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연필Ⅰ

유광식展 / YOOGWANGSIG / 兪光植 / photography   2010_0605 ▶︎ 2010_0625 / 일요일 휴관

유광식_A three-way intersection#A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32×48cm_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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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10_0605_토요일_07:00pm

관람시간 / 04:00am~12:00am / 일요일 휴관

갤러리 폭스_gallery FOX 인천시 남동구 구월3동 1347-6번지 Tel. +82.32.422.2311

말하기 전, 잠시 동안의 침묵 ● 유광식의 사진은 인천 사람들에게 너무나 익숙한 풍경을 담아내고 있다. 하지만 이 사진들 중 한 장만을 누군가 보라고 보여준다면 의미가 무엇인지 해석할 수 없을 것이다. 마치 잘못 찍힌 것처럼, 특정한 무엇을 중심으로 명백하게 보여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풍경들은 첫 장부터 끝 장까지 일관된 무엇인가를 보여주고 있다. 빈 곳과, 희미한 형태, 병렬적인 요소들이다. 보통 사진을 볼 때 상식적으로 찾는 '주제'나 '중심인물' 같은 것은 없다. 설령 있더라도 그것은 풍경 속에 의도나 의지 없이 녹아 있다. ● 나는 이 사진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작가도 가끔 쓰는 일상이니, 동네니 하는 평범한 단어들이 사라지는 것을 느낀다. 이 일련의 사진들은 작가에게 가깝고도 먼 동네인 인천을 '걷고 있음'을 보여준다. 작가는 무척 신중해서 섣불리 판단하지 않고 있고, 자신으로부터 비롯되는 시선에 고집스러울 정도로 충실해서 누군가가 말한 대로 가지 않는다. 그리고 사진속의 요소들과 작위적인 소통을 하지 않는다. 이런 과정을 통해 기록되는 사진들은 심리적, 공간적으로 커다란 빈 곳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리고 그 곳에서 무언가 자신에 대해 말하기 직전의 침묵이 스며 나온다. 이것은 여행을 떠난 사람이 새로운 풍경을 보았지만 표현할 방법을 모를 때의 감정과도 비슷하다. 하지만 그것이 외부의 자극에 의한 각성이라면, 유광식의 사진은 그것이 자신의 내부로부터 시작되는 것임을 작가의 방식대로 표현하고 있다. 바라보는 방식을 물려받거나 배울 수는 있겠지만, 새롭다는 것을 느끼는 것과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를 아는 것은 온전히 혼자만의 일일 것이다. ● 가끔 사진 속에 작가 스스로를 상징하는 요소들이 등장하기도 한다. 눈에 띄지는 않지만 그가 좋아하는 요소도 종종 숨어 있다. 일반적이지는 않지만, 작가의 사진과 친해진다면 구석구석에 숨어있는 특유의 유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강요할 생각은 없다. ■ 김하연

유광식_A Factory#A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32×48cm_2010
유광식_A Factory#B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32×48cm_2010
유광식_A Villa#A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32×48cm_2010
유광식_A Villa#B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32×48cm_2010
유광식_A Tree#A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32×48cm_2010
유광식_A Tree#B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32×48cm_2010

길은 가르는 경계가 더는 아니다. 열고 닫힘이 살아 있어 끊임없이 관계를 짓는다. 숨 고르며 걷는 여정에 지퍼를 닫아 올리는 것처럼 공간이 품는 의미를 힘껏 쓸어 담아 본다. 자고 일어나면 어느새 지퍼는 풀려 있기에 또다시 같은 행위를 반복한다. 그 공간엔 도시가 세운 높이가 있고 사람이 널어 놓은 넓이가 있다. 이들이 엮여 일상이라는 입체가 포근하다. 그곳에서 나는 너와 함께 유영하며 시간을 유예시키는 놀이를 본다. ● 전에 없던 집 주변 산책을 다니기 시작했다. 조금 지나니 자연스레 걷는다는 행위가 단조로운 의식에 작은 보폭을 주어 서툰 동작을 하게끔 하더니 이내 쓸모 있는 일상의 도구로 여겨졌다. 이전에 '양촌'과 '돌말'이 합쳐져 생긴 마을 '간석'은 현재 주택재개발이라는 큰 삽질에 모양이 사나워지고 있다. 이런 때에 나는 단순히 마을의 부재를 걱정하기보다 맞딱드리는 기억을 더 소중히 하고자 산책을 그만둘 수 없었는데, 이윽고 나의 길(way)이 생기었다. 이 길에서의 얕은 사색과 거친 호흡이 뒤섞인 모양새가 마치 알지 못했던 일상에서의 의식과 시소하는 기분이었다. 나도 모르게 쥐고 있는 연필을 놀리는 그런 가벼움으로, 걸어 마주하는 대상과 관계를 지어 보았던게 어느새! 작업이 되었다. ■ 유광식

Vol.20100615c | 유광식展 / YOOGWANGSIG / 兪光植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