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가 靈家의 초상 肖像 The Portrait of the Deceased House

박진호展 / PARKJINHO / 朴鎭浩 / photography   2010_0604 ▶︎ 2010_0617 / 일요일 휴관

박진호_영가의 초상 #1_디지털 프린트_100×150cm_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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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호 홈페이지_www.parkjinho.com

초대일시_2010_0604_금요일_06:00pm

관람시간 / 09:30am~08:00pm / 토요일_09:30am~07:00pm / 일요일 휴관

갤러리 이룸_GALLERY ILLUM 서울 중구 충무로 2가 51-13번지 2층 Tel. +82.2.2263.0405 www.galleryillum.co.kr

1. 2007년 여름, 처음으로 유럽 여행을 했다. 런던, 파리, 아를, 베니스, 로마, 프라하, 암스테르담, 빈, 린츠, 프랑크푸르트, 베를린, 뮌헨, 카셀, 뮌스터, 칼스뤼헤…. 매체를 통해 보았던 것들을 실제 본다는 것은 어쩌면 기억과 현실의 충돌을 불러일으키는 일이다. 내 기억은 오래 전에 텔레비전이나 영화를 통해 보았던 것과 나의 상상과 다른 사람이 쓴 글의 조합일 터이니... 어떤 곳에서는 정말 데자뷔 현상이 일어나기도 했다. 어쨌든 내가 본 그들은 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 때 폭격을 받지 않은 곳은 그대로 남겨 두고, 이용하고 있는 듯했다. 과거 혹은 전통을 팔아먹고 산다는 유럽의 유서 깊은 도시들은 그대로 있었다. 아트제가 찍은 파리는 지금이라도 카메라에 흑백 필름 넣고 찍으면 그 분위기를 그대로 드러낼 것 같았고, 조셉 수덱이 찍은 프라하도 그대로 있었다. 베니스, 로마는 말할 것도 없고...(순전히 내 느낌이다. 그곳에서 오래 살았던 사람의 체험 섞인 분석은 이 자리에서 필요치 않다.) 아, 그래, 마차가 자동차로 바뀌었다. 그리고 모두 아름다웠다. 런던은 나에게 품위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했고, 파리는 푸근했으며, 베를린은 독일 병정 같은 엄격함이 돋보였다. 암스테르담은 복잡하고, 혼돈스러웠지만 그 속에 내재하고 있는 관용을 생각하게 했다. 뮌스터는 격조가 있었고, 빈은 옛 영화(榮華)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모두가 자신만의 모습을 보이고 있었고, 나는 그것을 아름답게 느꼈다.(다시 한 번 말하지만 순전히 내 느낌이다.) 사대주의라고? 천만에! 나는 아직 내 몸 속에 남아 있는 민족주의와 국수주의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이다. 여행 잘 못했다고? 무슨 말씀! 나는 그들의 장점만을 보려고 노력했을 뿐이다. 그래서 내가 본 그들의 장점은 무엇이냐고? 사실 뭐 특별하지도 않고 대단하지도 않다. 37일 간의 주마간산에서 특별하고 대단한 것을 가지고 온다면 정말 나는 특별하고 대단한 사람이겠지만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내가 보고 온 것은 유럽인 그들이 말하고, 우리의 매스컴이 말하고, 내 주변의 사람들이 얘기하는 소위 '유럽의 전통'이다. 전통이 유지되는 방법은 무엇일까? 나는 '가꾸기'와 '일구기'라고 말하고 싶다. '앞마당에 꽃밭 가꾸기'와 같이 쓰이는 가꾸기... '뒷마당에 텃밭 일구기'처럼 쓰이는 일구기... 관심과 정성과 사랑이 그 말 속에 내포되어 있을 게다. 자기 것에 대한 자부심이 그 밑을 떠받치고 있을 게다.

박진호_영가의 초상 #2_디지털 프린트_72×108cm_2008

2. 다른 일 때문에 스크랩북을 뒤지다가 1988년 1월 28일자 조선일보의 '만물상' 코너가 눈에 들어왔다. 내용인 즉, '서울시는 앞으로 건축 허가를 할 때 건축물의 색상까지도 따지기로 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면서 외국의 예를 주욱 들고 있었다 ; 프랑스의 앙드레 말로가 문화부장관을 할 때는 거리의 네온 색깔까지 규제했고 원색은 쓰지 못하게 했다. 프랑스 서북부의 브르타뉴 지방의 도시의 집 벽은 모두 흰색으로, 지붕은 모두 푸른색으로 칠하도록 시민헌장으로 정해져 있다. 그리스에서는 집을 모두 흰색으로 해야 하고, 2-3년마다 한 번씩 새롭게 칠을 하도록 법에 정해져 있다. 독일의 미텐발트 시는 흰 벽에 제각기 벽화를 그리도록 장려하고 있으며, 네덜란드는 창가에 화분 놓기를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하고 있다. 우리가 서울의 찬가를 부르기에는 아직 멀었다. 뭐, 이런 내용이었다. 서울 시민의 자발적인 모습이 아쉽고, 서울특별시와 대한민국 정부의 행정이 부족함을 얘기하는 것이리라. 하긴 1인당 국민소득이 5천 달러가 안 되던 때였으므로, 그나마 88년 서울 올림픽이 아니었으면 이런 관심이 일기도 어려웠을지 모르겠다. 어쨌든 벌써 20년 전 일이니 서울이 오늘날 이렇게 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을 것 같다.(징후는 있었지만…) 오늘의 서울? 서울이 세계의 그 어떤 도시들보다 확실하게, 유일하게 추진하고 있고, 또한 거의 완벽한 성공을 거두고 있으며 그것도 거의 시민의 열렬한 성원 속에서... 정치가 끌고, 행정이 밀고 있는 것... 민·정·관의 탄복할만한 삼위일체...그리고 혼연일체... "전 서울의 아파트화!" 그렇지 않은가? 아니면 전국 도시의 아파트화? 이러면 맞는가?

박진호_영가의 초상 #3_디지털 프린트_100×150cm_2008

3. 재개발이든, 재건축이든, 찬성하든, 반대하든 그 집들은 없어질 것이다. 가꾸고자 하는 마음이 없기 때문에 사라져 갈 것이다. 정치인의 사기술에 넘어가서 부서져 없어질 것이다. 우리는 앞으로 소위 유명 화가의, 유명 문인의, 하다못해 유명 정치인의 생가라고 하는 것은 가질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런 것이 보고 싶을 때는 지금처럼 유럽에 가서 보면 된다. 그리고 사실 걱정할 것 없다. 지금까지 우리가 해 온 전통(?) 방식이 있기 때문이다. 그가 태어난 집이 아파트로 재개발될 때, 혹은 재건축 될 때 표지석 하나만 박으면 될 터이니까... 그리고 세월이 좀 더 흘러 아파트 태생이 위인 전집에 실리는 날, 표지석의 글귀는 이렇게 하면 될 것이다. '그는 일찍이 30층짜리 힐스테이트 아파트의 정기를 받고 태어나...아니면 래미안, 아니 푸르지오가 어울릴 것 같다. 그나마 좀 자연에 가까운 분위기가 나지 않나...? 음, 그리고 표지석 아니 공덕비 하나를 더 박아야 한다. 뉴타운으로 지정케 해 준 지역구 국회의원을 기리는... 예를 들어 울산에서 서울 동작구로 무작정 상경한 후 목욕탕에서 때 밀며 뉴타운 지정을 선거 공약으로 내세우신 분, 바로 그 분이 하신 말씀을 새겨야 한다. "뉴타운을 공약으로 내거신 후보들께서는 선견지명이 있는 분들이었다." 그러니까 자기도 선견지명이 있는 한 사람이었다는 얘기인데... 뜨거운 가슴과 냉철한 머리로 그 말을 분석하면, 원주민 입주율 30%는 선견지명이 있는 정치인들만의 탁월한 능력과 정책의 결과라는 것이다. 다음 선거(그것이 어떤 종류의 선거이든)에 또 다시 출마하여 당선되기 위해서는 그런 공약을 이번 임기 안에 그러니까 5년 안에 해치움으로써 그 누구와 같은 '불도저 추진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사실 어려운 일은 아닐 게다. 지금의 대통령이 청계천 재개발 할 때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있으니까 어쩌면 비교적 여유가 있는 편일 거다. 하여간 집을 재테크 이상으로는 생각하지 못하는 일부 선동적 지역구민 혹은 지역구민화한 투기 세력과 그 빈틈을 쑤시고 들어가 노란색 청사진을 제시하는 국회의원은 서로의 목표와 욕구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는 것에 함께 감동했음에 틀림없다. 압도적 표차로 당선되었으니까... 계속 개발하는 것이다. 정신 계발은 처박아 두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의 계발과 전혀 관계없다. 헐고 다시 짓는 (악)순환 속에서 건설 경기는 활기를 띨 것이고, 건설 회사에는 실패한 운하파기의 보상이 되기도 할 거다(큰 꿈을 가진 자는 지역구만 신경 써서는 안 될 것이다). 그것도 단기간에 해치워야 한다. 그래야 능력 있어 보이고 실력 있어 보일 것이다. 그게 바로 추진력인 것이다. 부작용은 나중에 생각할 일이고…, 사실 부작용이라는 것을 주민들이 알면 안 된다. 선량한 주민들이 너무 많이 알면 이 일은 진행되기 어려운 것이다.

박진호_영가의 초상 #4_디지털 프린트_72×108cm_2008

그런데 또 다시 나의 뜨거움과 냉철함을 작동시켜 입주율 30%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가를 분석해 본 바, 분명 서울은 평양을 꿈꾸고 있음에 틀림없다는 것이다. 아, 정말 엄청난 얘기다. 5공 시절이었으면 잡혀 갈 비유다. 그러나 차분히 생각해 보자. 무엇보다도 거주에 관한 한 평양의 판단 기준은 출신 성분 즉 사상이고, 서울의 출신 성분은 곧 돈 아닌가? 그러니까 엄청난 재산세와 종부세를 낼 수 있어야 살 수 있는 곳이 서울이고, 재개발/재건축의 본인 분담금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들만이 계속 거주할 수 있는 곳이 뉴타운이니, 더불어 살기 어려운, 그런 현상이 더욱 심화되는, 그런 정책이 계속 나오는 그런 서울은 아마도 평양이 되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것이다. 뉴 평양... 비유가 딱 맞는 것 같다. 세계 어느 도시가 이렇게 흘러가는가? 그것도 정치인들에 의해...버스 요금이 70원이라고…? 그래, 말꼬리 붙잡고 싶은 생각은 없다. 잘못 나온 소리겠지. 그렇지만 솔직해야 한다. 버스 탄 적이 없어서 잘 몰랐다고... 불편해서 못 타겠다고... 솔직히 나는 당신들과 달리 좀 부자라고... 아니면 하다못해, 의정 생활이 바빠 버스 탈 시간이 없었다고... 선거철에 마을버스 몇 번 타 봐서 버스 요금이 얼만지 알고는 있었는데 말이 헛나왔다고 변명할 정도밖에 안 되는 배짱이라면 다른 꿈을 꾸어야 한다. 사람들에게 표 달라고 하지 말고... 그런데 갑자기 왜 버스 요금 얘기냐고? 이런 사람들이 문제라는 얘기지. 뉴타운의 문제점에 대해 알고 있으면서도(나는 당연히 알고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문제점은 모르고 장점만 안다?) 모른 척, 버스 요금 모르면서 아는 척... 혹세무민하는 것과 뭐가 다른가? 좀 달리 에둘러 표현해서, '100% 입주율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얘기를 해 봤냐구? '시간을 가지고, 부작용을 최소화 하면서 하겠다'고 했냐구? 미안하지만 나는 당신의 밑천을 봤다. 정말 미안한 얘기지만 당신도 아니다. 하여튼 옛집에 대해 미련을 두는 것은 미련한 짓이 될 뿐이다. 문화는 잠시 보류하자는 데 의견은 만장으로 일치한다. 앞으로 5년 남았단다. 서울의 가옥 형태가 아파트 80%로 되는 날이... 고지는 멀지 않았다. 가꾸기? 일구기? 그런 것은 내 사전에 없다. 중단 없는 전진, 앞으로!

박진호_영가의 초상 #5_디지털 프린트_72×108cm_2008

4. 이미 지정되어 있는 서울의 26개 지역 뉴타운은 얼마나 넓을까? 717만 평이란다.(평을 계속 써도 되나?) 화성과 동탄 신도시 지역 합친 것의 3배란다. 느낌이 안 온다. 그럼 일산 신도시가 476만 평(16평방킬로미터)이라면... 조금 감이 온다. 분당이 일산보다 조금 크다나? 작다나? 하여간 큰 차이 없다. 서울이 그렇게 넓은가 보다. 오늘날 모든 것이 정치적 욕심과 돈 욕심이 어우러져 진행된다. 업적에 목매달고 사는 정치인의 어설픈 공약과 부추김에 강남 불패 신화에 대한 상대적 피해 박탈감에 시달리는 선량한 시민들이 현혹되고 있다. 영국의 도크랜드에 15,000채의 집을 짓는데 몇 년 걸렸을까? 20년이란다. 그럼 일본의 롯폰기 힐스 지역의 재개발은 얼마 걸렸을까? 17년이란다. 그들이 게을러서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다. 간단하다. 부작용의 최소화! 2008년 5월 10일 MBC 뉴스 후, 뉴타운 꼭지를 보면 참 자세히 취재해서 보도했다.

박진호_영가의 초상 #18_디지털 프린트_72×108cm_2008

덧붙임 : 1. '골목길'이란 말은 사어(死語)가 되어가고 있다. 앞으로는 '블록'과 '단지'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우리의 아이들은, "내가 태어난 곳은 서울 도곡동 래미안이고, 네가 태어난 곳은 천안 신부동 래미안이니까 우리는 동향(同鄕)이야"라고 얘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말의 의미는 시대에 따라 바뀌는 것이니까... 미래의 국어사전은 동향을 "같은 건설 회사에서 지은 아파트에서 태어난 사람을 가리킨다. 그 때 지역은 고려되지 않는다"고 해설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2. 선견지명 : 역시 미래의 국어사전에는 원래의 말뜻에 이런 의미가 첨가될 거다. "국회의원이 일부 지역구민 또는 구민화한 투기 세력과 합세하여 선량한 구민을 선동, 뉴타운으로 지정하도록 압력을 넣는 것. 주로 지역구 국회의원의 선거 공약으로 발생한다."

박진호_영가의 초상 #19_디지털 프린트_100×150cm_2008

영가(靈家)의 초상(肖像) ● 빨간색 스프레이가 난무한다. 간혹 검정색, 흰색, 녹색도 있다. 0가... 공가... 아마도 빈집 혹은 나간 집을 말하는 것 같다. 한자로는 이렇게 쓸 것이다. 空家. 그렇다고 하늘에 떠 있는 집은 아닐 거다. 홀로코스트 영화를 보면 유태인의 집 외벽에 페인트로 별을 그려 놓은 것을 볼 수 있다. 다윗의 별이 낙인(烙印) 되어 있는 것이다. 주홍 글씨가 생각난다. 영어 알파벳 대문자 A가 생각난다. 화가 난다. 슬프다. 또 스산해지기도 한다. 공가 주변을 돌다 보면... 골목골목을 돌아다닐 때의 어느 한 순간! 뜯겨 나간 창틀... 그 공가들이 내뿜는 존재감... 강력한 존재감, 위엄 같은 것... 곧 완전히 사라져 그 흔적조차 찾을 수 없을 그 집들이 내뿜는 아우라... 공가 주변을 돌다 보면... 죽기 전까지 스스로의 존엄 혹은 위엄을 잃지 않고 서 있겠다는 의지... 그 집들은 꼭 스스로 빛나는 사람 같다 - 삶의 마지막 반짝임을 강하게 드러내는, 인디언 서머 같은, 꺼지기 직전에 확 타오르는 촛불처럼... 혹은 삶의 마지막을 담담히 받아들이는... 얼마 후면 사용될 영정 사진을 찍는 듯한 느낌... 집의 포트레이트... 나는 0가, 공가에 더하여 여기, 영가(靈家)를 보탠다. 그것은 그 스스로 존재감을 지니고 있는 집으로서의 영가(靈家)다. 우리는 늘 그 영가(靈家)를 물리적으로 허물고, 심적으로도 모두 지워버린다. ■ 박진호

Vol.20100606d | 박진호展 / PARKJINHO / 朴鎭浩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