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하학적 환영 Geometrical Illusion : 환영에서 몰입까지

이승조 20주기 추모展   2010_0611 ▶︎ 2010_0709 / 월요일 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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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닝 행사_2010_0611_금요일_06:00pm_태싯 (Tacit) 그룹

이승조 20주기 추모展 홈페이지 www.leeseungjio.com/2010

Part 1. 환영에서 몰입으로 (From Illusion to Immersion)

참여작가 故 이승조_김병호_김성훈_김태은_뮌(MIOON)_태싯(Tacit)그룹_한승구

관람시간 / 11:00am~06:30pm / 월요일 휴관

일주&선화 갤러리 ILJU&SEONHWA GALLERY 서울 종로구 신문로 1가 226번지 흥국생명빌딩 3층 Tel. +82.2.2002.7777 www.iljufoundation.org www.seonhwafoundation.org

이승조의 재발견, 지난 20년과 앞으로의 20년 ● 본 전시는 한국 기하학적 추상 회화의 기초를 확립했던 故 이승조 작가(1941-1990)의 작고 20주기를 추모하며, 그가 평생에 걸쳐 추구하였던 기하학적 추상의 흔적들로부터 현재의 매체 예술에서 발생하는 일루젼들이 지닌 유기적 연결관계를 유추해보는 일종의 실험적 전시이다. 기하학적 추상은 선과 면이 이루는 기하학적 형태와 절제된 색채로 구성된 회화로서, 감정표현을 불어넣은 뜨거운 추상과는 달리 이지적이고 분석적인 절제미가 화면을 뒤덮는다. 이승조는 1963년 오리진 그룹을 창립하고, 기하학적 추상의 원리를 평생에 걸쳐 실험함으로서 한국 근현대 회화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하였던 작가이다. 상징주의자들이 개체로부터 세계의 표상을 도출했다면, 그는 세계로부터 개체를 추출하여, 2차원 평면 속에서 끝없는 환원의 미학을 보여주었다. 미술사에서 그는 국내의 미술 환경에서 흔치 않았던 기하학적 추상 작가이지만, 흔히 '파이프' 작가로서 불리우고 회자된다. 이러한 그의 별명아닌 별명은 그가 평생에 걸쳐 화폭에 등장시켰던 원통형의 오브제에 기인한 것이겠지만, 기하학적 추상의 경험이 많지 않았던 국내의 환경에서도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기하학적 도형을 주요한 모티브로 사용하는 기하추상의 경우 해외의 작례를 통해서도 쉽게 확인되듯이, 선과 면, 원과 원통, 직육면체 등이 분해되고 조합되며 각자의 변주를 추구하고 있다. 더군다나 이후 등장한 옵아트에서 이러한 조형 오브제들은 기본적인 화면의 구성 언어로서 꾸준히 등장한다. 역사에 가정은 부질없는 것이겠지만, 그가 활동하던 시기를 넘어 작고 20주기를 맞이하는 현대에 이르러서도 그를 파이프 작가로서만 기억하는 까닭은 어쩌면 부침이 많고, 다양하지 못했던 국내의 상황이 반영된 서글픈 이유일지도 모른다.

이승조_Nucleus_캔버스에 유채_173×130cm_1968

따라서 전시의 첫 번째 목적은 그가 추구한 기본적 조형 모티브인 기하학적 이미지들이 그의 작품 세계 속에서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를 분석하고 그러한 조형 언어들이 만들어낸 일종의 환영들을 추적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가 보여준 평생의 작품 활동들을 세 가지 시기로 나누어 살펴볼 것이다. 다소의 차이는 존재하지만, 이 일-오광수-김복영을 비롯한 선대의 평론가들은 그의 작품을 3가지 혹은 4가지 시기로 구분하여 전개 과정을 분석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러한 평론가들의 구분을 바탕으로 그가 오리진 그룹의 창립 멤버로서 처음 작품을 선보인 64년도부터 독자적인 기하학적 추상 원리들을 실험했던 70년까지를 제 1기로, 당시 성행하였던 모노크롬의 영향을 받아 전면성과 균질성을 추구하였던 71년부터 80년도까지를 제 2기, 입체적 공간 구성과 단일 색명 구성을 변증법적으로 종합했던 81년부터 작고한 90년까지를 제 3기로 구분하여, 각 시기별로 그가 추구하였던 기하학적 실험들을 선보일 것이다.

이승조_Nucleus_캔버스에 유채_162×162cm_1969

환영에서 몰입으로, 가상과 착시의 유희 ● 본 전시에서는 구르비치(Aron Gurwitsch)의 '좋은 연속(good contiunation)'이라는 개념을 유용하게 사용한다. 좋은 연속이란, 요소들이 통합된 전체로 융합되며 인접한 측면들에 의해 보이지 않는 다음의 측면들을 암시한다는 것이다. 이승조의 반원 구조의 이미지를 많은 사람들이 원통형으로 혹은 파이프 작가로 명명하는 데에는 이러한 연쇄 작용으로부터 그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연쇄 작용을 조금 더 증폭시켜 보자. 이승조는 2기로 분류되는 70년대 중반부터 전면성에 입각하여 기하학적 도형들을 평면으로 환원시키는 작업을 선보여왔지만, 3기에 이르러서는 평면과 평면을 현재의 레이어 개념으로 중첩시키기도 하고, 도형과 도형을 교차시켜 새로운 공간감을 획득하고 있다. 그의 이러한 시도들은 마치 렌티큘러(lenticular) 등의 입체 영상과 같은 미세한 일루전을 제공하는데, 빛의 굴절과 시야각에 의해 만들어진 입체 이미지인 렌티큘러 이미지와 유사한 이미지를 보여줌으로서 이승조의 회화는 후대의 옵아트적 성격을 부여받게 되며, 그것이 증폭된 현대의 미디어아트 작품과의 계연성을 획득한다 (흥미로운 지점을 소개하자면, 1973년, 신세계 화랑에서 이승조는 프로젝트를 통한 빛과 이미지의 상관관계를 실험했다고 한다). 특히 불순물을 제거한 듯한 그의 환원적 평면에서 제시되는 옅은 공간감은 그러한 환영을 더욱 실체화한다.

이승조_Nucleus_캔버스에 유채_200×318cm_1987

이승조의 작품이 평면 속에서 잔잔한 환영을 선보였다면, 후대의 미디어 아티스트들은 새로운 매체가 지닌 태생적 속성들을 전제로 보다 적극적인 환영들을 실험한다. 이승조가 선보인 기하학적 도형들은 김병호의 작업에서 평면 속 오브제들이 3차원 공간으로 튀어나온듯 재조립되어 입체적으로 구현된다. 또한, 금속처럼 차가운 이승조의 질감은 잘 마감된 김병호의 입체 조형물의 표면으로 되살아난다. 김병호는 자신의 조각 작업에서 아주 미니멀한 요소로서 미디어를 등장시키고 있는데, 기계적으로 보이는 차가운 금속 작품들은 그러한 작은 요소로 인해 조용히 살아움직이는 유기체적 생명성을 보여준다. 영화 감독이자, 미디어아티스트인 김태은은 평면 작품에 덧입혀지는 이미지들을 촬영하여 반복적인 행위에 의해 만들어진 두터운 이미지의 조각들을 기록한다. 실제 이승조는 다른 도구를 사용하지 않고 순수한 붓질로서 일정한 표면의 질감을 표현하였다고 하는데, 김태은의 작업에서 나타나는 수공적인 노력의 흔적들은 겹겹으로 뒤덮힌 하나의 두께감있는 일루젼을 구현하는 셈이다. 프로그래머이자 미디어아티스트인 김성훈은 원통들의 구조를 통해 빛을 투과시키고, 투과된 빛 이미지로서 추상적인 조형성을 획득하는 작가이다. 디지털 프로세스를 통해 가장 아날로그적인 현상들을 발견하려는 작가의 의도는 수백개의 쌓여진 원통형의 구조를 통하여 가장 자연스러운 빛 그림으로서 재현된다. ● 한편, 다양한 장르를 통해 실험적인 작품들을 선보여온 뮌(MIOON)은 이번 전시에서 싱글채널 작업을 선보이는데, 화면 속에 등장하는 검은 구체들을 통해 그들이 서로 부딪히며 생성되는 운동성과 점으로 환원되는 기본적 조형미를 제시한다. 관람객들은 검은 구술의 움직임을 통한 리듬감과 시간의 흐름에 의해 제시되는 이미지의 변화를 체험하게 된다. 오디오비주얼 퍼포먼스 그룹인 태싯(Tacit)은 전시 전반에 걸쳐 제시되는 시각적 환영들을 청각적 차원으로 변형시킨다. 관람객들을 둘러싼 16개의 스피커들은 끊임없이 관람객의 주위를 돌며 인식의 혼란을 일으킨다. 이러한 그들의 시도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감각의 연관 관계를 자연스럽게 드러내고 있는데, 귀를 통해 전달되는 사운드에 의해 관람객들은 역설적으로 시각적인 환영 이미지를 떠올리게 된다. 이러한 공감각적 체험은 촉각적 체험을 유도한 한승구의 작품에서 더욱 증폭된다. 이승조의 원통 이미지를 떠올리게 만드는 작품의 외형을 통해 구조적 연결성을 획득한 한승구는 전작들을 통해 꾸준히 제시해온 자연의 4원소인 '물'을 활용하여 관람객들에게 시각과 촉각을 매개하는 환영적 경험을 제공한다. ● 인간은 연속된 기하학적 도형을 바라보며 도형들간의 관계를 유추한다. 또한 그러한 유추를 통해 하나의 문맥을 만들어 그 속에서 도형들의 변주를 그려내곤 한다. 그러나 이승조의 작업은 이러한 연속적인 도형들간의 관계를 캔버스를 넘어 공간으로 차원 이동시킨다. 예술의 시-지각적 프로세스를 분석하여 기술한 아른하임(Rudolph Arnheim) 식으로 사고를 해보자면, 평면상에 점 6개로 나타난 정육면체 도형은 인간의 사고과정 속에서 숨겨진 2개의 모서리가 더해져 공간 속 입체를 완성하게 된다고 한다. 이러한 논리를 적용시켜 이승조의 작업을 다시 읽어보자. 그러면 그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일련의 기하학적 도형들이 평면을 넘어 제 3의 공간으로 확장되는 흥미로운 시각적 환영을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작고 20주기를 맞이한 이승조의 작업을 미술사적 유산으로서만 회자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의미로서 현재와 소통시켜야 하는 이유이자 근거가 될 것이다. ■ 유원준

김병호_Horizontal Intervention_aluminum, arduino, piezo_2010
김성훈_Substance 1/2_혼합재료_가변 설치2010
김태은_mapping on canvas_software drawing, video installation_112×145cm_2010
Mioon_Operation-13 black beads_단채널 비디오, HD_약 00:04:00_2010
한승구_4 Element-water_혼합재료_가변 설치_2010
Tacit Group_Op Sound_혼합재료_2010

Vol.20100615h | 기하학적 환영 : 환영에서 몰입까지-이승조 20주기 추모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