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 Sign

주세균展 / JUSEKYUN / 朱世均 / photography.video   2010_0609 ▶︎ 2010_0615

주세균_Flag series 3b_피그먼트 프린트_60×90cm_2010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일,공휴일_01:00pm~07:00pm

사이아트 갤러리_CYART GALLERY 서울 종로구 안국동 63-1번지 B1 Tel. +82.2.3141.8842 cyartgallery.com

비회화적 회화, 비조각적 조각, 비예술적 예술 ● 주세균 작가는 도덕이나 질서 및 기타 사회적 기준을 만들어 내는 것이 교육과 같은 일방적인 프레임을 덧씌우는 행위에서 기인한 것 아닌 가하는 의심에서 작업을 시작하였다. 그리고 상식이라고 생각되었던 영역을 교묘하게 전복시키는 모순적 상황을 마주치게 되면서 인위적 기준들을 토대로 하여 작동되는 인간사회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 제기를 하는 작업을 보여주고자 한다.

주세균_Flag series 3a_피그먼트 프린트_60×90cm_2010
주세균_Flag series 7b_피그먼트 프린트_60×90cm_2010

이번 전시에서 보여주는 작업들은 국기라는 국가를 상징하는 이미지에 대한 담론적 작업이다. 이전 작업에서는 보여주었던 문자를 소재로 한 작업에서는 인간사회에 있어서 문자라는 도구의 편의성 아래 감춰져 있는 기표적 한계성을 지적하고 이를 드러내 보여주고자 한 것이었는데 이러한 이전의 작업과도 이번에 보여주는 작업은 일정하게 연장되고 있는 개념적 작업인 것이다. ● 사진과 영상을 통해 보여주는 것은 작가가 직접 색깔 별로 구분된 모래 가루를 이용하여 국기의 이미지를 만드는 과정인데 하나의 시각적 결과물을 만들어 내고 있는 장면과 그 결과물을 쓸어내 버리는 장면이다. 흥미로운 점은 일반적인 예술가들과는 달리 캔바스와 물감 혹은 바인더 같은 고착시켜 보존하는데 필요한 재료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는 국기와 같은 이미지를 재현적으로 만들어 내지만 그 결과물을 물질화 시키지 않는다. 오히려 그 오랜 노동의 대가(代價)인 물질을 쓸어내 버리는 과정을 통해 많은 시간을 사용하여 만들어낸 이미지를 섞어버리고, 없애버리는 행위 자체만을 보여줄 뿐이다.

주세균_Flag series 1b_피그먼트 프린트_60×98cm_2010
주세균_Flag series 8b_피그먼트 프린트_100×85cm_2010

'회화가 평면에 이미지를, 조각이 공간에 구조물을 구축하는 것'이라면 주세균 작가는 일순간 없어질 이미지를 만들었고, 단지 색 모래 가루가 형성한 얇은 두께의 공간만을 만들어냈을 뿐이며 이러한 결과물도 결국은 지워버렸다. 물질을 통해 예술적 행위의 산물을 만들어내는 것을 포기하거나 부정하는 행위를 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 10시간 이상을 작업하여 정교하게 만들어낸 국기 모양들이 단지 몇 분 안에 뒤섞이고 그 흔적이 소멸 되도록 하는 행위는 어찌 보면 소모적이고 비합리적인 행위들일 것이다. 물론 영상과 사진을 통해 그 프로세스들은 고스란히 남아 작가의 행위와 개념들을 지시하고 있지만 관심을 갖게 되는 부분은 이 행위를 한 작가의 머리 속에 있었을 작업에 대한 개념보다는 이 작업과정을 통해 경험적으로 작가의 가슴속에 남겨 있을듯한 그 무엇인가에 대해서이다. 그것은 짧은 순간이지만 말로 할 수 없는 모든 창작자들이 경험하게 되는 창작의 성취감 뒤에 드리워지는 허무감과 같은 깊은 여운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된다.

주세균_Flag series 모래로 그리기_단채널 비디오_00:10:00_2010

그러한 의미에서 이러한 일련의 작업은 어떠한 개념이나 논리 혹은 합리의 영역을 넘어서 버린 또 다른 감성으로부터의 자각을 경험하게 되는 지점에 대해 작가는 소통하고자 한 것으로 보여진다. ● 그래서 마지막 장면에서 사라지는 국기모양의 색과 형상 그리고 질서 있게 보였던 배치된 화면들이 혼합되고 사라져갈 때 순간이라는 짧은 시간이 주는 감성적 힘은 앞서 있었던 이른바 질서를 만들어갔던 긴 시간과 이성을 넘어서는 강력한 지각적 각성을 촉구하게 만드는 것임을 알 수 있다. ● 질서 있게 국기모양으로 정렬되어있던 색 모래 가루는 혼합되어도 동일한 색 모래일 뿐이다. 모래 알갱이들은 고유한 색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그것을 바라보는 인간의 시야에서는 혼색으로 생성된 회색조의 중성적 색가(色價)만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주세균_Flag series 모래 담기_단채널 비디오_00:05:45_2010

회화 혹은 조각이라는 범주 혹은 예술이라고 말하는 인간의 행위를 시,공간 속에 아로새긴 후 이를 다시 허물어뜨리는 과정을 보여주는 주세균의 작업은 어떠한 카테고리를 만들어내어 구분하고 분류하는 인위적인 행위들에 대하여 그러한 인간 행위의 한계지점을 지적하면서 예술 작품에서 물질 그 자체가 아니라 예술 작업을 행하는 프로세스를 담은 영상을 통해 어떠한 예술적 행위 뒤에 있을 법한 소거된 시간 혹은 비워진 공간의 여백 자체를 보여줌으로써 오랜 노력의 예술적 결과물의 일루젼 속에 감춰져 있는 그 이면의 영역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작업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 이승훈

Vol.20100609g | 주세균展 / JUSEKYUN / 朱世均 / photography.vid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