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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광展 / KIMJINGWANG /金珍光 / painting   2010_0609 ▶︎ 2010_0614

김진광_Interaction of sensitivity_한지에 혼합재료_165×120cm_2010

초대일시_2010_0609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가나아트 스페이스_GANAART SPACE 서울 종로구 관훈동 119번지 Tel. +82.2.725.9256 gana.insaartcenter.com

도시의 풍경으로 읽어내는 「내면의 감성과 대상의 상호작용」 ● 문명의 발달에 따라 그 중심이 되는 가치는 시대에 따라 변하여왔다. 과거 초자연적인 것들이 믿음의 대상이었다면, 이는 곧 종교로 대체되고, 근대에 들어 종교는 다시 합리라는 과학으로 위치를 바꿔가며 이어져 왔다. 현대라는 오늘의 시공에서 이러한 가치를 대변하는 것은 조금은 천박하고 지나치게 현실적인 것일지 모르지만 어쩌면 자본이라는 것일지도 모른다. 도시는 바로 이러한 현대적 가치를 상징하는 문명의 산물일 것이며, 그 속에서 삶을 영위하는 현대인에게 있어서 도시는 이미 또 다른 자연이 되었다.

김진광_Interaction of sensitivity_한지에 혼합재료_130×324cm_2010

작가 김진광의 화면에는 도시의 다양한 표정들이 새겨져 있다. 다분히 일상적인 도시의 풍광들은 색채가 제거된 단색조로 표현되고 있다. 그것은 마치 네거티브 사진과도 같은 정교하고 정적이며 차분한 인상을 지니고 있다. 일견 이러한 화면은 사진이라는 새로운 표현 방식을 차용한 것처럼 여겨지지만 그것은 대단히 작은 점들로 이루어진 수공의 결과물이다. 마치 디지털 화면의 pixel을 연상시키는 작은 점들은 모여서 형상을 만들고, 흩어져 여백을 생성해낸다. 화면 속의 도시는 분명 분주하고 활기차지만 순간 정지된 것 같은 작가의 화면 속에서는 오히려 침착하고 정적인 모양으로 표현되고 있다. 그것은 도시 본연의 부산함과 묘한 대조를 이루는 것이다. 작가는 이러한 독특한 화면에 대해 「Interaction of sensitivity」라는 일련의 명제를 부여하고 있다. 「내면의 감성과 대상의 상호작용」이라는 명제의 해석은 이러한 화면이 단순한 시각적, 혹은 현상적 상황의 재현이나 기능적 특장의 발휘가 아님을 강조하고 있는 셈이다. ● 그것이 비록 수공에 의한 것이라고 하지만, 작가의 도시 풍경들은 사진이라는 도구적 인상이 강한 것이 사실이다. 그것은 재현이나 복사와 같은 반복적인 복재의 또 다른 의미이기도 하다. 즉 작가는 도시라는 일상적인 풍경들을 사진과도 같은 복재와 재현의 기술적인 내용들을 치밀한 수공의 작업을 통해 복사해 내는 역설을 작업의 화두로 삼고 있는 것이라 여겨진다. 작가는 이를 복제범람의 현 사회에 대한 냉소적이고 비판적인 시각의 반영이라고 해설하고 있다. 즉 종교를 대신한 과학의 힘을 통해 사물은 물론 생명체의 복제에까지 이르게 하고 있는 오늘의 현실을 비판하고 경계한다는 의미인 셈이다. 다양한 삶의 양태를 포용하고 있는 도시는 복합적인 번잡스러움을 통해 살아있음을 확인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작가는 도시의 다양한 표정들을 극히 정적이고 감정조차도 거세시킨 것 같은 침착하고 냉정한 시각으로 표현하고 있다. 순간 정지와 같은 시간의 멈춤은 그것이 지니고 있는 외부적인 형태나 양상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 이면을 응시하고 조망하기 위한 조형적 설정이라 여겨진다. 그는 분명 도시, 혹은 풍경 자체에 관심과 목적을 두는 것이 아니라, 그 이면에 담겨 있는 현대라는 특정한 상황과 그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특정한 가치를 드러내고자 함인 것이다. 그러므로 작가가 취한 「내면의 감성과 대상의 상호작용」이라는 명제가 성립되게 되는 것이다.

김진광_Interaction of sensitivity_한지에 혼합재료_91×130cm_2010

화면에 더해지는 수많은 작은 점(pixel)들은 서로 어우러지며 도시의 표정들을 표현해 낸다. 그 자체로는 별다른 의미나 가치를 지니고 있지 못하는 점들은 상호관계를 통해 형상을 구축하고 의미를 생성해 낸다. 작가의 점은 점에서 선, 그리고 면으로 발전해 나가는 조형의 기본 단위라기보다는 현대라는, 또는 도시라는 공간을 구성하고 있는 제반 요소들의 상징이라 함이 보다 적확할 것이다. 더불어 이는 현대라는 시공을 가늠하는 디지털 시대를 상징하는 가장 작은 단위이기에 차갑고 기계적인 성질을 지니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이러한 작은 점들이 모여 형상을 이루 듯 인간 역시 개인에서 출발하여 사회를 이루고, 그 경험의 총체가 문명을 구축하게 된다는 것이 작가의 이해이다. 이는 다분히 관념적인 설정이며 작위적인 해설이기도 하지만, 그가 지향하는 도시로 표현되는 현대와 문명의 상황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방편이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김진광_Interaction of sensitivity_한지에 혼합재료_81×65cm_2010
김진광_Interaction of sensitivity_한지에 혼합재료_81×65cm_2010_부분

작가는 도시의 작고 일상적인 부분에서 단서를 포착하며, 그 집요한 표현을 통해 자신의 사유를 구체화 한다. 명멸하는 신호등이나 방향 표시판, 혹은 실상과 대비되는 허상의 설정을 통해 일상적인 화면을 변환시킨다. 그의 화면에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도시의 풍경들은 바로 이러한 사유를 이끌어 내기 위한 도구적 수단이며, 작가는 가장 보편적이고 명료한 이미지들을 통해 도시라는 공간이 지니고 있는 복잡다단한 이야기들을 구체화하고 있는 것이다. 작가의 작업에서 보여 지는 개관적 이미지는 실상 허(虛)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며, 오히려 이를 통해 파생되는 불특정한 단상들이 그가 표현하고자 하는 실(實)의 내용인 셈이다. 즉 작가는 보이는 사실에 주목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이루어지는 상호 작용의 내용들에 대한 주관적 사유를 표출하고자 하는 것이라 풀이할 수 있을 것이다.

김진광_Interaction of sensitivity_한지에 혼합재료_117×91cm_2010

사진이라는 문명의 복제기술을 반복적인 수공의 작업을 통해 재현하는 역설적인 조형방법은 대단히 흥미로운 것이다. 더불어 작가가 제기하고 있는 문명의 가치와 한계, 그리고 그 폐단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화두이기도 하다. 과학은 합리라는 이름으로 기계문명의 편리를 제공해 주었지만, 대신 신화와 전설 같은 아득한 상상과 꿈의 세계를 앗아가 버렸다. 도시라는 공간이 이러한 문명이 구축한 총체적 실체라 한다면, 작가가 이를 통해 발언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분명 시의성이 읽혀지는 의도라 긍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화두를 구체화하여 작업을 통해 구현한다는 것은 일정한 도발이나 충격적인 방식을 필요로 할 것이라 여겨진다. 더불어 화면을 통해 특정한 이야기를 이끌어 내려는 시도는 오히려 작가의 작업이 지니고 있는 풍부한 상상의 요소와 공감의 확장을 저해할 수도 있음은 지적되어야 할 것이다. 굳이 특정한 주제에 함몰되지 않더라도 작가의 작업은 이미 충분한 상상과 해석을 통한 공감의 요소들을 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가 화면을 통해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작업에 대한 진지함과 조형의 탄탄함은 앞으로 작가의 작업을 견인해 가는 가장 중요한 동력이 될 것이다. 더불어 현대라는 시공과 문명의 상황에 대한 진지한 시각과 사유 역시 앞으로 진지하게 추구해 볼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는 내용이기도 하다. 이는 앞으로 전개될 작가의 작업에 기대를 갖게 하는 가장 기본적인 이유일 것이다. 작가의 분발과 성취를 기대해 본다. ■ 김상철

Vol.20100608g | 김진광展 / KIMJINGWANG /金珍光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