 그가 부유하거나 권세가 있는 것은 아니다. 따지고 보면 아무것도 없는데 요술방망이를 숨겨 놓았는지 전시도 하고, 화집도 내고 자신의 이름을 붙인 미술관도 생겼다. 출품작은 분단의 상처가 깊게 배인 강화도의 철책 풍경이다. 손기환은 일찍이 만화의 요소를 적극 차용하는 팝아트적인 회화를 시도하다가, 결국 만화판으로 몸을 옮겼다. 이후 대학에서 교직도 얻고 만화와 관련된 단체장도 맡으면서 팔방미인으로 활약하고 있다. 꾸준히 만화와 회화의 교차점을 염두에 둔 흥미로운 작업을 하고 있다. 출품작에서도 여전히 산뜻하고 밝은 색채와 명쾌한 주제로 그림에서의 젊음을 유지하고 있다. 류연복은 안성에 둥지를 튼 후에는 지역 운동에 적극 참여하면서도 풍류를 즐기는 기질을 발휘하여 나날이 도인의 풍모를 더해가고 있다. 작은 체구와는 대조적으로 초대형 목판화를 종종 내보이는데 동강, DMZ, 들녘을 다룬 이번 출품작에서는 다양한 시점과 독창적인 해석이 돋보인다. 주완수는 힘전 당시 학생 신분으로 민화반을 이끌고 있어서 전시에 참여하지는 못했지만, 서울미술공동체의 중요 멤버로서 함께 활동하였다. 일찍이 만화로 입신양명하였지만 그림보다 글이 많은 이상한 만화책을 주로 내고 있다. 요사이는 수묵화 같은 그림에 세태풍자적인 말풍선을 넣기도 하고, 자신처럼 나이가 먹어가는 늙은 고릴라를 그리기도 한다. ■ 조인수

Vol.20100521b | 지천명 知天命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