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임채욱展 / LIMCHAEWOOK / 林採旭 / photography   2010_0601 ▶︎ 2010_0621

임채욱_MIND SPECTRUM-월천리1005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105×105cm_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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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천리 솔섬』 출판기념회_2010_0601_화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주말_10:00am~05:00pm

갤러리 원_GALLERY WON 서울 강남구 청담동 101-5번지 Tel. +82.2.514.3439 www.gallerywon.co.kr

월천리를 갈 때면 나의 가슴은 설레임으로 두근거린다. 나는 무슨 이유로 월천리에 그리 자주 갔던 것일까? 그것은 바로 솔섬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월천리는 내게 작품의 영감과 열정을 심어 주었고 솔섬에 대한 운명도 함께 맡겼다. 우연히 인터넷에서 보게 된 사진 한 장에 눈 내리던 날 무작정 달려갔던 월천리. 그렇게 시작된 월천리 출사는2년6개월 동안 스무 차례가 넘었다. 내 인생에서 가장 뜨거운 가슴으로 치열한 시간을 보냈던 곳이 아마 이곳, 월천리가 아니었을까! 그곳에서 나는 솔섬이 들려준 숨소리에 귀 기울이고 서로 침묵의 대화를 나누며 그 이야기들을 사진에 담았다. 하지만 월천리와 함께 했던 소중했던 시간들이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곧 월천리 솔섬의 바닷가에 LNG생산기지 건설 공사가 시작될 것이다.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을 언제나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답해야 하는 현실이 너무나 안타깝다. 월천리가 내게 마음의 쉼터와 작품이 되어주었듯 이제는 내가 월천리에게 보답해야 할 차례가 된 것 같다. 그 이야기들을 사진과 글로 엮어서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 이 책을 통해 솔섬의 비극적 운명을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된다면 솔섬의 원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할 수 있도록 작은 힘이 되어 주기를, 큰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랄 뿐이다. 이 작은 책을 월천리 솔섬에게 바친다. ■ 임채욱

임채욱_MIND SPECTRUM-월천리1011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83×230cm_2010

MIND SPECTRUM - 시공간을 공유하는 色과 無音의 법칙들 ● 사진은 '실재를 재현'한다는 신화를 갖는다. 그리고 컬러사진의 발생에 이르면서 '현실과 같다'는 사진의 신화는 더욱 굳건해졌다. 임채욱의 사진은 매우 사실적이며 적나라한 자국들이다. 여느 사진이 갖는 프로세스의 범위 안에서처럼, 빛이 유제 면에 닿아 그 흔적을 남긴 인덱스이다. 그러나 수직과 수평의 선들과 여백, 그리고 선명한 원색을 통해 자연계의 복잡한 형태와 색채이면에 깔려있는 근본적인 아름다움과 존재성을 포착하여 자연의 형태가 숨기고 있는 내적 생명력을 묘사한 작가의 시선은, "자연은 표면보다 내부에 있다"고 한 폴 세잔의 말을 떠올리면서 단순한 시각․ 현상적 사실을 넘어 근본적인 대상의 파악을 위한 몰입을 유도한다. 익숙한 사진안의 대상이 또 다른 존재로 보이게 되는 것, 그것은 마치 실경을 본 후 감정이입하여 다양한 초점으로 조망한 진경산수의 그것과 같이 현실안의 대상들을 새롭게 만나게 하는 계기가 되어준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실재 재현'에 대한 사진의 신화를 역행이라도 하는듯한 임채욱의 컬러이미지는, 사진 안에서 오히려 현실의 세계가 아닌 또 다른 세계를 상상하게 만들고 어딘가에 있을 법도 한 초현실적 시공간을 몽상하게 만든다.

임채욱_MIND SPECTRUM-월천리1014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50×150cm_2010

이것은 실제 존재하는 자연이지만 또 다른 자연의 모습처럼 보이게 만드는 작가의 시선과 감정이입의 상징이 '색-色'을 통해 표출된 때문이며, 우리가 알고 있는 자연과 작품에 의해 자연으로부터 알게 되는 것들이 공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대상을 바라보는 두 가지 방법의 병치는 작가의 色을 통해 '조화'로 귀결된다!

임채욱_MIND SPECTRUM-월천리1010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75×230cm_2010

"한밤, 또는 쉰 새벽에 본 하늘과 바다 또는 솔 섬과 산등성이들은 참으로 푸르고 아름다웠다" 이 얼마나 비현실적인 감상인가! 그러나 작가는 그 시간과 공간에서 그렇게 느꼈고, 그 느낀 바 대로 색을 입혔다. 임채욱의 작품 안에 색이 차지하는 영역이 많은 것은 촬영 당시 실제 프레임 안에서는 그 만큼의 여백이 많았다는 뜻이다. 그리고 작가는 현상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그 여백을 색으로 채운다. 촬영당시 느낀 그 감성 그대로,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상황의 색이지만 작품 속 '대상을 위한' 색의 대비는 단지 사물의 명암이 아닌 배경과 대상의 관계를 명확하게 하는 임채욱의 느낌표와 같다.

임채욱_MIND SPECTRUM-월천리1018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50×80cm_2010

하나의 색은 다른 색이 함께 함으로 해서, 그 본 색이 강조되고 각인되는 법이다. 작가의 사진안의 선명한 색들이 정작 대상이 아닌 배경을 위주로 채워져 있다는 사실은 바로 그 색을 통해 대상을 표현하고자 하는, 즉 대상이 어떻게 보이게 하는가를 결정지우는 매개체가 된다. 그렇기에 작품안의 강렬하고도 선명한 색의 존재는 오히려 켜켜이 쌓여 퇴적을 이루는 동양화의 그것과 같이, 대상을 바라보며 흘렀던 기나긴 시간과 장 노출의 찰나동안 그 안에 작가의 기다림과 상념의 층위와도 같이 두텁기 그지없다. 결국 작품속의 색은 눈으로 보는, 또는 보았던 색이 아닌 마음으로 본 色, 작가의 주관으로 이끌어낸 色인 것이다. 이것이 바로 임채욱의 마인드 스펙트럼을 통한 색의 향연이며, 우리를 숨 쉬게 하는 무색의 공기들이 분광기를 통해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화려하게 색을 펼치듯 더 나아가 다양한 마인드 스펙트럼들의 소통과 조화의 의미를 확장시키는 것이다. 색이 갖는 의미와 상징을 통해 발언하고 소통하고자 하는 작가의 작은 바램. 그래서 임채욱의 사진 속 색들은 강렬하고 에너지가 넘친다.

임채욱_MIND SPECTRUM-월천리1020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100×150cm_2010

그리고 작가의 사진 속에서 대상은 단지 풍경의 일부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들은 자연으로부터 조각내어져 우리의 MIND앞에 마주선다. 그러나 프레이밍 된 자연속의 그 일부들은 단절이 아닌 전체를 향한 시작의 시점이 된다. 작품의 끝과 모퉁이, 여기서부터 연장된 또는 연장될 전체를 상상해보라는 여지를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직이 강조되고 선이 살아있는 그의 사진 속 풍경들은 더 옆으로, 더 위로, 그리고 화면 앞으로 무한히 확장된다. 임채욱의 시선이 잡아놓은 그 한정된 시․공간이 사진의 네 면과 꼭지점을 넘어 보는 이의 시선을 끌어당기고, 작품안의 이미지를 넘어 그 이상의 풍경을 상상하게 하는 힘은 바로 이 지점에서 생성된다.

임채욱_MIND SPECTRUM-갈매기의 꿈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46×80cm_2010

도망하기를 구태여 반복하여도 그것의 부질없음을 깨닫고 종국에는 돌아오고 마는 곳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자연. 우리 인간이 벗어날 수 없는 자연의 일부라는 세상의 질서 때문이 아니겠는가. 그렇기에 작가의 주제 속에서 애당초 '타인'은 존재하지 않는다. 관찰자와 동일한 주체로 익명의 우리들을 사진 속 대상 앞에 마주하게 한다. 어쩌면 촬영하는 그 순간을 마치 함께 서있는지도 모르겠다고 생각된다면, 그것은 이미 우리의 마인드 스펙트럼이 임채욱이 본 자연을 초현실적으로 누리고 있다는 증거가 아니겠는가. 그러니 그저 바라보며 즐기기를 기꺼이 할 것을, 마음껏 발 담그고 때론 걸으며 호흡하기를 권하고자 한다. 그 순간 실제 자연의 세계와 구성된 세계 사이의 대비사이에서 섬세한 대화를 하게 될 것인 즉, 얇은 인화지위에 켜켜이 쌓인 시간을 듣게 될 것이고, 그 '무음'들이 멈춰진 한 장의 장면으로 기록되는 순간 사진 안에 차고 넘치는 소리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것이 임채욱의 마인드 스펙트럼을 보는, 그리고 우리의 스펙트럼을 공유하는 유일하고도 소중한 대화의 방법이다. ■ 이수민

Vol.20100602h | 임채욱展 / LIMCHAEWOOK / 林採旭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