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홍규 수묵풍경展 Ⅱ

이홍규展 / LEEHONGKYOO / 李洪圭 / painting   2010_0609 ▶︎ 2010_0615

이홍규_기다림_한지에 수묵담채_45×142cm_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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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10_0609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인사아트센터 INSA ART CENTER 서울 종로구 관훈동 188번지 Tel. +82.2.720.4354 www.insaartcenter.com

합리적 시각의 실경산수, 그리고 관념과 이상의 새로운 지평 ● 수묵의 역사는 자못 오랜 것일 뿐 아니라 동양회화 전통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수묵의 위상이 과연 예전의 그것과 같은가 하는 물음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미술의 격랑 속에서도 여전히 수묵이 생존해 있을 뿐 아니라 부단히 지속되며 그 유장한 생명력을 이어오고 있는 현실은 분명 시사하는 바가 있는 것이다. 그것은 수묵이라는 전통이 지니고 있는 본연의 생명력과 더불어 수묵이 여전히 현대회화의 효과적인 표현 방식으로서의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홍규_가을 향교_한지에 수묵담채_52×117cm_2010

작가 이홍규의 작업은 수묵을 기조로 삼고 산수를 내용으로 하고 있다. 수묵은 동양회화의 가장 보편적인 조형 방식이며, 산수는 전통의 주류를 이루는 화목이니 작가의 작업은 분명 전통과 일정한 연계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작가의 산수는 실경산수로 구분된다. 전통적인 관념 산수의 고루한 형식주의에서 벗어나 대자연의 기운과 감흥을 직접 체험하고, 이를 생동감 있게 표현하고자 함이 실경산수의 기본적인 입장일 것이다. 더불어 이를 통해 우리 산천에 대한 긍정과 재발견의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작가의 작업은 실경의 기본 덕목에 잘 부합하는 진지한 표현과 현장감을 바탕으로 이루어져 있다. 주변의 풍광들을 두루 답사하고 체험하는 과정을 통해 대상이 되는 산천을 개괄해 표현하는 작가의 눈은 분주하고 손은 꼼꼼하다. 원근을 구분하고 명암을 부분적으로 차용하기도 하며, 때로는 수묵 자체의 분방하고 경쾌함이 두드러지기도 하는 작가의 작업은 복합적인 내용과 실질을 지니고 있다. 작가는 분명 재료는 물론 표현에 이르기까지 전통과의 일정한 연계를 확보하고, 이를 통해 자신이 속한 시대와 공간을 표현하고자 함이 여실하다. 그것은 바로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시각과 표현이라 정리해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홍규_회상_한지에 수묵담채_69×141cm_2010

작가의 작업은 몇 가지 부류로 구분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반복적인 수묵의 집적을 통해 이루어지는 눅진한 적묵(積墨)의 깊이와 무게를 지니고 있는 실경 작업과 분방한 필묵의 경쾌한 속도감이 두드러지는 작업, 그리고 철선묘(鐵線描)를 연상시키는 강단 있는 필선으로 대상을 개괄해 표현해 내는 담백한 화면의 실경 작업 등이 바로 그것이다. 그중 수묵의 집적을 통해 일정한 양감을 구축하고 이를 통해 화면의 종심(從深), 즉 앞과 뒤의 관계를 구분하여 그윽한 공간감을 표현해 내는 작업은 공간의 합리적 표현이라는 점에서 서구적 관찰법과 표현 방식이 혼융되어 있는 경우라 할 것이다. 수묵의 집적으로 이루어진 두터운 양감과 선묘의 표현으로 구성되어진 도시의 표현은 수묵의 면과 모필의 선, 그리고 자연과 인공, 흑과 백 등의 대비와 조화를 이루면서 화면을 구축해 나아간다. 산수 표현의 일반적인 방식인 준법의 운용 대신 수묵의 집적과 명암의 대비 등을 통하여 웅장한 산세를 표현해 내는 방식은 수묵 자체의 심미적 내용이나 산수의 기세 표현에 앞서 다분히 합리적인 서구의 풍경적 시각이 두드러지는 경우라 할 것이다. 특히 높은 곳에서 낮은 곳을 조망함으로써 얻어지는 공간의 물리적 깊이와 넓이가 두드러지는 화면은 이성적인 합리성이 돋보인다. 수묵의 중첩에서 파생되기 마련인 채도의 증가, 즉 수묵이 탁해짐을 산천의 질감으로 처리한 부분은 수긍할 수 있는 조형 방법이라 할 것이다.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풍광을 전통적인 산수의 유현함과 현대적 직선미의 조화로 수렴해 내는 이런 종류의 작업들은 실경산수의 특징적인 요소들을 두루 지니고 있는 아카데믹한 경우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홍규_11월 어느날_장지에 수묵담채_86×192cm_2010

모필 특유의 탄성과 순발력을 이용한 발랄한 작업은 작가의 작업에 있어 또 한 부류를 이루고 있는 표현 방식이다. 경쾌하고 담백하며 순간적인 수묵의 변화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는 이러한 작업 방식은 스스로 일정한 리듬을 드러내며 운필의 묘와 수묵의 특질을 표출해 낸다. 이는 지필묵이라는 대단히 오랜 조형방식의 고전적 심미에 작가 개인의 신명과 감각이 더해져 이뤄지게 되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분방하고 자유로우며 감각적인 이러한 화면은 그 자체가 싱그럽고 경쾌하며 담백한 것이 특징이다.

이홍규_봄 나들이Ⅱ_한지에 수묵담채_64×44cm_2010

이에 더하여 단정한 필선들로 개괄되어진 산수의 표현은 작가의 작업에서 관심이 가는 것들이다. 마치 감정을 배제한 듯한 단정하고 단호한 가늘고 날카로운 필선들로 잘 정돈된 화면은 비록 실경을 전제로 한 것이 역력하지만 극히 정적이고 담백한 화면을 구축해 낸다. 필선 자체도 그러하지만 더해지는 담채 역시 은은하고 절제 있는 표현으로 얼핏 세속에서 초탈한 듯한 독특한 정취를 자아낸다. 이는 실경의 한 변형으로 작가의 주관과 감성이 투영된 것이라 여겨진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화면 운용은 여전하지만 그것의 실질은 표현되어진 대상이 아니라 그러한 사물들의 조합을 통해 발현되고 있는 독특한 정서와 기운에 있다 할 것이다. 이에 이르면 산수나 풍경은 그저 객관적인 묘사나 재현의 대상이 아닌 일정부분 작가의 사유와 관념을 수용해 내는 도구적 수단으로 변환되게 된다. 이는 어쩌면 관념과 사실, 즉 전통적인 관념 산수와 현대적인 실경산수의 접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현상적인 표현이라 해석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작가가 실경산수를 작업의 화두로 삼은 것이 산수라는 대단히 오래된 전통형식의 현대적 해석과 재발견에 있는 것이라 한다면, 어쩌면 작가는 그 단서에 접근하고 있는 것이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홍규_봄 나들이_한지에 수묵담채_39×72cm_2010

전통은 그 자체로 무겁고 부담스러운 것이지만, 반대로 무한한 재발견과 재해석이 가능한 보물창고와도 같은 것이다. 그것은 시대에 따라 모양과 내용을 달리하며 나타나게 마련이다. 작가가 수묵과 산수라는 극히 전통적인 표현방식과 소재를 통해 현대라는 시공을 표현함에 있어 그 전제 가치는 당연히 재발견과 재해석이 될 것이다. 다양한 작업방식을 통해 전통에 접근하고 있는 작가의 입장과 자세는 사뭇 진지하며 점진적이고 안정적인 것이다. 그러나 만약 이에 더하여 보다 진취적이고 궤를 달리하는 실험을 진행할 수 있다면 그 경계는 사뭇 달라질 것이라 여겨진다. 그것은 수묵이 지니고 있는 본질적 의미와 내용, 그리고 산수의 본질과 현대적 가치 등 작가의 작업 전반에 걸쳐 이루어지게 될 것이다. 작업의 변화 양태와 지향 등을 통해 미루어 볼 때 작가는 이미 일정한 화두, 혹은 단서에 접근하고 있다고 보여 진다. 이제 작가에게 필요한 것은 가장 근본적이고 기본적인 내용들에 대한 점검을 통해 방향을 재확인하고, 이를 구체화 해 낼 수 있는 작업의 집요함과 집중력일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전통은 훌륭한 나침반이 되어 줄 수 있을 것이며, 작가가 보여주고 있는 작업에 대한 진지함과 열정은 그 멀고 험난한 여정을 극복해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하는 가장 설득력 있는 조건일 것이다. 작가의 분발과 성과를 기대해 본다. ■ 김상철

Vol.20100608a | 이홍규展 / LEEHONGKYOO / 李洪圭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