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형상을 구축하다

이길래展 / LEEGILRAE / 李吉來 / sculpture   2010_0609 ▶︎ 2010_0710 / 월요일 휴관

이길래_老松 10-1_동 파이프, 동선 산소용접_535×650×30cm_2010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080316b | 이길래展으로 갑니다.

초대일시_2010_0609_수요일_06:00pm_사비나 미술관

주최_사비나미술관_예술의전당

관람료_성인_2,000원 / 5세~대학생_1,000원 관람시간_10:00am~06:30pm / 월요일 휴관

사비나미술관_SAVINA Museum 서울 종로구 안국동 159번지 Tel. +82.2.736.4371 www.savinamuseum.com

관람시간_24시간 관람가능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야외광장 Hangaram Art Museum, Seoul Arts Center 서울 서초구 서초동 700번지 Tel. +82.2.580.1300 www.sac.or.kr

응집의 구조, 소나무로부터 - 응집 ● 굿은 봄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어느 날, 충북 괴산에 있는 이길래의 작업실을 찾았을 때 마당에는 여러 그루의 나무가 비를 맞으며 다소 무질서하게 서있었다. 그것 중 일부는 딱히 나무라 할 수 없을 정도로 뒤틀려있고 서로 뒤엉겨 있어서 흡사 씨름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변형, 왜곡한 형상처럼 보이기도 하고 털을 뽑아버린 날짐승의 살점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나머지 대부분은 몹시 구불구불하고 작달막할지언정 하늘을 향해 가지가 뻗어있어 나무를 지시하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작품들로 이루어진 작은 숲은 마당에 심어놓은 실제 나무와 대비되며 묘한 조화와 대비를 연출하는 듯했다. 짧은 가지에 비해 지나치게 비대한 줄기, 허리부분이 잘려나간 채 거꾸로 놓인 나무, 수직으로 성장하기보다 자궁이기도 한 대지를 향해 회귀하듯 원을 그리고 있는 나무들이 만들어내는 풍경은 한마디로 '마법의 숲'이었고 과장을 하자면 생태학적 재앙의 현장을 보는 듯했다. 생태학적 재앙이란 말은 그의 작품이 나무를 만든 것인데도 불구하고 나무와 전혀 닮지 않은, 그것보다 신비롭고 초자연적인 상상의 숲에나 자라고 있을 나무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그의 이 기괴한 나무는 마치 낯선 행성과 충돌한 이후 지구에 새롭게 출현한 식물이거나 인간의 욕망에 의해 이상 증식된 나무의 형태가 그렇지 않을까 하는 불길한 상상을 자극한다. 이것은 그가 재현에 크게 주목하지 않았다는 점을 알려주는 근거이기도 하다. 그러나 비정형의 추상적 형태가 서로 맞물려 있는 것이라고 할지라도 그의 작품의 모티브가 나무로부터 출발하고 있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것도 소나무를 모델로 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소나무는 우리나라 전역에 분포하고 있기 때문에 전통적으로 목조건축을 지어온 우리에게 가장 유용한 건축자재 공급원이자 가구의 원료였으며 한때는 땔감으로서 온돌을 데우기도 했다. 이처럼 소나무는 다른 어떤 나무보다 가장 친숙할 뿐만 아니라 늘 푸른색을 유지하는 상록수이므로 실용적인 차원을 넘어서서 절개나 지조와 같은 상징적 의미를 지닌 것이기도 했다.

이길래_에굽은 소나무 5_동 파이프 산소용접_165×150×95cm_2010
이길래展_사비나미술관_2010

그렇다면 이길래는 소나무의 형태를 재현하는 것 너머의 것을 포착하기 위해 소나무를 만들고 있음에 분명하다. 그에게 있어서 소나무는 '응집'을 의미한다. 즉 수직으로 쭉 뻗어 올라간 소나무를 통해 군자(君子)의 기개를 배운다거나 절조를 표상한다는 것은 애초에 그의 관심권 밖의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응집이란 입자가 모여 덩어리를 형성하는 것을 의미하므로 그의 방법과도 일치한다. 그는 얇게 절단한 동파이프 토막을 서로 용접하여 나무의 형태를 만든다. 반지보다는 크지만 팔찌보다는 훨씬 작은 이 고리들이 촘촘하게 엮여 만들어내는 표면은 마치 거북이등껍질처럼 갈라진 소나무의 표피를 보는 듯하다. 고리를 연결하여 표피를 만들기 때문에 비록 속은 비어있을지언정 그가 만든 소나무는 견고함을 지닌다. 나아가 그 제작의 과정에 투여된 지독한 노동은 작품의 구조를 더욱 단단하게 만드는 동인이기도 하다. 그로서는 덩어리를 강하게 부각시키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나무 자체가 아니라 나무를 닮은 입체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렇게 제작된 나무는 대지에 뿌리를 내리는 것이 아니라 그 위에 독립적으로 존립하는 자기완결적 형태를 지니게 된다. 비록 바늘과 같은 잎이 무성하지 않더라도 이 응집된 구조체를 통해 상록수의 생명력을 연상하기란 어렵지 않다.

이길래_三枝松 2_동 파이프 산소용접_200×150×125cm_2009
이길래展_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야외광장_2010

누적된 시간 ● 이길래는 작업실에서 막 진행 중이던 한 작품을 보여주었다. 그것은 이미 완성된 작품과 비교할 때 다른 형태를 하고 있었다. 가는 동봉(銅棒)을 잘라 수많은 침엽수의 잎을 만들어 가지에 붙여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이 작품은 줄기와 가지만 지닌 나무에 비해 실재에 가깝다. 그것을 보며 마치 한그루 노송도를 보는 느낌마저 들었다. 그러나 그에게 있어서 재현은 역시 목적이 아니다. 그는 한때 가족과 함께 거주했던 집을 작품구상과 독서를 위한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었는데 그곳에서 재미있는 드로잉을 발견할 수 있었다. 작업실 벽에 걸린 잎이 무성한 소나무를 위해 그린 드로잉이 놓여 있었던 것이다. 그 밑그림에는 실제 작품의 형태는 물론 규격까지 빼곡하게 기록돼 있었다. 게다가 그는 철필로 많은 드로잉을 그려놓은 상태였다. 내가 다녀가기 전 이 작업실을 방문했던 후배들 중에서 한 시인이 이 드로잉을 보며 즉흥적으로 썼던 시(詩)도 놓여 있었다. 내 기억에 그 시는 그를 '철필로 하늘에 그림을 그리는 사내'로 표현했던 듯하다. 그 시의 전문을 적어오지 못한 것은 아쉬운 일이지만 이길래의 작업에 대해 매우 압축적으로, 더욱이 시적으로 잘 표현한 것으로 기억된다. 어쨌든 그곳에서 본 드로잉들은 그의 작품이 순전히 직관에 의해, 작업하는 과정에서 임의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매우 계획적으로 진행된 것임을 증명하고 있었다. 즉 그의 작품의 형태는 드로잉에 의해 결정된다. 그것도 설계도 수준의 치밀함과 신중함을 지닌 드로잉은 입체로 확대되었을 때 결과를 충분하게 예측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것을 파악할 수 있는 작품이 벽에 부착할 수 있는 부조들이다. 이 부조들 중에는 마치 암모나이트처럼 나선형구조를 지니고 있거나 수많은 줄기들이 켜켜이 쌓여 산맥을 이루는 것도 있고 소나무 줄기만 포착한 숲도 있는데 조각이면서 다분히 회화적인 것도 특징이다. 대지의 주름처럼 쌓인 나무줄기들이 만들어내는 구조는 '시간의 누적과 지속'에 대해 암시한다. 그것은 수많은 고리들로 연결된 나무의 표피와 줄기와 가지의 잘려나간 부위에 표현해 놓은 나이테에서도 발견된다. 이 흔적은 또한 시간의 지문이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이길래展_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야외광장_2010

그렇다면 이길래는 이 나무들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일까. 소나무의 강인함에 자신을 투사(投射)하고 있음은 누구든 알 수 있다. 그 너머의 것을 찾는다면 이 누적된 시간의 흔적을 제시함으로써 인간의 유한함을 일깨우려 한 것은 아닐까. 일면 우직해 보이는 그의 작업방식은 시간을 쌓는 행위이자 또한 시간의 흐름에 순응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그러나 단지 시간에 자신을 내맡기는 것이 아니라 이 지둔한 과정을 통해 그것을 되돌아보고자 하는 것이다. 그럴 경우 그가 만든 나무의 표피는 우리 피부에 각인된 주름으로도 외연할 수 있다. 비록 그의 작품이 무엇을 표상하기보다 응집된 형태 자체를 제시하는 것에 집중되고 있다고 할지라도 그것을 통해 인생을 반추라는 것은 우리의 감성의 문제인 것이다. ■ 최태만

이길래_老松 09-1_동 파이프 산소용접_420×270×230cm_2009

Structure of the cohesion , from the pine treeCohesion - When I dropped in the studio of Lee, Gil-Rae of Goesan in the Chungbuk province in sprinkling spring rain, there were a number of trees standing in the yard a bit disorderly in the rain. Part of them were so terribly warped and entangled each other that they looked like a transformed and distorted shape of grappling wrestlers or like the fresh of fowls of which hair were pulled away. Most of the remaining, however, could be called as trees since the trees reached their branches toward the sky though branches were very tortuous and rather small. Small wood consisting of his works is opposed to real trees planted in the yard and seemed to produce subtle harmony and contrast. The 'enchanted wood' in a word is the landscape produced by the trees, of which stems are overly bloated compared to short branches, placing itself upside down with waist cut off, making a circle regressing toward the earth, uterus for trees, rather than vertical growth. Exaggeratingly speaking, it looked like as if I had seen the ecological disaster. ● Meaning of the ecological disaster here is that his works are expressing trees but they do not bear slightest resemblance to trees and rather associate with trees which might be grown in the mysterious and supernatural imaginary forest. His monstrous trees stir up our ominous imagination as if they were newly emerged plants on Earth after collision with a strange planet or proliferated abnormally by human desire. It also shows that he did not pay much attention to reappearance. Though atyd cal abstract forms are interlocking each other, however, it cannot be denied that motifs of his work start fat herees. It is also worth notice that theid not pay is the model. As p not pay is widely distributed acatss the country, it has been our most valuable source of building materials and furnituialsnd was once used as an energy for pebble warming. Like this, pine tree has been the most familiar tree to us and has also served as the symbolic meaning of principle and honor beyond a practical level as a evergreen tree. ● Now it is clear that Lee, Gil-Rae is creating a pine tree to capture something more than to reproduce the shape of a pine tree. The pine tree means 'cohesion' for him. Meaning of Cohesion is the formation of the particles to lump together and it is consistent with his methods of creation. He creates the shape of the pine tree by welding pieces of thin slices of copper pipe. The surface made by tightly weaving these thin slices, which are bigger than rings but much smaller than bracelets, looks like the epidermis of the pine tree cracked like turtle shell. With this epidermis made by connecting rings, his hollow pine tree becomes very strong. As he puts emphasis on highlighting a lump, it is more important for him to create a similar solid to tree than to make the tree itself. The trees produced this way do not take roots in the earth but have a form of surviving independently above the earth. Though it is not a tree thick of needle-like leaves, it would not be hard to associate vitality of the evergreens with this coherent structure. ● Accumulated time - Lee, Gil-Rae showed me a work just in progress in studio. It has different forms compared to other works already completed. He made lots of leaves of conifers with sliced thin copper bar and has pasted branches with them. This work is similar to reality compared to other works with trunk and branches only. Watching the work, I felt as if I hads sk, a paint of old pine tree. Reproduction is ,however, still not purptee for him. H bar ae madhis houee ,where he o. Hlivmadwith his brancy, as studio and reading room and Ipleteaconito findlotsinteresting drawing there. A drawing for the leafy pine tree was placed on the wall of studio. Actuly.form of the work as well as specifications were writtk, down on the drawing. Besides h bar aalready drawn lots of sketches with steatcpen. A ptet out of this sculeror's juniors stop over this studio heror to my visit. H bwrots wi improvi madptem then and it was also placed there. I remember that Lee, Gil-Rae was described as 'an artist painting in the sky with steel pen' in the poem. ● Anyway the drawings I saw there proved that his work was not done at his discretion by intuition in the course of production but was conducted deliberately. That is, the form of his work is determined by the drawing. The drawing was made with elaborateness and prudence of design drawing's level so the results can be easily estimated when it is expanded to a three-dimensions. It can be shown from the relief works attachable to the wall. One has the co-helical structure like ammonites and the other looks like a mountain range with many trunks piled up. There is also a wood captured only trunks of pine tree and all these are very picturesque though they are sculptors. The structure produced by trunks of trees piled like crease of the earth implies 'accumulation and continuance of time'. It is also found from the annual rings expressed on the part cut off epidermis linked with numerous rings, trunks and branches. The signs could also be called as a fingerprint of times. ● If so, what Lee, Gil-Rae wants to say through these trees. Anyone can see that he is projecting himself on strength of pine tree. If we are looking beyond that, he might make us aware of the finite of the human beings by presenting marks of the accumulated time. His way of doing work looks simple and honest but it is also an action of accumulation of time and adaptation to passage of time. However, he does not simply submit himself to time but looks it back through torpid process. Although his work is focused on presentation of cohered form itself, it is a matter of our sense to ruminate of life through it. ■ Choi tae-man

Vol.20100611h | 이길래展 / LEEGILRAE / 李吉來 / sculp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