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 프로젝트 화가의 방 오픈스튜디오

이윤기展 / LEEYUNGI / 李允基 / painting.installation   2010_0612 ▶︎ 2010_0621

이윤기_1목리별곡_캔버스에 유채_130×260cm_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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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10_0612_토요일_05:00pm

2010 문화예술육성 활성화 선정사업

후원_화성시 문화재단

관람시간 / 10:00am~07:00pm

유엔아이센터_UNICENTER 경기도 화성시 병점동 734번지 Tel. +82.31.267.8800 www.hcf.or.kr

옛날 옛적에 훠어이 훠이- 목리 망가亡家에 띄우는 비가悲歌 ● 경기도 화성시 동탄면 목리는 실개천 하나를 둔 작은 마을이다. 예부터 씨족을 형성했던 집성촌도 아니고 너른 들녘을 품었던 양지골도 아니다. 그곳 사람들은 수원에서 병점에서, 그 위 용인에서 밀려왔거나 더 먼 곳으로부터 떠 밀려온 사람들이다. 목리 윗말로 올라가는 길 양 옆으로 작은 공장, 빌라, 다세대주택, 단독주택, 교회, 식당이 들어찬 것은 다른 삶을 살았던 사람들의 모습 그대로다.

이윤기_1목리별곡_캔버스에 유채_130×260cm_2010_부분

개천을 따라 오르다가 개천교를 건너면 시간은 훌쩍 1970년대로 가버린다. 굴렁쇠를 굴리며 달렸던 옛길이 보이고 두렁의 풀을 뜯던 누렁이도 따라온다. 수년 전 목리 작가들이 세웠던 팔랑개비가 길목에서 개들과 다투고, 그 옆 감나무 느티나무 밤나무가 시커멓게 서 있다. 작가들은 마을의 가장 안쪽에 둥지를 틀었다. 화가 이윤기는 빈 집에 새들었고 사람들은 그곳을 '아랫집'이라 불렀다.

이윤기_1목리별곡_캔버스에 유채_130×260cm_2010_부분

소나기 온 후 장마가 지듯이 동탄 신도시 개발이 커지자 목리에도 장마가 졌다. 땅은 팔려 나갔고 집은 보상을 챙겼다. 사람들은 하나 둘 보따리를 켜 들고 마을을 빠져 나갔다. 뜬소문과 잡소문이 휘몰아치더니 어느새 마른 바람의 뼈가 길 위를 뒹굴었다. 창작촌 작가들도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었다. 뜬 무리를 따라 그들도 새로운 둥지로 떠나거나 길을 나섰다. 무리에서 이탈한 기러기는 결코 제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이윤기_아랫집_캔버스에 유채_지름 130cm_2009_부분

아랫집 작가 이윤기는 뒷산으로 포클레인이 넘어 올 때까지 아랫집에 있었다. 그는 마지막이 될 목리 풍경을 화폭에 담았다. 그가 살았던 시간의 켜들이 한 폭의 이미지로 새겨졌다. 논이랑 밭고랑 배 꽃 아래 오리가족, 지붕 위 고양이 솟대 장승 검은 숲 흰 구름 푸른 하늘…. 아이들이 흘리고 간 웃음과 어른들이 싸 놓은 욕지거리, 대장간의 망치 소리가 그 사이를 떠다녔다. 그러나 그 소리도 이젠 바람처럼 길섶을 굴러다닐 것이다. 그러다가 어딘가에서 이름도 없이 부서질 것이다. ● 마지막으로 그림 하나. 청천靑天. 화가의 시선은 청천에 가 닿았다. 대지는 화면 아래로 넓게 벌린 아랫집 지붕이다. 대지의 시간은 양끝의 검은 숲에서 멈췄다. 숲을 파헤치며 밀고 오는 기계는 더 이상 지상의 시간을 기다려 주지 않는다. 가난한 삶의 희망을 솟대로 피워 올렸던 꿈들이 흔들린다. 솟대의 발목이 흔들린다. 아, 시방세계의 살림살이 주저리가 기운다.

이윤기_풍경1_사진

그는 시간을 과거에 묶지 않고 새들이 가는 곳으로 풀어 놓는다. 새들이 가는 곳은 솟대의 발목이 걷는 곳이다. 그곳은 옛날 옛적에 훠어이 훠이, 손짓으로 그린 곳이다. 저 너머엔 청산靑山이 있다. 강을 살리겠다고 강을 파헤치고, 집을 짓겠다고 땅을 살육하고, 길을 내겠다고 숲을 잘라내는 오적은 거기 없다. 그는 목리가 목리로, 아랫집이 아랫집으로 살아갈 수 있는 청산으로 갈 것이다. ● 청산은 유토피아가 아니다. 그것은 유토피아적 상상일 뿐이다. 그런 상상조차 갖지 못한다면 현실은 결코 변혁되지 못한다. 그 상상의 조각들이 현실로 바뀌어갈 때 삶은 '사람 사는 세상'이 될 것이다. 미래는 최첨단 기계도시들로 변장한 '휴먼시아 명품도시'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래된 도시에 있다. 우리가 그 진리를 명심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공동체는, 마을은 우리 곁에서 영원히 사라져 버릴 것이다. ("옛날 옛적에 훠어이 훠이"는 최인훈의 희곡에서 따온 것이다.) ■ 김종길

Vol.20100617c | 이윤기展 / LEEYUNGI / 李允基 / painting.installation